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끝날 수 없다. 매듭짓지 못한 역사적 비극을 다룬 또 한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연극 ‘하나코’(작: 김민정 연출: 한태숙)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2015년 연말, 초연 무대에서 전회, 전석매진을 기록한 ‘하나코’는 2016년 창작산실 우수작품 재공연작으로 선정되어 초연의 감동에 현 시대상까지 더해 관객들을 찾아온다.
평생을 숨어 살던 위안부 피해자 ‘한분이’ 할머니는 생애 마지막 소원인 동생을 찾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동생으로 추정되는 렌 할머니가 사는 캄보디아로 떠난다. 여성학자와 방송사PD도 함께 길을 떠난다. 프놈펜에서 만난 렌은 이국적인 외모에다 기억이 오락가락하여 한분이와 자매사이인지 확실한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
한분이 할머니 역은 예수정 배우는 “평생을 음지에서 고통 받으신 그분들을 연극을 통해서라도 양지로 모셔오고 싶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위안부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렌(한금이)’ 역의 전국향은 대사의 대부분이 캄보디아어인 크메르어다. 최근 돌아가신 박차순 할머니부터 이수단 할머니, 작품의 모티브가 된 훈 할머니까지. 고향에 돌아올 수 없어 모국어마저 잊어버린 그들의 애환을 담은 ‘렌(한금이)’을 소화하기 위한 배우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은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극<하나코>는 주인공 ‘한분이’의 기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그러나 참혹한 과거의 상처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현재를 겪어내는 피해당사자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과 갈등을 강조한다.
자신 때문에 일본군‘위안부’로 가게 된 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떠안고 평생을 살아온 한분이와 악몽 같은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고국이 아닌 타향에 갇혀버린 렌.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인물들을 통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어쩌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강한 물음을 던지는 연극<하나코>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연극 ‘하나코’는 7일부터 19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