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6일)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의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올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감독들 중 한 명이다. 전작 '불한당'에 이어 설경구 배우와 다시 한번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이번 작품은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설경구 분)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변성현 감독은 두 배우들의 브로맨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너지를 증폭시킴과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정치 영화를 만들어냈다.
Q. 2022년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감독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킹메이커'를 선보임과 동시에 차기작 작업까지, 이번 해 영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소감이 궁금하다.
(웃음)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개봉해야 할 영화가 순차적으로 개봉을 하고 2022년에 의도치 않게 바빠졌다. 일단은 개봉해서 너무 좋고, 시기적으로 힘든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공들여 찍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좋다. 오늘도 촬영하다가 강원도에서 인터뷰를 하러 왔다.
Q. 전작 '불한당'이 인기가 많았던 만큼 이번 작품의 흥행 여부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마니아 분들이 많이 생겼고 나뿐만 아니라 설경구 선배님도 마찬가지고 스태프들도 같은 사람들이어서 압박이 많았다. 나나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자평으로는 우리는 '불한당'보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찍은 영화 중에는 제일 만족하고 있다.
Q. 연출에 있어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야말로 김운범과 서창대 사이의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것만 같았다.
빛과 그림자가 표현하는 것이 욕망일 수도 있다. 그림자가 어둠이고 빛이 밝은 것을 뜻할 수 있지만 빛은 반대로 욕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서창대가 욕망을 드러낼 때 얼굴에 빛이 비치지 않나. 여러 가지를 드러낼 때 빛과 그림자를 사용했다.
Q. '킹메이커'는 관객들에게 친절한 영화다. 그만큼 연출에 있어서 당대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게 실제 과거 영상 자료처럼 찍힌 장면이나 만담이 등장하는 식으로 컷이 넘어가서 관객 입장에서 지루하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연출은 어떠한 의도를 담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감사하다. 이 영화가 6-70년대 배경이기에 선거 방식도 다르고 관심 없는 사람들은 경선이 대선 아니냐고 이야기를 하더라. 이전 것들을 사전 정보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만담도 그중 한 부분이었고 신민당 인물 관계도를 보여준다든지 등의 방식을 넣었다. 설명하는 캐릭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시나리오 쓰면서부터 많이 생각을 했는데 다른 분들도 친절하게 느껴주셔서 감사하다. 그만큼 그쪽에 많이 공들였다.
Q. 주연 배우 이외에도 신민당에 속한 일원들의 연기력이 인상 깊었다.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에 특별한 디렉팅이 있었는가, 아니면 배우들의 역량이 컸는가?
디렉팅은 있었지만 배우들의 역량이 컸다. 워낙 김성오 선배나 흔히 이야기하는 선수들이라고 할 정도로 연기 워낙 잘 하는 분들이시다. 사무실에 모여서 이야기를 한번 읽어 보고 단톡방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가족처럼 보이길 원했다. 친했던 것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Q. '킹메이커'는 정의에 대한 끝없는 물음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본인은 정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사실 (정의가) 희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썼을 때 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정의 구현을 위해서 이바지 한 일들은 크게 생각이 안 났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옳은 방향은 열심히 가려고 했다.
Q. 작품 후반부 조우진 배우의 "각하에게도 대의가 있다"는 대사가 인상 깊었는데, '무엇이 옳다, 혹은 그르다'가 아닌 사회 속에서의 대의가 어떤 존재이고 의미인지 묻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사를 넣을 때 대의를 향한 어떤 관점으로 넣었는지 궁금하다.
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다가 갇혀버릴 때가 많다. 조우진 배우가 악역인데 악역이 그 대사를 할 때 "네가 하는 행동도 나와 같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대의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영화나 시나리오가 나왔던 것 같다. '혹시 나도 틀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하고 싶었다.
Q. 양 진영 사이 갈등이 관객들에게는 어쩔 수 없지 정치 드라마로 영화를 보게 할 것 같은데 이러한 지점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정치 드라마로 정의해 주셔서 고맙다. 정치를 다루고 있고 그 생각이 안 들 수는 없을 것 같다. 관객들이 받아들여주시는 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재밌는 상업 영화, 그러면서도 약간의 의미도 찾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