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되는 KBS 1TV<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설날 복 한아름 – 만두'가 방송된다.
파로호의 겨울이 돌아왔다. 북한강 협곡을 막아 축조한 이 호수는 잉어, 붕어, 메기, 쏘가리 등 담수어가 풍부해 낚시터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사계절 내내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오늘도 마을 주민인 김봉환(63)씨와 이정옥씨(57)가 파로호로 고기잡이에 나선다.
김봉환씨 부부가 참붕어 몇 마리와 빙어를 들고 윤명구(59)씨네를 찾았다.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어서 요리 솜씨가 좋기로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한 윤명구씨는 8년 전에 이 마을로 이사를 온 귀촌인이다. 이들은 함께 시래기붕어찜을 준비한다. 푸짐한 붕어찜 한 상에 나눠먹는 재미로 만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만두는 강원도와 경기도 등지에서 즐기던 음식이다. 예로부터 설날에 쌀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떡국을 밀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만둣국을 끓였는데, 강원도에서는 겨우내 얼려두고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끓여먹던 것이 만둣국이기도 하다.
이웃이 여럿 모였으니, 윤명구씨가 오랜만에 솜씨자랑을 한다. 첫 번째 야심작은 석류탕이다. 만두를 석류모양으로 빚어서 탕을 끓이는데, 색색의 만두가 어우러진 궁중음식이기도 하다. 여름에 만들어먹었던 규아상도 선보인다. 규아상은 소고기, 오이채 등을 미리 볶아서 얇은 만두피에 감싸고 짧은 시간에 쪄내는 만두인데, 여름에는 이것을 냉국에 띄워 먹으면 냉면 못지 않은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밀가루가 귀했던 조선시대에 만두는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기도 했다. 그것이 지금은 간편식의 대표주자가 됐으나,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만두 한가지에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옛 만두부터 지금의 만두까지 우리가 몰랐던 만두 이야기를 풀어본다.
최초의 만두조리법은 1670년 규곤시의방에 나오는데, 기록에 나오는 만두피는 밀가루가 아니라 메밀가루였다. 이외에도 어만두, 숭채만두 등 옛 조리서에는 생선이나 배추로 만두피를 대신한 조리법이 여럿 나온다. 밀가루가 귀하거나 구하기 어려웠던 탓인데, 그 덕분에 우리의 만두는 천편일률 밀가루 만두피라는 공식을 깨뜨리고, 다양한 만두피의 역사도 이어왔다. 요리 연구가 최경자(54)씨와 함께 다양한 만두피의 세계로 떠나본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설날의 어원을 ‘낮섦’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선날’ 즉 시작의 의미하는 ‘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점에서 나이를 세는 ‘살’이 ‘설’이 됐다는 등 설에 대한 다양햔 유래가 있다. 떡국을 두그릇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재미있는 말도 있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만두와 먹을거리를 듬뿍 해서 복을 두 배로 만드는 따뜻한 한 끼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