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7일)부터 21일까지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굳세어라 신세령'이 시청자를 찾는다.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신세령(55) 씨. 고운 화장에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무대를 누비지만, 그녀가 ‘이영숙’이던 시절, 인생은 쓰리기만 했다. 29살에 엄마가 되었지만, 5년 만에 이르게 이혼을 한 세령 씨. 빈손으로 어린 아들만 데리고 나왔다. 할 줄 아는 것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막막했던 때. 노래자랑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세령 씨에게 밤무대 제의가 왔다.
그때부터 낮에는 식당일을 하고 밤에는 노래를 부르며 아들을 키웠다. 싱글 맘이면서 집안의 가장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 노래는 세령 씨에게 목숨 줄이었다. 밤무대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지역행사를 다니며, 트로트 가수로서 나름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5년 전, 본명 이영숙 대신 신세령으로 예명을 짓고, 자신의 노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능숙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세령 씨. 그런데, 차 안에는 고물이 가득 쌓여있고,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리어카를 밀기 일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 범상치 않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세령 씨에게 부양해야 할 새로운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11년 전, 세령 씨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오빠 이병주(62) 씨가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다는 소식이었다. 아내와 이혼 후, 삶의 의지를 놓아버렸던 병주 씨는 지적장애 3급. 어린 시절부터 오빠에게 애틋했던 세령 씬, 힘들어하는 오빠에게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함께 산 지 1년 만에, 병주 씨의 아들 이동원(31) 씨도 세령 씨의 곁으로 왔다. 동원 씨 역시 자폐증과 우울증이 있던 지적장애 3급. 오빠와 조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살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 세령 씨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버렸다.
세령 씨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두 남자. 병주 씨의 저장강박증으로 집은 쓰레기장처럼 되어버렸고 툭 하면 도와달라고 호출하는 오빠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한다. 세령 씨가 차려주지 않으면 식사도 건너뛰기 일쑤, 동생 애를 태운다. 사고뭉치 조카 동원 씬, 오백만 원이 청구된 핸드폰 고지서를 받아와 고모 속을 뒤집는가 하면, 밖에서 머리까지 다쳐 와 놀라게도 한다. 가끔은 언성을 높이면서도, 어려웠던 시절, 아들에게 못다 준 관심을 느지막이 돌보게 된 조카에게 쏟는 세령 씨. 서른 살이 넘은 조카 머리를 감겨주고, 말썽 피우지 말라 하루에도 수십 번 잔소리한다. 좌충우돌하는 가족 때문에, 세령 씨의 하루는 숨이 가쁘다.
하지만 늘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생이 가수인 것이 자랑인 병주 씨는 세령 씨가 노래자랑에서 수상했을 때 리어카에 태우고 온 동네를 돌았다. 가전제품을 수시로 고장 내던 조카 동원 씨는 고모를 돕고 싶다며 집안일을 거들고, 겨울 칼바람 맞으며 일하는 아빠의 리어카를 함께 끌어준다. 그리고, 집안의 보탬이 되겠다며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세령 씨를 기둥 삼아 뭉쳐 있는 가족들.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게 가끔은 벅차지만, 어쩌면, 오빠와 조카는 세령 씨 삶의 원동력. 그리고, 지칠 때마다 위로가 되는 노래가 있기에 오늘도 다짐한다. 굳세어라, 신세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