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4일 한국에서 공식 런칭한 애플TV+(애플티브이플러스)가 김지운 감독의 [브레인]에 이어 다시 한 번 K드라마 영광에 도전한다. [파친코]는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제강점기, 고난의 한국 땅(부산 영도)을 떠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쳐 이야기한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과 한류스타 이민호, 그리고 미국에서 뮤지컬배우와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진하 등이 출연하는 다국적 ‘한국’ 프로젝트이다.
이달 25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되는 8부작 미니시리즈 [파친코]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지난 18일 온라인 방식으로 열렸다. 방송인 안현모의 사회로 열린 행사에는 [파친코]에 출연한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 배우와 코고나다 감독, 수 휴(Soo Hugh) 각본 및 총괄 제작자, 마이클 엘렌버그(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총괄 프로듀서)가 참석하여 한국 취재진의 궁금증에 답변을 펼쳤다.
Q. 이민진 작가의 방대한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면서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코고나다 감독: “작품의 공은 모두 수 휴 총괄제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작가님은 원작의 복잡한 연대기를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옮겨놓았다. 그리고, 공동감독을 맡은 저스틴 전 감독의 공도 컸다. 이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
▷수 휴: “각본을 쓰는 것은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쉽다. 각본을 갖고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은 코고나다 감독 덕분이다.”
Q.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글로벌한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한국 연기자들과 작업 경험은 어땠나.
▷코고나다 감독: “이 작품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다루긴 했지만 모두에게 통하는 내용이다. 지금도 많은 이민자와 가족들이 생존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 모두에게 이것이 현재 진행형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수 휴 총괄제작: “감독님이 답변을 잘해주셨다. 우리는 매일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역사책같이 딱딱한 이야기는 하지말자고 했다. 사랑이나 모성애, 감성 같은 우리의 감정이 고스란히 시청자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게 느껴졌다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클 엘렌버그(총괄 프로듀서): “첨언하자면, 한국의 이야기가 글로벌한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되었다. 이 작품의 특별한 지점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서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동떨어진 시대라 아니라 현재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는 보편적 정서, 역사를 전해주기 위해 더 철저하게 고증하려고 노력했다.”
▷테레사 강 로우(총괄 프로듀서): “이 작품에서 특별한 것은 여성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한 가정의 중심에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의 중심으로 이후 세대가 이어진다.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모든 가족마다, 저 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Q. 전작 헐리우드 작품 [미나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윤여정: “글쎄요. 작품을 보시고 직접 찾아보세요. 둘다 이민 가족을 다루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연기를 할 때 자신의 역할에 대해 리서치를 많이 하는 배우가 있는데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주어진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역경에 빠졌을 때 그것이 역경인줄 모른다. 단지 그 때는 헤쳐 나가는 데 정신을 쏟는다. 어쨌든 [미나리]와 [파친코]는 이야기가 다르다. 시간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Q. 윤여정 배우의 어떤 모습을 화면에 담고 싶었나.
▷코고나다 감독: “모든 표정에서 이야기가 살아있다. 윤여정 배우의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 펼치는 섬세한 연기에 감동했다. 그 표정과 연기력, 미스터리함을 카메라에 더 담고 싶었다.”
Q. 이민호 배우는 작품에서 눈에 띠는 슈트 핏을 선보인다. [파친코] 출연 소감은?
▷이민호: “여기 LA에서 인사드리게 되어 특별한 것 같다. 옷이란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방어하기도 하고, 나를 더 강하게 표현하는 무기 같은 수단 같았다. 작품을 통해 많은 옷을 입어봤고, 그 옷을 통해 ‘현수’의 신분을 숨기기도 하고 돋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Q.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다. 사투리 연기도 훌륭했다. 캐스팅 과정이 어땠는지.
▷김민하: “오디션을 3~4개월 본 것 같다. 인터뷰를 많이 했다. 영혼을 짜내며 연기를 한 것 같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두 분이 공통적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하고, 숨을 쉬라’고 말했다. [파친코]에서는 연기를 한 것뿐만 아니라 저를 돌아본 시간도 된 것 같다. 저를 알아가는 값진 시간이었다.”
