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크리스마를 앞두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8부작 [고요의 바다](감독:최항용)는 식수가 고갈된 지구의 운명을 타개하기 위해 달로 보내진 탐사대원의 극비 임무를 담고 있다. "물을 구하기 위해 달로?"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무는 이 작품에서 공유 배우는 탐사대 대장을 연기한다. 공유에게 직접 '달로 간 이유'와 넷플릭스 작업 소감을 물어보았다. 물론, 화상인터뷰이다. 줌을 통해 질문을 던지면 공유가 성실하게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 제작발표회 때 ‘고요의 바다’에 참여한 이유가 정우성 배우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공유: “제작자와 전혀 관계없다. 제작발표회 때 이미 농담으로 말한 것이라고 했었다. 작품이 크게 다가왔었다. 예전에 비해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 위주보다는 작품이 지향하는 지점, 세계관, 기획을 살펴본다. 참신함에 좀 더 매력을 찾는 것 같다. 제작자분을 보고 선택한 일도 없다.” (그러면서 웃으며 덧붙인다) “그런데 제가 정우성 때문이 아니라고 너무 강조하고 있나요?”
- 윤재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공유: “윤재 캐릭터는 기시감이 들 수 있는 평이함이 있다. 윤재에게는 저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굳건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정의로운 인물인 것 같다. 저도 약간 그런 면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활동을 오래하면서 작품이나 광고를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다. 저에겐 조금은 시니컬하고 네거티브한 면이 있다. 냉소적인 부분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윤재에게 그런 걸 조금 느낀 것 같다.”
- 전체 완성작은 어떤 식으로 보았는지. 보고난 첫 소감은?
▶공유: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배우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처음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졌던 이유에 대해 충족이 되는 작품이었다. [서복]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기술적인 후반작업에 우려가 있었는데 제작진이 그걸 잘 구현해 주었다. 처음 봤을 때 만족도가 높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4편에서 달 기지의 외벽에 붙은 엘리베이터 신이 대단했다.
▶공유: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도 그 장면 보면서 소리 지를 뻔했다. 그 장면 찍을 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와이어를 그렇게 많이 달고 한 적도 없고, 무거운 우주복을 풀 세팅한 상태여서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았다. 허리가 꺾이고 피가 쏠리고 그랬다. 연속으로 테이크를 갈 수도 없었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매달려 저를 옮겨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한 테이크 찍고 쉬고, 또 한 테이크 찍고 쉬고 그랬다.”
- <고요의 바다>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공유:“정통적인 SF라기보다는 스릴러 요소도 있었다. 인문학적 작품이라고 느꼈다. 주어진 조건에서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황폐해진 지구인들이 물을 찾아 달로 떠났고, 그곳에서 위기에 맞닥치는 아이러니였다. 그런 스릴러 요소, 오락적 요소가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 공개되고 나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느낌이 안 드나.
▶공유:“저는 20년 넘게 평가를 받아왔지만 여전히 낯설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서복]도 [승리호]도 장르의 특성상 호불호의 반응일 나온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다양한 시선으로 우리 작품을 봐주셨으면 한다. 전 개인적으로 시리즈가 아닌 한 편의 영화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 윤재가 보여주는 결말은 만족하셨는지.
▶공유:“내용에 만족했으니 감독님과 이 작품을 찍었을 것이다. 윤재 역할을 맡았으니 윤재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지구에 두고 온 딸 때문에 말이다. 윤재로서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가장 큰 서사지만,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 더 큰, 다음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 작품에서 다뤄지는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공감하거나 문제의식을 가져보았는지.
