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막을 내린 tvN 16부작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IMF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가족, 우리 이웃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그 시절, 태양고등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이주명은 극 중 태양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반장 지승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승완은 늘상 반듯한 자세로 당당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의리의 인물이다. 지승완을 분한 이주명은 김태리, 남주혁, 김지연, 최현욱과 함께 ’태양‘보다 뜨거운 청춘의 한 때를 멋있게 연기했다. 드라마가 막을 내린 뒤 직접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다. 모델 활동을 하다 2016년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미씽:그들이 있었다', '카이로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려왔다.
“인터뷰가 처음이다. 이렇게 얼굴 보면서 하는 대면 인터뷰가 재밌다.”고 말하는 이주명은 “드라마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여전히 생각난다. 친구와 수다 떨어도 승완이가 계속 생각난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Q.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아쉬움이 남았는지?
▷이주명: “너무 아쉽다. 7개월 동안 촬영했고, 준비는 더 오래했었다. 아직 놓아줄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집에서 혼자서 울면서 마지막 회를 봤다.”
Q. 어디가 그리 슬펐나.
▷이주명: “예상하지 못한 곳곳에서 눈물이 나더라. 백이진과 나희도가 ‘언제 내가 함부로 그랬어?’하며 소리 지르는 장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나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젊었을 때가 생각나고. 그런 느낌을 주었다.”
Q.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주명: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이 끝에는 헤어진다. 그런 결말이 마음에 든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 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그런 현실적인 것이다. 딱 정해놓은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흘러가게 놓아두는 작품이다. 너무 뻔하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이번 작품은 그런 면이 신선했던 것 같다.”
Q. 오디션은 어떻게 보았는지.
▷이주명: “승완이 역할로 오디션을 받았다. 시놉시스 정도만 봤었는데 너무 신선했었다. 위트 있는 작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벌벌 떨면서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마음에 두시고 한 번 더 보았다. ‘너 매력 있다. 그냥 가자’ 이렇게 말씀 해주셨다. 그 때 ‘쇼미더머니’에서 금목걸이 건 느낌이었다. 지승완 캐릭터의 비중보다는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만났으니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다섯 친구들이 제각기 매력을 갖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지승완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주명: “승완이는 정말 매력적이다. 승완이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저와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승완이 역을 하면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즐겨 봤다. 리정, 허니제이, 모니카. 이들을 많이 참고한 것 같다. 승완이는 강하면서도 다채로운 면을 가진 캐릭터이다. ‘스우파’에 나오시는 분이 그렇게 자기 확신을 가진 분들이다. 그런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여린 모습을 같이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걸 잘 캐치를 하면 매력이 있겠다,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지승완에게는 걸크러시한 매력이 있다. 본인과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지.
▷이주명: “실제 싱크로율은 반 정도? 40프로 정도인 것 같다. 내가 생각보다 내향적이다. 승완이는 인싸잖아요. 난 학창시절에 반장해본 적도 없고, 전교 일등 해 본 적도 없다. 그런 부분에서 대리만족을 한 것 같다. 승완이는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에 확신이 있어 당차보였다. 그래도 비슷한 게 있다면 나도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면서 밀어 붙이는 면도 있다.”
Q. 다섯 친구 중에 유일하게, 이른바 러브라인이 없었는데.
▷이주명: “그 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로맨스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게 없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로맨스는 다음 작품에서 하면 된다. 방송되면서 응원 많이 받았다. 연기를 하면서도 사랑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배제했다. (최)현욱과 저는 둘 다 신인이다 보니 현장에서 끈끈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화면에서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Q.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이주명: “다들 같은 또래이다 보니 촬영 전부터 재밌겠다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기대보다 훨씬더 재밌게 촬영했다. 김태리, 남주혁은 저에겐 선배님인데 먼저 편하게 대해주었다. 현장 분위기를 리드한 것은 태리 언니였다. 촬영장에서 태리 언니가 각자 잘 준비해서 재밌게 찍어보자고 그랬다.”
Q. 드라마는 1998년 한국을 들쑤셔놓은 IMF의 비극을 바닥에 깔고 있다. 작품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이 언급된다. 본인 주위에 겪은 이야기가 있는지.
▷이주명: “IMF는 너무 어려서 실감을 못했다. 태풍 매미는 기억이 난다. 승완이는 힘든 삶에서도 셋방을 줄 정도로 사는 아이였다. 공부도 잘하고. 엄마도 좋고.”
Q. 승완이만큼 승완이 엄마(소희정)도 씩씩하다. (12회 참조)
▷이주명: “정말 우리 엄마 멋있었다. 승완이는 엄마를 닮았다. 대본을 받고 제일 잘 보이고 싶었던 것이 그 장면이다. 항상 단단해 보였던 승완이지만 그 신에서는 내려놓고 어린 아이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꽁꽁 담아두었던 설움이 터져 나온다. 많은 감정을 한 신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소희정 선배가 리드를 잘해 주셨다. 생각보다 너무 잘 나온 것 같다.”
