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명장이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파란만장한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16일(토)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27회)에서는 오랜 부자(父子) 갈등을 끝낸 이성계(김영철 분)가 이방원(주상욱 분)의 마음을 짐을 덜어주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앞서 이방원은 아들 양녕(이태리 분)과 팽팽하게 대립했다. 양녕은 자꾸 자신과 충녕(김민기 분)을 비교하는 아버지를 향한 반항심을 드러냈다. 이방원과 민씨 가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녕과의 대립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방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글공부를 소홀히 하는 양녕을 꾸짖었다. 급기야 양녕을 올바로 인도하지 못한 서연관들과 경승부의 관리들을 모두 파직시키고, 궁궐 밖으로 내보내 양녕을 고립시켰다. 그럴수록 양녕의 반항심은 더욱 커져 긴장감을 높였다.
민씨는 양녕에게 “원하는 게 있거든 네가 직접 싸워서 얻어 내거라”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전하께선 절대로 널 어쩌지 못하신다. 그게 아들과 싸우는 아비의 한계다. 전하도 그것 때문에 태상왕 전하를 꺾으신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양녕은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결국 이방원은 자신의 뜻을 꺾고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방원은 이성계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성계가 천수를 거의 다한 것 같다는 어의의 말에 울컥해진 이방원은 아버지가 계신 처소를 바라봤다. 양녕과의 일로 심약해진 이방원은 취기를 빌려 이성계의 처소를 찾았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성계에게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비는 이방원의 모습은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마침내 이성계는 이방원과 오랜 부자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성계는 이방원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했고, 술을 한 잔 따라주며 국왕의 책무를 잘 완수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백성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강명한 국왕뿐이오. 이걸 명심해 주시오”라고 말했고, 이방원은 벅찬 감정을 느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처럼 이성계는 이방원의 짐을 덜어주고 작은 방에서 쓸쓸하게 홀로 생을 마감했다. 서기 1408년, 태종 8년. 조선의 창업 군주 태조 이성계는 숨을 거뒀다. 불패의 명장이었던 이성계는, 아들 이방원에게만 두 번이나 패배하며 비극적인 말년을 보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이방원을 국왕으로 인정해 주고, 파란만장한 생을 마쳤다.
양녕은 크게 상심한 이방원을 찾아가 위로했다. 아들에게서 지난날 아버지에게 저질렀던 자신의 모습을 본 이방원은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를 비난했고, 그 눈물에 양녕도 이유 없이 젖어들어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추스른 이방원은 이방과(김명수 분), 양녕과 함께 그간의 슬픔을 털어내듯 성 밖으로 내달렸다. 이방원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자락과 들판, 그리고 마을들을 바라보며 양녕에게 “둘러보거라. 이게 장차 네가 다스릴 나라다”라고 말했다. 벅차오름을 느낀 양녕에게 일련의 변화가 생겼다.
방송 말미, 원경왕후의 아버지 민제(김규철 분)가 숨을 거뒀고 유배로 일단락 지었던 민무구(김태한 분), 민무질(노상보 분)의 문제가 다시 대신들의 입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원경왕후(박진희 분)는 양녕에게 민무구와 민무질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양녕은 그녀의 요청대로 편전에 있는 이방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죄인들의 죄가 무거우니 신하들의 의견을 따라 극형에 처하시옵소서”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해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렇듯 이성계의 죽음과 양녕의 변심(變心)은 조선에 또다시 커다란 변화를 예감케 했다. 궁지에 몰린 민씨 가문이 어떻게 될지, 어머니에게 등을 돌린 양녕은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 다음 회가 더욱 기다려진다.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28회는 17일(오늘)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사진 제공: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