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개봉된 뮤지컬 로맨스 <시라노>가 원작과는 다른 설정으로 영화팬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라노>는 사랑을 대신 써주는 남자 ‘시라노(피터 딘클리지)’와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여자 ‘록산(헤일리 베넷)’, 사랑의 시를 빌려 쓴 남자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의 엇갈린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프랑스 고전 희곡 ‘시라노 드 벨쥬락’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화려한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스크린에 펼쳐낸다.
원작 ‘시라노 드 벨쥬락’은 그동안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여러 차례 제작되어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작품 <시라노>는 한번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캐릭터 설정부터 뮤지컬 영화로서의 주요 장치인 음악, 그리고 조 라이트 감독의 연출까지, 세 가지 요소에 과감한 변주를 시도해 원작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시라노의 컴플렉스는?
원작에서 크고 휘어진 코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시라노는 이번 작품에서 작은 키로 설정을 달리 한다. 용맹한 군인이지만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로 록산을 향한 오랜 사랑을 감춰온 시라노는 132cm의 배우 피터 딘클리지의 대체 불가한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특히 피터 딘클린지는 우수 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깊은 눈빛, 그리고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시라노의 순애보적인 로맨스를 표현하며 여심을 자극, 전세계 관객들로부터 끝없는 극찬을 받고 있다.
● "Someone to say~"
미국 록밴드 더 내셔널이 작사 작곡한 뮤지컬 영화 <시라노>의 모든 음악들은 ‘시대극’, ‘뮤지컬 영화’ 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형식을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전체 넘버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록산의 ‘Someone to say’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세 인물의 독백이 담긴 ‘Every Letter’는 관능적이고 섹시한 분위기를, 전쟁씬에서 죽음을 앞둔 세 명의 병사가 부른 ‘Wherever I Fall-pt. 1’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극장 밖을 나서는 순간까지 귓가에 맴돌게 한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시라노>의 음악에 대해 “영화를 보고 ‘몇 년간 이렇게 삽입곡이 좋았던 뮤지컬 영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라노>의 음악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 조 라이트 감독의 미장센
원작에서 볼 수 없던 영화 <시라노>만의 특장점이자 이 작품만의 최고의 미덕은 단연코 조 라이트 감독의 연출력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 등 시대극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조 라이트 감독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사랑한 자신만의 감각을 <시라노>에 오롯이 쏟아냈다.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적이고 화려한 분위기를 구현한 로케이션과 의상 소품 등은 물론, 빛과 특수 효과 등을 절묘하게 활용한 <시라노>의 장면들은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경이롭고 황홀한 기분을 안겨준다. 크리스티앙을 연기한 배우 켈빈 해리슨 주니어는 “<시라노>의 분위기는 꼭 연인과의 밤 데이트 같다. 멋진 액션, 아름다운 드레스, 하늘에서 떨어지는 편지들, 결코 잊을 수 없는 음악까지 담겼다”며 조 라이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에 대해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