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이 오늘(14일)부터 한국영화박물관(상암동 소재)에서 신규 기획전시 <위대한 유산 : 태흥영화 1984~2004>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24일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원 대표를 추모하고, 그가 설립한 태흥영화사가 한국영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태흥영화사는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총 36편의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다. 태흥영화사가 활동한 시기는 기존의 충무로 영화계 질서가 무너지고 영화제작 자유화, 할리우드 직배 허용, 대기업의 영화 진출, 멀티플렉스 탄생 등 한국영화의 격변기였다.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태흥영화사는 전통적인 충무로 제작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영화의 변화와 도약을 견인한 영화사였다.
<장군의 아들>(임권택,1990년), <서편제>(임권택,1993년) 등 한국영화의 흥행 기록을 수차례 갱신하는 한편,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규형,1987년), <경마장 가는 길>(장선우,1991년), <장미빛 인생>(김홍준,1994년) 등 신진 감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춘향뎐>(임권택,2000년), <취화선>(임권택,2002년) 등으로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초석을 닦았다. 이태원 대표가 이끈 태흥영화사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이자 한국영화 발전을 추동하는 심장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태흥영화사가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제작, 배급과 관련한 총 2,179점의 자료 중 85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태흥영화사의 고난과 영광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물론 당대 영화사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1984년 태흥영화사 설립부터 태흥영화사를 둘러싼 중요한 사건들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불교계와의 대립으로 끝내 제작이 무산된 첫 창립작 <비구니>(1984)와 관련한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태흥영화사 36편의 필모그래피 중 임권택 감독과 함께한 11편의 작품 이야기를 전한다. 네 번째 섹션에서는 신진 감독 기용에 적극적이었던 태흥영화사의 행보를 소개한다.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해외 영화제 진출 관련한 자료를 전시한다. 또한 태흥영화사가 제작한 36편 영화의 포스터와 전단지를 감상할 수 있고,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태흥 영화의 주요장면을 편집한 오마주 영상을 전시장 내 스크린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 미완의 작품, 비운의 영화 <비구니> 전체 영상 공개
자료원이 복원한 태흥영화사의 미완성작 <비구니> 전체 영상을 공개한다. 약 20% 분량이 촬영된 후 제작 중단으로 사라졌던 <비구니> 필름이 2014년 태흥영화사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그 후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의 송길한 작가 특별전을 계기로 한국영상자료원과 전주국제영화제가 협업하여 <비구니>를 디지털 복원하였고, 그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었다. 주인공(김지미)이 출가하기 위해 산사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시작해, 삭발 의식, 전쟁과 피난 풍경,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낯선 트럭운전사에게 몸을 보시하는 장면, 괴로움과 번민을 떨치기 위해 엄동설한에 전라의 상태로 물에 뛰어드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비롯하여 태흥영화사가 소장하고 있는 트로피 등 총 38점을 만나볼 수 있다. 태흥 영화 36편과 다채로운 자료들을 통해 한국영화사에 남긴 태흥영화사의 위대한 유산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오늘 오전에 열린 기획전시회 개막식 행사에는 김수철 작곡가, 배창호 감독, 이명세 감독 등을 비롯해 태흥영화사 이태원 전 대표의 가족 및 동료 영화인들이 참석해 태흥영화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도에 위치한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오늘(14일)부터 9월 25일까지 장기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와 공동 기획으로 태흥영화사 제작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장남>(이두용, 1985년) 등 8편을 상영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5월 10일부터 6월 5일까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규형, 1987년), <장군의 아들>(임권택, 1990년) 등 태흥영화 20편을 상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