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아이돌 설경구가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에 킹인 김운범 역으로 등장한다.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라는 빛과 그림자 사이의 이야기를 펼치는 '킹메이커'의 중심에 선 그의 연기는 변성현 감독의 열성적인 지원에 의해 탄생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에 참여한 계기가 변성현 감독이라 자부하는 설경구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시나리오를 받고 들었던 생각이 궁금하다. 어떠한 계기로 '킹메이커'에 참여하게 됐는가?
'불한당' 때 '킹메이커' 책을 같이 받았다. 농담으로 '원 플러스 원'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다. '불한당' 끝나고 다시 봤는데 변성현 감독에게 "당신이 '킹메이커'를 안 하고 다른 감독이 한다고 했으면 안 한다고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끌렸던 이유는 변성현 감독이었다.
Q. 변성현 감독과 두 작품을 이미 했고 차기작도 함께하게 됐다. 페르소나로서 한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하며 느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 세 작품 째 하고 있는데 일단 변성현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킹메이커'와 '불한당'과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이 다 다르다. 감독의 의도들도 다 다르고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다 하는 것 같다. 다행히 나한테도 같이 하자고 해서 고마운 것 같다. 이번에는 역할이 크지 않지만 작업하면서 나의 다른 면을 봤다는 것에서 즐겁게 하고 있다.
Q. '킹메이커'에서 단순히 실제 인물을 모방하기보다는 설경구의 색이 더 묻어 나오는 캐릭터로 김운범을 표현했다. 사투리를 강조하지 않고 특유의 말투를 재탄생시켰다.
김운범 캐릭터의 모티브인 고 김대중 대통령이었고 영화를 보면서 그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사투리 공부를 많이 했다. 목포 사투리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완전히 걷어내지는 않고 지역 냄새를 살짝 풍길 정도만 남겼다. 처음 캐릭터 이름이 김대중이었는데 너무 부담스러워서 감독님한테 이름을 바꿔달라고 해서 이후 편해졌다. 캐릭터 이름이 김대중이었으면 되지도 않는 모사를 하고 서로 불편해졌을 것 같다.
Q. '킹메이커'의 김운범은 신념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떠나 배우이자 인간 설경구는 결과를 우선시하는지, 과정을 우선시하는지 궁금하다.
일만 봐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같다. 흥행 결과를 떠나서 과정이 좋은 작품들이 결과도 좋게 나온다. 순서대로 과정이 중요하다.
Q. 그렇다면 신념을 올곧게 세우는 김운범처럼 인간 설경구로서 살면서 꼭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신념이라기보다는 '최선을 다한다'는 흔한 말보다는 '내가 하는 작품을 좋아하자'인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내가 잘 영화에 맞닥뜨려서 흡수가 된다. 거창하게 신념보다는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Q. '자산어보'에 이어 또 다른 브로맨스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이선균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배우로서 차별화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이 궁금하다.
이선균 배우를 욕하는 사람을 못 봤다. 사람 자체가 쿨하고 흔들림이 없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점이 있어서 실수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케미스트리가 더 보이고, 덜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 사이의 믿음이 이유인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받아주는 모습을 보고 잘 봐주셨다고 하면 그것이 케미스트리인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표현을 하는 사람이 둘 다 아니어서 마음으로 서로를 알지 않았나 생각했다. 나는 이선균을 백 퍼센트 믿고 했다.
Q. 전작이자 명작인 '박하사탕', '오아시스' 때와 지금의 설경구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가? 변치 않고 스스로 지켜가고 싶은 부분도 있는가?
그때 이창동 감독님이 가장 많은 영향을 줬다. 사실적이어야 하는 연기에 대한 영향이었다. '불한당' 하면서 변성현 감독과 부딪혔던 지점이 있었다. "이런 교도소가 어딨어? 여기서 담배를 팔아?"라고 물었다. 변성현 감독 생각에는 만화적으로 풀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에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그것이 안 되더라. 사실이 아니니까 머리가 안 따라가더라. 그런데 지금은 너무 따라가서 문제다.(웃음) 그래도 초심으로서 연기의 기본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Q. 2년 전부터 제작된 영화임에도 개봉 시기가 대선 직전이라 부담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이 없다. 2년 전에 만든 영화였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봉 시기를 못 잡았다. 방역 수칙 때문에 극장 시간이 단축되면서 또 한 달이 미뤄졌다. 또 가까이 대선과 붙어있게 되어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음 주 개봉이라는 것이 안 믿길 정도로 시간이 붕 떴다. 홍보를 미리 다 해버려서 지금 딱히 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 개봉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