Q. 작품에서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세 나라 말을 한다. 어렵지 않았는지.
▷진하: “(한국어로)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농담이고 사실 어려웠다. (이후 영어로) 세 나라 말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보람 있는 일이었다. ‘솔로몬 백’ 같이 복합적인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그런 언어적 문제가 필수적 요소였다. 힘들어도 일본어를 꼭 배우고 싶었다. 자이니치 커뮤니티에서는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솔로몬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Q.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을 옮기면서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코고나다 감독: “그건 수 휴와 꼭 함께 해야 했던 것이다. 처음 모여 회의를 할 때가 떠오른다.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 수휴가 리서치를 너무 많이 했기에 대학원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수 휴: “80년의 역사가 책에 나온다. 그것을 빼놓고 쓸 수는 없다. 영화에선 1989년의 솔로몬이 등장하지만, 이미 그 이전 시대인 1915년에서 1989년까지의 모든 역사가 일어났다는 설정이다. 각본을 쓸 때 인물에 몰입해야하는데 선자의 인생, 일본으로 건너가는 모든 과정이 어땠을까 몰입을 했다. 완벽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딱딱한 역사책으로 읽히기는 지양했다.”
Q. 촬영과정이나 로케이션 과정은 어땠는지.
▷수휴: “사진을 참조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때 사진은 많지 않았다. 그 시절, 그 곳의 사람들은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입장이었다. 의상팀과 함께 그 당시를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Q. 개봉되기 전이지만 시사반응이 좋다. 소감은.
▷코고나다 감독: “이런 야심적인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게 해준 애플TV플러스에 감사드린다. 수휴의 각본이 결정적이었다. 다이내믹하게,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세 개의 언어로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윤여정: ”나이든 배우의 입장에서 볼 때 걱정한 것은 플래시백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소설은 쭉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걸 어떻게 화면에 담을지 걱정했었다. 첫 에피소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펜데믹동안 마스크 쓰고 고생했다. 굉장히 잘 봤다. 그런데 난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게 싫다. 왜 저렇게 (연기)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친코]에서는 내가 조금 나온다. 정말 잘 했다.“
▷이민호: “이런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김민하: “부담감이 많았다. 우리 작품을 기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다.”
▷진하: “여기서 한국말 듣고, 영어 하고 하니 헷갈린다. 정말 기쁘다. 쇼크 상태이다. 지난 며칠 정말 신났다. 열심히 일한 프로젝트를 보여드리게 되어 기쁘다. 지난 6개월 다른 프로젝트를 하다가 여기 와서 그런지 정신이 없지만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Q. 이 영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윤여정: “영화평론가가 아니어서 무슨 대답을 할수 있을까. 플래시백으로 왔다 갔다 해서 시청자들이 다 알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1인치 자막만 넘으면 큰 세상이 열린다’고 말했었다. 이 작품도 그럴 것이다. 굉장히 흥미롭게 역사를 전해준다. 사실, 자이니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애플 때문에 알게 되었다. 우리가 여태 몰랐던 걸 많이 느끼게 해 주었다.”
Q. [파친코]를 함께 한 소감.
▷진하: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 두 감독과 함께 한 것은 영광이었다. 8회를 두 분이 감독했다. 미국에선 드라마를 찍을 때 많은 감독과 작업해서 적응하기 어려운데, 두 분과 함께 하니 더 친밀하게 작업한 것 같다. 4시간짜리 영화를 두 편 찍었다고 생각한다.”
▷김민하: “감독님과 진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삼촌 같이 느껴진다.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코고나다 감독: “수 휴 총괄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이런 작업이 가능했다. 두 감독이 편집 제작하는 과정에서 하나로 묶어준 역할을 했다. 수휴는 겸손하게 각본가라고만 말하는데 정말 천재적이다. 서사를 완벽하게 계획하고 기획해 주었다. 함께 작업한 게 영광이다.”
▷윤여정: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소설에는 선자가 고향을 방문하는 장면이 없다. 내가 선자라면 (그 옛날의 자기 고향을) 아들하고 한번 돌아가 보고 싶을 것이다. 어린 선자가 해녀로 바다에 들어갈 때,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같이 숨 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렀다. 한국인은 알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도쿄 언니 만나는 장면도 그렇다. (소설에는 없지만 영화엔 집어넣은) 수휴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민호: “특정 국가나 특정 언어를 넘어 모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울림이 되는 내용이다. 3월 25일 공개되니 많은 시청 기대한다.”
▷진하: “시청자께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몰입해서 자신이 어떤지 생각해 보시는 시간이 될 것이다.”
▷코고나다 감독: “전 세계 시청자에게 비슷한 울림을 줄 것이다. 한국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입할 것이다. 제가 빅토르 위고에게 느꼈던 감동을 여러분이 느끼기를.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진하 배우, 출연할거죠?” (진하 배우는 영화배우이자 뮤지컬배우이기도 하다. [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와 [해밀턴] 무대에 올랐었다.)
"굉장히 슬프기에 휴지를 꼭 준비해 달라"(테레사 강 프로듀서)는 [파친코]는 애플TV플러스에서 오는 25일(금) 1회에서 3회까지 공개되며, 이후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1회씩 추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