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목)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완도 봄 바다가 차린 풍성한 밥상을 만나다.
2021년 봄, 미 항공우주국(NASA) 싸이트에 오른 한 장의 인공위성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반도 남쪽 다도해의 무수한 섬 사이를 메운 빗금 모양의 해역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완도 해조류 양식장이다. 완도는 오래전부터 해조류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곳. 완도를 찾아 김, 미역, 다시마, 매생이 등 익숙한 해조류부터 넓패, 참모자반, 불등풀가사리 등 독특한 해조류까지, 푸른 생명의 맛을 만나본다.
평일도는 잔잔한 바다 덕에 갯벌과 해조류 숲이 풍부해 미역과 다시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고. 30년차 능숙한 ‘바다 농사꾼’ 유재철 씨가 오늘도 바다로 나섰다. 미역에는 암수가 있는데. 끝이 둥글면 암컷, 길고 뾰족하면 수컷이라고. 그런데 배에 미역을 잔뜩 싣고 도착한 곳은 전복 양식장이다. 미역과 다시마가 나는 초봄은 전복이 살을 찌우는 시기. 겨울에는 미역을 먹이로, 여름에는 다시마를 먹여 전복을 키운다고.
미역보다 제철이 조금 늦게 오는 다시마는 한창 잎을 솎아주는 때인데. 4~50개가 자라는 다시마 잎을 6~7개만 남기고 솎아준다. 다시마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데. 이때 솎아낸 다시마는 여리고 향긋해 쌈으로 먹기 제격이라고.
재철 씨가 바다에서 거둔 것들로 한 상 차리겠다는 아내 유은영 씨. 전복과 다시마를 아낌없이 넣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다시마영양밥, 미역을 불려 달달 볶다가 보얀 국물이 우러나도록 끓인 전복미역국은 며칠을 두고 먹어도 맛있단다. 이밖에도 다시마를 채 썰어 넣어 씹는 맛이 일품인 다시마잡채, 삼겹살과 전복을 다시마에 싸 먹는 다시마쌈. 부부가 오랜 세월 품고 살아온 평일도의 바다가 내어준 밥상에 함께 해본다.
싱싱한 감태에 액젓, 소금을 넣고 치대다가 삭힌 고추, 달래를 쫑쫑 썰어 넣으면 쌉싸래한 맛이 겨우내 잃은 입맛을 찾아준다는 감태지. 팔팔 끓어도 김이 나지 않아 미운 사위에게 준다는 속담이 있는 매생이로는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넣고 물기 없이 ‘덖어’ 매생이굴덖음을 만든다. 여기에 완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색한다는 ‘갯국’도 끓인다. 너푸(넓패), 불등풀가사리, 돌김 등 바위에 붙은 자연산 해초를 긁어와 된장을 풀고 끓이는 것. 그밖에도 김치에만 넣는 게 아쉬워 만들어낸 청각부각, 곱게 물들인 연근으로 장식한 김부각이며. 묵은지에 톳, 세모가사리 등의 해초를 듬뿍 넣어 만든 해초김밥까지. 누구라도 완도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해초요리들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