Q. 승완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본인도 그럴 수 있을까.
▷이주명: “승완이라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저라면 조금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 그러다가 졸업했을 것이다. 그게 더 현실적이잖은가. 대리만족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Q. 교복 입은 연기는 어땠나.
▷이주명: “처음에는 내가 교복을 입고 연기를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교복이 주는 힘이 있다. 시대가 주는 힘도 있었던 것 같다. 대본을 보면서 나는 옛날에 어땠었나 생각 해보았다. 그 당시에는 힘든 것만 같고, 그냥 흘러 보낸 것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감정을 드라마에서 잘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잘 표현해 주셨다. 애틋하고, 아련하고 좋았던 것 같다.”
Q.본인의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이주명: “괴로워하며 공부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매점 뛰어가던 공기가 생각난다. 엎드려 자던 체취도. 그런 게 많이 떠올랐다. 하복 입고 겨울에 이 드라마를 찍었다. 그래서 청량한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Q. 드라마 방송된 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을 것 같다.
▷이주명: “처음에는 카페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신기하고 민망했다. 내가 지승완 맞다고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사랑해주시니 고맙죠. 이야기 나누고 더 만끽하고 싶다. 그래서 ‘예, 저 맞아요’ 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그런다. 인스타 팔로우도 많이 늘었다. 거의 10배. 길을 다닐 때 우리 드라마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될 때 정말 신기했다. 인스타에는 다양한 나라 말로 댓글이 달린다. 영어는 대충 알아보고, 이모티콘으로 느낀다.”
Q. 모델 활동을 하다가 연기자로 방향을 바꿨다.
▷이주명: “모델을 하다가 영상을 다루는 콘텐츠를 많이 찍었다.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사진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찰칵’하면서 프레임에 담기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나의 감정이 담기는 게 재밌었다. 레슨도 받고 준비를 많이 했다. 사실, 모델 일도 우연찮게 시작했었다. 아는 언니가 포토그래퍼였는데 부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었다.”
Q. 모델 활동한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가.
▷이주명: “엄청 도움이 되었다. 모델 일을 하면서 많이 뻔뻔해진 면도 있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작품에서 방송국 예능 피디가 된다. 좋아하는 예능피디가 있는지?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
▷이주명: “재밌는 것 좋아한다. 자기 확신이 있고 위트 있는 예능피디가 되고 싶은 것이다. 아마 나영석 피디 스타일이 제 취향인가 보다. 특히 위트 있는 자막이 마음에 든다. <신서유기> 이런데 나가고 싶다. 자유롭게 놔두시는 그런 콘텐츠가 좋다. 즉흥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Q. 최근 본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면?
▷이주명: “영화든 드라마든 많이 본다. 최근에 ‘그 해 우리는’을 재밌게 봤다. 청춘물의 대명사라 할 만한 것 같다. 이번 작품 때문인지 다른 느낌으로 재밌게 봤다.”
Q. 차기작은? 앞으로 어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가.
▷이주명: “다음 작품으로 결정된 게 없다. 해보고 싶은 것은 로맨스, 로코. 현실적인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면 좋겠다. 그리고 시청자의 판타지를 아예 뒤집는 작품을 해도 재밌을 것 같다. 어쨌든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Q. 좋아하는 연기자, 혹시 롤모델 삼는 배우가 있다면.
▷이주명: “짐 캐리, 아담 드라이브 좋아한다. (짐 캐리?) 위트 있는 코드를 좋아한다. 감정과 표정이 다양하신 것 같고, 망가질 줄 아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또 감정을 확 끌어내려 보여줄 때는 그 감정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Q. 가족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았는지.
▷이주명: “‘스물다섯, 스물 하나’는 부모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전 작품과 모델 할 때는 어색해하셨다. 오글거린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유일하게 너무 좋아하시고 푹 빠졌다. 승완이 이야기 나올 때 전화하신다. 눈물 나게 한다고. 아마도 어머니 이야기가 나와 더 공감하신 것 같다. 지방에서 딸 생각하시느라 더 그럴 것이다.”
Q. 고향이 어딘가.
▷이주명: “부산이다. 해운대 출신이다. (사투리를 전혀 못 느끼겠다) 가족들과 통화하면 네이티브 바로 나온다. 사투리 연기 쓰는 것 자신 있다. 언젠간 한번 보여 드리겠다.”
Q. 이번 작품에 부산 출신 연기자 있다. 펜싱부 김혜은 코치도.
▷이주명: “남주혁 배우도. 현장에서 챙겨주는 것 보다는 이렇게 말한다. ‘너 거기 아나(↗)? 가봤(↗)나?’ 그러더라.”
Q.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이주명: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감사하게도 승완이를 연기하면서 그런 모습을 조금 보여준 것 같다. 어디선가 분명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런 생각이 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의 주위는 아니지만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공감가는, 친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Q.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는 어떻게 기억에 남을까.
▷이주명: “저에겐 제2의 청춘이었다. 학창시절을 두 번 보낼 수는 없다. 흘러가면 끝인데 저는 그 귀한 경험을 두 번하게 되었다. 가슴이 찡하다. 졸업앨범 꺼내보는 느낌이 드는 드라마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반장 지승완을 연기한 이주명을 다음 작품에서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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