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행'과 '킹덤'에 이어 또 한 번 'K좀비'의 매력을 듬뿍 발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시청자에게는 '고3'의 고민과 학생-운동선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양궁선수로 열심히 좀비 사냥에 나섰던 효산고등학교 양궁부 주장 장하리를 연기한 하승리 배우를 만나 '넷플릭스' 소감을 들어보았다.
Q. 오디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장하리 역으로 캐스팅되고나서 든 첫 생각은?
▷하승리: “다른 친구들보다 오디션을 늦게 본 상황이었다. 처음엔 공통 지정 대본으로 '온조'와 '나연' 캐릭터를 읽었다. 그 후에 감독님이 저에게 어울릴만한 캐릭터로 현장대본을 주셨고 그게 지금의 하리였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서는 양궁을 배울 생각에 신이 났고 같이 호흡을 맞출 배우들은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모든 게 신기했어요.”
Q. 원작 웹툰은 읽어보셨는지, 캐스팅되고 나서 장하리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셨는지. 원작과 달라진 점도 잠깐 소개한다면.
▷하승리: “웹툰은 이미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고 오디션 준비 중에 다시 한 번 정주행 했다. 원작의 하리는 생각과 걱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성장형 캐릭터라면 드라마에서의 하리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선 단순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였다. 어른스럽고 단단해 보이지만 속엔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하리가 웅크리고 있다. 원작과 설정들이 다르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보다 부담감은 덜 했다. 나만의 하리로 만들어가면 되니까.”
Q. 양궁 연습은 어떻게 했는지. 활을 잡아본 소감은?
▷하승리: “현대모비스 여자양궁단에 가서 직접 코칭을 받았다. 스케쥴은 주로 연출팀에서 조율해 주었다. 양궁 선수분들도 많이 가르쳐주셨고 양창훈 감독님과 신우철 코치님이 많은 가르침을 주셨죠. 선수분들이 활을 너무 쉽게 당기길래 저도 당연히 바로 당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어우 근데 그건 말도 안 되더라. 과거에 운동하셨던 저희 매니저 오빠도 부들부들 떨면서 당기셨고 아예 당기지 못 하는 남자분들도 계셨다.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감을 익혀야 가능하더라. 생각보다 양궁이 저랑 잘 맞아서 재미있었다.”
Q. 이른바 양궁팀 배우들은 학생들로 사선을 함께 넘은 전우이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이야기.
▷하승리: “처음엔 저보다 동생들이라 내가 이 그룹을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었다. 그전엔 어딜 가든 저도 항상 막내였으니까 누군가에게 언니, 누나가 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리드는커녕 각자 너무 잘 하는 친구들이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호은이가 다 올려줬다. 덕분에 저는 즐겁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하승리: “좀비 배우분들과 하는 액션. 때리는 사람보다 맞는 사람이 마음 편하다고. 정말 너무 긴장되고 걱정됐다. 나의 미숙한 컨트롤로 상대 배우분이 다치시면 어떡하지? 아무리 액션을 많이 해 오신 프로들이라도 맞으면 아픈 건 똑같을 텐데. 그런데 상대 배우들이 합도 정말 잘 맞춰주시고 모든 걸 저에게 편한 걸로 배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액션도 확실하게 배워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공개 뒤 '하승리'나 '장하리'에 대한 댓글을 보았는지.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있는지.
▷하승리: “‘주접 댓글’이라나 그런 글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언니 연기도 너무 잘 하시고 활도 너무 잘 쏘시는데 언니가 제일 잘 하는 건 얼굴이에요.'라는 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너무 귀엽고 민망하기도 하다.”
Q.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대사나 상황이 있다면 무엇인지.
▷하승리: “하리가 온조에게 했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면 그 사람은 꼭 천국 간대'라는 대사가 고등학생의 그 순수한 마음도 보이고 너무 아프고 예쁜 대사인 거 같다. 그 대사가 실제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Q. 효산고는 지옥이었다. 자신의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하승리: “저는 항상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연기 생활을 해왔던 터라 주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그래서 더 말이 없고 주변에 무관심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Q. 데뷔작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혹시 그 어릴 적 시절, 촬영장에 다니던 시절 기억에 남는 게 있는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하승리 배우는 5살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첫 역할은 시청률 50%를 넘겼던 화제의 드라마 '청춘의 덫'(SBS)에서 심은하와 이종원의 딸이었다)
▷하승리: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거의 없다. 대부분 어머니나 관계자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지금 저에게 보여주시는 많은 관심들에, 보이는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감사한 마음만 담아서 지금처럼 걸어 나가고 싶다. 조급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아껴주며 오래 연기하고 싶다.”
Q. 혹시 활 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중 가장 멋있었다고 생각되는 작품, 배우가 있다면.
▷하승리: “대본을 보고 처음 생각난 건 <괴물>의 배두나 배우님이었다. 저뿐만이 아니라 대본을 본 대부분의 사람이 한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헝거 게임>의 '캣니스 에버딘'도 평소 너무 좋아했다. 워낙 제니퍼 로렌스 배우도 좋아했었고.”
Q.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활 솜씨는 더 늘어났을까?
▷하승리: “활은 계속 쏠 테지만 활 솜씨가 더 늘어났을지는 모르겠다. 활을 쏠 때마다 하리가 죽였던 친구들이 생각나 큰 슬럼프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살아남은 친구들 모두 이미 좀비를 겪어봤으니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무작정 맞서는 모습보단 두뇌 플레이에도 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Q.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 중 혹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하승리: “원래 <월드 워 Z> 재미있게 봤었고 촬영 전에도 다시 봤었고 최근에는 오랜만에 <웜 바디스>를 다시 봤다. 다시 봐도 귀엽고 재미있더라.”
Q. 양궁 연습과 좀비 몸 꺾이는 것 연습 중 어느 게 더 어려웠을까요. 좀비 연기하는 친구들 보고 든 소감.
▷하승리: “저라면 좀비 연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 같다. 좀비 연기했던 친구들이 거울보고 좀비 표정과 소리를 연습하는데 자의식이 들어 힘들었다고 하더라. 몸 꺾는 것도 일단 몸을 잘 써야 하는 본인도 보는 사람들도 진짜라고 믿어질 텐데. 저는 몸을 정말 못쓰거든요.”
Q.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하승리: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건 없지만 올해 안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제공= 제이윈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