"'더 스튜디오 엠이니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지'라는 작품을 하고 싶다."
드라마 '패션왕', 자이언트', '펀치' 등 SBS의 올 타임 레전드 드라마 감독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했던 이명우 감독은 최고 시청률 22퍼센트를 기록했던 '열혈사제'로 2019년 한국방송대상, 2019 도쿄드라마어워즈, 2019 서울드라마어워즈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스타' 감독이다. 이후 SBS를 떠나 더 스튜디오 엠(THE STUDIO M)을 설립한 그는 지난 2월 미국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이자 브래드 피트, 메릴 스트립, 조지 클루니 등이 소속된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계약을 맺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첫 OTT 프로젝트이자 글로벌 시청자들을 향한 콘텐츠이기도 했던 쿠팡플레이 첫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주연 - 김수현, 차승원 / 제작 - 초록뱀미디어, 더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한국 시청자들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한국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최근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KBS 드라마 '경찰수업'을 연출한 유관모 감독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그는 유관모 감독을 시작으로 같은 젊은 감성과 독보적인 연출력을 지닌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해 한국 콘텐츠를 향한 폭발적인 수요와 열기에 있는 힘껏 응답할 예정이다.
Q. 조연출로 처음 참여한 작품이 드라마 '올인'이었고 이후 조연출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작품들 대부분이 대중들이 너무 잘 아는 히트작들이다.
조연출할 때 인기가 많았다.(웃음) 물론 내가 잘해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Q. SBS에서 오랫동안 드라마를 만들었고 전설에 가까운 히트작들을 연이어 탄생시켰는데 그 둥지를 떠나 더 스튜디오 엠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근 3년 동안 제작사가 많이 생기는 추세였다. OTT가 급 활성화되면서,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라는 세계적인 현상에 의해서 제작 형태가 바뀌고 소비자들의 시청 방식이 변했다. OTT 관련된 드라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늘어났다. 제작사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는 시대적 흐름이 있었다고 본다.
SBS에서 회사 생활을 했지만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욕구를 채울 수 없다고 느꼈다. 기존의 제작 형태는 작가주의가 많았다. 스토리가 작품의 중점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TV 콘텐츠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젊은 감성을 가진 감독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영상 산업들이 발전하고 감독의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때까지는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결말이 어떻게 지어지는지에 대해 중점이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포맷도 달라졌다.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라는 형태로 줄어든지 오래됐고, 미니시리즈 형태조차도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 영화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감독이 보다 더 주체적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영상미를 만들어내고 볼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이 더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생각했다. 물론 작가주의와 감독주의의 편을 가르는 이야기는 아니다. 감독이 제작의 주체가 되어서 할 수 있는 구조를 많이 꿈꿔왔던 것뿐이다.
Q. OTT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제작 형태에 대한 흐름이 바뀌었다는 말에 많이 공감이 간다. 사실상 미래 콘텐츠 시장의 주소비층인 Z세대 중에는 TV와 아예 친하지 않은 친구들도 많다.
OTT의 성장과 함께 각 나라의 벽이 허물어졌다. 판권을 나중에 수출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만들어짐과 동시에 배급이 되다 보니 벽이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글로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갖추어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고, 보편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정서에 대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익숙한 포맷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해외의 니즈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Q, 그 목표는 CAA에서 러브콜을 받고 더 스튜디오 엠을 설립한 이명우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CAA 계약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때 CAA 관계자하고 인사를 나눴다. 더 스튜디오 엠에서 진행을 하고 있던 '어느 날'에 대한 기사를 미국 버라이어티를 통해 접했고 거기에 감독으로 되어 있는 이름을 확인했다고 거꾸로 연락이 왔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어느 날' 촬영을 한창 하고 있을 때여서 미팅만 하다가 촬영이 끝난 시점에서 본격적인 계약을 성사했다.
Q. 그로 인해 현재 스튜디오 엠이 준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와 그가 바라보는 지향점이 대중들의 주목을 더욱 받고 있는 것 같다. OTT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작품이자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인 '어느 날'도 마찬가지였고 좋은 평가를 받았지 않았나.
작년 더 스튜디오 엠의 첫 작품이었다. 제작 들어가면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다. 캐스팅도 핫했고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지 기대감도 높은 상태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캐스팅과 작품성과 흥행성이 모든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스템이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제작 형태가 되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더불어 시청자들의 다음 시즌에 대한 열망을 느꼈다. 에피소드의 숫자가 적어지면서 시즌제 작품을 추구하는 것 같았다. 시즌제의 장점은 이전 시즌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음 시즌에서 더 많이 펼쳐나갈 수 있고 더 좋은 작품으로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제작자들은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길 원한다.
더 스튜디오 엠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시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멀티 시즌으로 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를 통해 많은 감독들이 데뷔를 하고 세대교체를 하면서 드라마와 함께 스태프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 싶다. 기존에는 방송국이 조연출을 키우고 공동 연출로 끌어들이는 방법의 성장 방식이 있었다면 우리 스튜디오는 양질의 감독들이 트레이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한적인 시장을 뛰어넘는, 언어가 달라도 글로벌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을 격렬하게 기획 및 개발하고 있다.
Q. 최근 그 일환으로 KBS 드라마 '경찰수업'을 연출한 유관모 감독을 더 스튜디오 엠에 합류시켰다. 그를 영입하고자 했던 주요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첫 장편작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뿐만 아니라, 유관모 감독이 갖고 있는 정확하고도 색깔이 확실한 연출관이 좋았다. 이런 감독이라면 센세이션 하면서 사람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는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더불어 유년기에 미국에서 보냈던 경험들과 언어적 능력들이 글로벌 프로젝트를 할 때 최적화되어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작가, 감독, 제작자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CAA 계약에서 여러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느낀 것이었다. 그들과 소통하고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미국 시장 진출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고 재능 있는 젊은 연출자들 중에 언어적 장벽이 그래도 최소한인 감독들이 같이 모여서 큰 그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유관모 감독이 생각났다.
더불어 함께 고민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제일 든든하다. 관리자와 관리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러닝메이트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러닝메이트를 할 수 있고, 의향이 있는 사람을 원했다. 유관모 감독은 인품이 훌륭한 후배다. 이외에도 앞으로 회사를 잘 키워서 더 많이 뜻이 맞는 사람들을 함께 데려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많다.
Q. 앞으로 더 스튜디오 엠이 만들어나갈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와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더 스튜디오 엠이니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지'라는 작품을 하고 싶다. 실제로 여러 다른 제작사에서 우리 회사와 공동 제작을 하려고 작품 제안을 많이 주신다. 현재의 회사 규모치고는 큰 결과다. 올해 유관모 감독의 작품 이외에도 두, 세 작품이 라인업에 올라와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의 더 스튜디오 엠이 미래 시장을 선도할 한국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는가?
제작사라고 하는 공간이 하나의 풍요로운 문화를 담은 어른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 단순히 자본이 들어오고 그 자본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계약해서 부를 창출하는 개념보다는, 여기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즐거운 작품을 만들면서 즐거운 경험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기억에 남길 수 있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