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가 3월 9일 치러진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5년 전 다이나믹했던 대한민국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영화 한 편이 곧 개봉된다. 기자출신의 라디오방송 진행자 주진우와 충무로 중견 영화배우 김의성이 공동 감독한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이다. [나의 촛불]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광장을 환하게 밝힌 촛불의 주역인 시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치인과 언론인이 등장한다. 손석희 JTBC 사장, 윤석열 검사, 이재명 도지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 당 대표, 그리고 지금도 뉴스 화면을 장식하는 유명 정치인들이 출연하여 촛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10일(목) 개봉을 앞둔 ‘나의 촛불’의 김의성-주진우 감독을 만나 ‘촛불’과 ‘민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달 24일 화상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익히 알려진대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치적 스탠스,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주진우 기자와 김의성 배우는 “절실함과 절박함을 담았다. 우리의 이야기다”며 인터뷰 말문을 열었다. 취재판에서, 마이크 앞에서, 충무로에서 나름 목소리를 높이던 ‘인싸’지만 개봉을 앞둔 영화감독의 초조함을 숨기지는 못했다.
Q. 영화에 등장하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인터뷰 하는 일반시민들의 이름과 직책이 자막으로 나온다 그런데 유독 이정현 의원은 소개가 따로 없었다. 엔딩 크레딧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이유가 있는지.
▶주진우: “이정현의 의원의 경우 인터뷰를 따로 하지는 못했다. 자료 화면으로 나와서 이름이 없다. 자세히도 보셨네요.”
▶김의성: “이정현 의원은 꼭 인터뷰 하고 싶었는데 담지를 못했다. 안타까웠다. 다른 영상이 많았는데 너무 비싸서 못 담았다.”
▶주진우:“영상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가 저희한테는 영상을 안 팔아요.”
Q. 원래 2020년 개봉할 예정이었다는데, 이렇게 개봉이 미뤄지다가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게 되었다. 타이밍을 맞춘 것인지.
▶김의성: “코로나 시국으로 개봉 타임을 못 잡다가 지금에 이른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운명의 장난인 것 같다. 이번 대선에 후보로 나서는 분들도 등장한다.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다.”
▶주진우: “속상하기도 하다. 너무 속상하다. 그런데 요즘 뉴스엔 무속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그 이야기가 너무 재밌잖아요. 김모 여사(김건희씨를 지칭)에게 항의하고 싶다.”
Q. 작품에 등장할만한 인물은 다 나온 것 같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인물은 없는지.
▶김의성: “꼭 출연했으면 하는 인물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었다. 꼭 인터뷰하고 싶었다. 정유라도. 정유라가 갈만한 곳에는 다 찾아갔다. 최순실 측근도 많이 만났다. 어떤 분들은 인터뷰를 약속하고는 결국 펑크를 내기도 했다.”
▶주진우: “최순실을 꼭 넣고 싶었지만 감옥 가서 못 했다.”
Q.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등 이번 대선후보가 모두 화면에 등장한다. 더 공개할 비하인드 컷이 있는지.
▶김의성: “윤석열 검사는 그때 특검팀 검사였다. 그가 지금 야당의 대선후보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개봉시점과 관련하여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데 너무 억울하다. 윤석열씨나 이재명씨나 우리 작품에 나와 화제가 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눈곱만큼 작다. 많은 관계자들의 한 사람일 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다. 꼭 윤석열이 아니어도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주진우: “그들의 행보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서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당시 그들이 한 인터뷰 내용이 궁금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그 시점에 촛불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박근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역사에 남겨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시민혁명과도 같은 현장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연출하면서 가장 고민하고 경계한 부분이 있다면.
▶김의성: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할까 생각했다. 결국은 촛불의 힘을 거역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본다. 나라의 주인은 결국 시민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시민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작품을 이끌고 가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Q. 인터뷰하는 시민은 어떻게 선정되었나.
▶김&주: “개인 SNS로 자기만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찾았다. 이야기나 동영상 자료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셨다.”
▶주진우: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보고 화가 난 시민이 LED촛불을 만들어 시위에 참여하셨다. 그 사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16년 11월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지게 되어 있다”는 희대의 발언을 남긴다.)
Q. 영화개봉을 앞두고 예고편에서 ‘도리도리’라는 자막을 사용했다. 작품을 희화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김&주: “이래도 되나 생각했지만 3년 전에도 지금의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화법이나 모습은 재미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도 ‘쩍벌’ 모습은 자제했다. 너무 심해서. 3년 전의 영상에서 보여준 행동을 지금 보는 것도 흥미롭다. 풀 영상으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나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Q. 박지원 국정원장과 추미애 (전) 의원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터뷰 과정에서 정치인의 특별한 모습을 본 것이 있다면. (촛불시국 당시 추미애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였고, 박지원은 국민의 당 대표로 여의도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이끌었다)
▶김&주 : “박지원 원장은 (인터뷰) 당시 점 빼는 수술을 해서 한사코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했다. 지워주겠다고 약속하며 겨우 찍었다. 추미애 대표는 당시 몸이 안 좋아 인터뷰를 한 차례 취소했다가 인터뷰를 완성했다. 홍준표 의원은 촛불(관련 인터뷰)은 못한다면 ‘도망갔다’. 나경원 의원도(인터뷰를 거부했다).”
● “국민은 위대하다”
Q. 촛불시위에 대해 가장 정의를 잘 내린 정치인은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인 것 같다. ‘대의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을 직접민주주의가 채워 넣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감독님의 촛불혁명에 대한 의의를 정의한다면?