▶공유:“이 작품에서는 명확하게 그어지는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선과 선이 계속 부딪치지만 뭔가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 과정에서 계속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앞으로의 지구가 맞닥쳐야할 미래 같은 느낌. 아무래도 식수배급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 [고요의 바다]도 보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으려고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작비가 의외로 적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공유: “제작비에 대해서는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이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PPL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PPL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작품을 훼손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배우보다 연출자나 작가 입장에서는 더 크게 느꼈을 문제일 것이다. 창작 작업에서는 더 좋은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현실에서는 영리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아쉬움이 남죠. 부족함 점이 있지만 [고요의 바다]의 경험은 앞으로 이 장르를 확장시키는 데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공유:“너무 좋았다. 작품 끝나고 보면 안다. 계속해서 서로 안부를 물어본다. 저와 배두나 배우가 프로모션 때문에 여기저기 얼굴 나오니까. 그것 보고 응원도 해준다. 다들 연극과 뮤지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연기자들이다. 비슷한 또래이고 다들 에너지가 좋았다.”
- [고요의 바다]에서 설정 이상의 강력한 한방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게 혹평의 이유가 아닐까.
▶공유:“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결말이 조금 바뀐 것은 있다. 약간의 차이에도 바라보는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 아쉬워서 그런 거죠.”
● “저의 취향이 조금 드러날 뿐이다”
- 공유 배우에게는 <도가니>와 <82년생 김지영>같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고요의 바다>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담겼는지.
▶공유:“메시지를 담는다고 해서 그 작품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락적으로 소화되는 작품이 안 좋은 작품이란 것이 아니다. 제가 선택한 작품은 저의 취향이 조금 드러날 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주입하기보다는 ‘이런 이야기 있는데 어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품이 좋다. 유익한 글 하나가 문화의 가치를 더하고 많은 사람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번 그렇게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고요의 바다]를 보실 분에게 이 작품의 매력을 말한다면.
▶공유: “그런 질문을 받으니 신중해 진다. 이 작품에 관심이 높고 애정이 많은 것이 뜨거운 감자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SF장르’이다 보니 영화팬들은 기존의 할리우드에서 접해온 기준을 생각한다. 우리 작품은 확실히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나 ‘마션’이 아니다. 예산 자체가 비교도 안 된다. 저는 이 작품을 [인터스텔라]를 기대하고 찍은 것은 아니다. 서사적,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세계관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 공유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 ‘부산행’이 미국(HBO채널)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부산행’에서의 보여주는 K콘텐츠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공유: “[고요의 바다]를 선택한 것이나 [부산행]을 선택한 것이 다르지 않다. ‘부산행’이 천만 관객이 넘었고, 결과적으로 좀비물이 익숙한 외국에서 인정받고, 칸에서 인정받은 것이나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 신드롬급 인기를 끌 것이나 똑같다. 리메이크 된다니 너무 기쁘다. 더 나아가서 ‘오징어 지옥’, ‘디.피.’든 여러 작품이 좋은 인정을 받는 것이 한국의 크리에이터와 배우들에게 더 넓고 다양한 장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여기에는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도 명심해야한다. 이런 시기에 배우로 활동하는 게 신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어서 그 다음에 공개되는 <고요의 바다>의 성적에 대해 신경 쓰이지는 않는지.
▶공유:“기대치가 있었고, 노파심도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드라마를 찍었겠는가. 10위 안에 드는 것만도 엄청나게 대단하고 박수칠 일이다. 어쨌든 절대적 기준으로 순위에 얽매이면 다양성을 놓치게 된다. 그런 노파심이 있다. 기대가 너무 커지는 것도 부담이 된다. 3위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나온다면 거기서도 계속 딱지치기 할 것인가.
▶공유:“시즌2에 대해서 감독님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안 하셔서 모르겠다. 감독님과 가깝게 지낸다. 대신 한번 튕겨보려고 한다. 연락 오면 ‘시나리오 보고 결정하겠습니다’고 한 번 튕겨보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내며 공유는 이런 부탁을 덧붙인다. “작품을 아직 안 본 분들도 있으니, 기자님의 관점이 들어가도 좋은데, 대신 다양한 관점에서 써 주셨으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