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수십 팀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하는 가운데 음악 프로그램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이들은 극소수에 해당한다. 아이돌이라는 부푼 꿈을 꾸고 데뷔를 했으나 대중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거나 구설수에 올라 꿈을 어린 나이에 접어야 하는 이들도 대다수다.
하지만 여기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그룹이 있다. '롤린'을 부른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에 이어 층간 소음 유발 댄스로 화제를 모으는 그룹, 네이처다.
네이처는 지난 2018년 8월 싱글 1집 '기분 좋아'로 데뷔한 걸그룹으로 한국인 7명, 중국인 1명, 일본인 1명으로 이뤄졌으며 소속 멤버 중 소희와 채빈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에 지난 1월 8일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채널에서 이전 예능 '음악의 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가 등장했다. 네.이.처('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의 줄임말)라는 콘텐츠로 걸그룹 네이처가 망하지 않기 위해 직접 음원을 만드는 과정을 유머스럽게 보여준 것이다.
콘텐츠는 정말로 다 내려놓은 멤버들의 모습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기존 아이돌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가는 모습들로 채워지며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멤버들은 자신의 솔직한 의견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나이도 솔직히 우리가 어리지는 않잖아. 어떻게 보면 소희 언니는 곧 있으면 결혼할 나이야", "이러려고 내가 일본에서 왔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대에서 빛나고 싶은데 그런데 우리 연습실 화장실 불도 나보다 빛난다"며 농담을 던지는 멤버들의 모습은 애잔하지만 동시에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유머를 선사한다.
이후 그들은 사직서를 들고 사장님을 찾아가 승부를 보고 사직서를 무르는 대신 자체적으로 음원을 제작할 수 있게 허락을 받게 된다. 이후 벌어지는 그들의 고군분투는 비록 모큐멘터리의 형식이고 진짜 의견보다는 대사로 이뤄진 콘텐츠이지만 흐름 안에는 걸그룹으로서의 절박함과 진실성이 담겨 있다.
평균 10만 회에서 40만 회 조회 수(2022년 3월 7일 기준)를 기록했던 이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실제로 이후 지난 1월 24일 신곡 'RICA RICA'과 함께 오랜 공백기를 깨고 앨범을 발매해 리스너들과 만나게 됐다. 1년 6개월 만에 컴백한 그들은 데뷔 4년 차의 걸그룹으로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절박함이라는 노력 끝에 얻어낸 큰 기회다.
'RICA RICA'는 퀄리티가 뛰어난 곡으로 평가받기보다는 이른 바 '층간 소음 유발 댄스'로 사람들의 중독성을 이끌어냈다.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가사와 춤, 그리고 묘하게 중독되는 안무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냈다. 특히 '롤린'을 역주행시킨 일등 공신 중 하나인 유튜버 '비디터'의 채널에도 지난 2월 27일 댓글 모음 영상이 올라오며 약 68만 여회(3월 7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실제 주거 공간의 거실에서 스타들의 커버 댄스 영상을 찍은 일명, '거실 뱅크' 영상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 땡깡의 유쾌한 커버 댄스 영상도 공개되며 '리카 리카'는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지난해 '롤린'으로 역주행 신화를 일으켰던 브레이브걸스의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운이 아니라 평소 '위문열차' 무대를 비롯한 여러 행사를 돌면서 팬들을 진심으로 아꼈던 모습들이 포착되면서 SNS 상으로 퍼져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아이돌들이 대형 기획사의 큰 지원을 받거나 홍보의 기회를 크게 가질 순 없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으면서도 뜨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돌들에게는 박수를 쳐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니 네이처, 앞으로 더 열심히 달리길 바란다. 경쟁이 치열한 이 험난한 가요계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자신을 내놓는 용기를 가진 사람에게 이길 자는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그들의 앞길을 응원하고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