▶김의성: “그 말에 동의한다. 고도로 민주화를 이룬 한국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 직접 민주주의인 것 같다. 국민이 끝까지 밀어붙여서 탄핵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주진우:“나는 개인적으로 MB 취재를 오래 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중은 항상 옳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까. 그런데 촛불의 과정을 보면서 ‘국민은 위대하다’, ‘이 역사의 주인공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나머지는 국민의 뜻에 따라 밀려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확신을 주었다.”
Q. 연출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주진우: “도망가고 싶었다.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하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Q. 또다시 대선시국이 돌아왔다. 관전평을 하자면.
▶김의성: “사상 최강의 후보와 사상 최악의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펼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Q. ‘나의 촛불’ 개봉을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훌쩍 뛰어 넘었다.
▶김의성: “영화 자체보다는 촛불혁명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이 그것을 다시 일깨워준 것 같다. 기특하게 보고 지지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주진우 감독은 이제 연출은 안할 것이라고 했는데.
▶주진우: “절대 안할 것이다. 찍어놓은 것이 많아서 아까운 게 사실이다. 영화라는 것은 천재적인 인물의 고통의 소산 같다. 저 같은 날라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Q. 마지막에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 한국의 촛불정국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를 볼 수 있다. 작년 미얀마 사태와 우리의 광주의 경우와 비교하여, 서울의 촛불이 단시간에, 희생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김의성: “홍콩의 우산혁명을 현장에서 보았다. 우리의 촛불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종특’ 아닐까. 한국인은 임계점이 넘으면 다 뛰어나와 떠든다. 반대편의 정치인들이 무서워하는 지점이다. 정치인들은 그렇게 국민의 선택에 신경을 쓴다. 그 두 가지가 결합하며 기기묘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이런 상황이 10년, 20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것 같다. ‘종특’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위대한 국민들의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두 사람은 그동안 영화계에서, 언론계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광의의 의미로 보면 오래 전부터 정치를 한 셈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주역으로 나설 생각은 없는지.
▶김의성: “나는 생활 속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미디어를 통해 말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말로 하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좀 더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한다. 세상 모든 일에 말로 참견하는 게..”
▶주진우: “저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 사회가 좀 더 나아지는데 맨 앞에서 돌 던지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 이젠 할 만큼 했고, 기사 쓸 만큼 썼다. 직접 나서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다를 것이다.”
Q. 이 작품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동료연예인이 있는지.
▶주진우: “연예인은 다 말하고 싶은데. 이 작품은 국민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김건희씨가 꼭 보셨으면 한다. 점 같은 것 보지 말고.”
▶김의성: “정우성 배우가 봐주시고 개인적인 소견을 날카롭게 말해 주었으면 한다. 애정하는 고아성 배우도 보셨으면 한다. 대선후보들도 이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다.”
Q. 두 분 서로에 대한 평을 하자면.
▶주진우: “김의성 배우는 제가 존경하는 형이다. 오랫동안 인연이 있었다. 존경심이 있었는데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영화를 한편 같이 만들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든든하게 지켜주는 저의 존경하는, 좋아하는 형이다.”
▶김의성: “주진우는 이상한 사람이다. 다 아실 거다. 같이 지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정신계의 한 부분이 고등학교 2학년인 것 같다. 이상하게 행동하고, 겁이 없다. 겁이 나도 행동을 옮긴다. 그런 점이 그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보이게 한다.”
Q.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김의성: “저의 영화와 유사한 결을 가진 작품이다.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홍콩의 우산혁명을 다룬 작품이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진우: “지난해 화제가 된 ‘디.피’. 인상적으로 봤다. 사실 드라마나 TV를 잘 안 본다. 그런데 촛불 다큐를 준비하면서 영상 공부를 위해 열심히 보았다. ‘디.피.’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워낙 묵직해서 추천합니다.”
Q. 사회가 나아지도록 노력했고, 할 만큼 하셨다고 말했다. 다른 자리에서 역할을 계속 할 것인지.
▶주진우: “뒤에서 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분담하고 싶다. 탐사보도 기자로 20년을 살았다. 취재는 늘 하는데 글을 쓰지는 않았다. 다른 쪽으로 바꿔보고 싶다. 역할을 다른 자리로 옮겨볼까 생각한다.”
Q.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되었다. 소감은.
▶김의성: “이것도 저의 영화의 운명인 모양이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났으니 차분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탄핵으로 박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 사면은 촛불의 배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Q. 언론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 시대 언론의 역할이 뭐라고 보는가.
▶주진우: “언론이 정말 엉망이다. 기레기 소리를 들을만하다. 그나마 좋아지고 나아진 것이다. (기자의 수준이) 국민의식에서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비판과 지탄을 받는다. 온라인과 유튜브에서 많이 소비되는데 그럴수록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세상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언론인들이 자각해서 국민수준에 맞는, 눈높이에 맞춰야한다. 모든 언론이 촛불에 대해 폄하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할 만큼 했다. 언론이 참회하고 각성해야할 것이다. 항상 기도하고 있다.”
2016년 10월 24일, JTBC는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등 문건 받아 수정”이라는 최순실 태블릿PC를 최초로 보도했다. 이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는 2만 명의 시민이 모여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시위를 펼쳤다. ‘1차 촛불집회’로 기록된다. 그 후 2017년 4월 29일 광화문에 5만 명이 모인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렸다. 해를 넘기며 계절을 가로지르며 스물 세 차례 이어진 릴레이 집회를 통해 연인원 1700만 명이 ‘촛불혁명’에 동참했다. 주진우 기자와 김의성 배우는 ‘감독’의 눈으로 ‘촛불’의 의미를 다큐멘터리로 완성한 것이다. <나의 촛불>은 2월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