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며 박사장의 저택으로 들어갔던 ‘기우’, 최우식이 경찰로 돌아왔다. 최우식은 5일 개봉된 영화 [경관의 피]에서 나쁜경찰 조진웅의 비리를 캐기 위해 ‘광역수사대’로 보내진 언더커버 최민재를 연기한다. 최우식이 보기엔 조진웅이 나쁜 경찰인 것도 같고, 좋은 경찰인 것도 같다. 죽을 고비를 함께 하며 묘하게 끌려든다. 개봉을 앞두고 최우식을 만나(화상인터뷰) ‘기생충’에서 신작 ‘경관의 피’에 이르는 길을 물어보았다.
- 조진웅 배우와 오롯이 영화를 끌고 가는 투톱 영화이다.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최우식: “개봉 전날에는 항상 부담이 된다. 제 연기에 대한 평가도 그렇고, 영화에 대해서도. 투톱 연기에 대한 부담감 보다는 조진웅 선배 옆에서 내가 잘했나, 관객이 민재 캐릭터의 시선을 잘 따라오실까 그게 더 걱정되었다. 2022년을 여는 첫 한국영화로서 활기차게 잘 나갔으면 한다.”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냥의 시간’은 극장 대신 OTT로 개봉되었다. [기생충] 이후 오랜만에 영화로 만나게 된 셈이다. 소감이 있다면.
▶최우식: “예전엔 영화가 개봉되면 언론시사회 하고 무대인사를 돌고 그랬었다. 그런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한동안 그런 게 생략되어 아쉬웠다. 관객을 직접 보고, 무대인사하고, ‘이건 이런 영화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영화관에서 찾아뵐 수 있어 행복하다.”
- 극중 ‘민재’는 원칙과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경찰이다. 최우식 배우가 보기엔 어떤 인물인가.
▶최우식: “민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되고, 흑색도 회색도 아닌, 백색지대에서 살고 싶어 하는 민재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 아버지가 걸었던 길이나 지금 박강윤과 맞지 않는 부분이 공감이 된다. 민재가 중간지대에 서서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던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신념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을 것 같다. 나는 어떤 역할이든 잘하고 싶다.”
- 박강윤을 연기한 조진웅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최우식: “민재 캐릭터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리액션의 역할이 중요했다. 박강윤이란 사람의 뒤를 밟으며, 조진웅 선배가 펼치는 연기에 리액션을 하면 끝날 정도였다. 선배는 밀어주고, 나는 받아서 되치는 연기를 하면 된다. 한 씬, 한 씬 그렇게 연기했다. 연기적으로 부딪친 지점은 없었다.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현장이었다.”
- 이 영화에서 최우식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최우식: “민재의 다른 얼굴을 본 것 같다. 글로 표현된 민재보다는 덜 할 수도 있지만, 민재의 성장과정을 제가 잘 본 것 같다. 만족스럽게 성장한 얼굴이다.”
- 그동안 배우들의 합이 중요한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원톱과 팀플레이를 할 때 어떤가. 실제 최우식 배우는 어느 때가 더 편한가. 혼자 있을 때, 아니면 남들과 어울릴 때.
▶최우식: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서로 고민하고 연기로 풀어나가는 것이 재밌다. ‘기생충’도 그랬고, ‘부산행’도 그런 식으로 앙상블이 좋았다. 일할 때는 팀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좋은데, 평소에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혼자 충전하는 것이 좋다.”
- SBS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는 고등학교 교복 차림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이런 외형적 이미지 때문에 연기를 펼치는데 한계를 느낀 적이 없는지.
▶최우식: “많다. 데뷔해서 연기로 보여준 것과 인터뷰를 하며 보여준 이미지가 보통 그랬다. 항상 긴장하고 버벅 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올해는 몸을 벌크업해서 변화를 주고 싶다. 저에게 들어오는 캐릭터가 한정적인 것 같다. 그래서 남성미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체형이 주는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마초맨이나 근육미를 자랑하고픈 것은 아니다.”
-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문제 해결방식으로 최민재와 박강윤 스타일 중 어느 것을 고르는 편인가. 과정과 고민의 무게에서 말이다.
▶최우식: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확언은 못하겠지만 연기를 그만둘 때까지 과정이 더 행복한 영화, 과정이 더 행복한 드라마를 선택할 것 같다. 그게 저한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럴 때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 둘 중 하나라면 역시 최민재 쪽일 것이다.”
- 영화 [기생충] 이후 고민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어떤 고민이었다.
▶최우식: “방금 이야기한 과정도 그런 것이다. ‘기생충’ 끝나고 부담감이 엄청 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당시에는 ‘기생충’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제가 경험한 순간이 너무 화려했기에 앞으로 어떤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한 것이다. 어떤 영화를 하든, 과정이 더 행복해야할 것 같았다. [경관의 피]를 만났고, 이규만 감독님을 만나 미팅을 히고, 매일매일의 촬영 현장이 그렇게 재밌었다. 조진웅 선배와 연기하는 것도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아직도 부담으로 남아있다.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이다.”
- 액션 장면이 많다. 어떻게 준비했나.
▶최우식: “액션 영화의 대부분은 액션의 합을 짜는 것이다. 액션스쿨에 가서 준비도 했다. 액션의 강도가 좀 센 게 화장실 신이다. 다행히 극중에서 민재는 유도를 잘한다. 유도에는 상대의 힘을 흘러서 넘기는 기술이 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른 작품에서도 액션을 했었는데 그 때는 그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녀]는 초인적인 액션을 해서 좀 기억하시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최우식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진짜 ‘액션’영화에 도전해 보고 싶다. 액션으로 시작해서 액션으로 끝나는 영화!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 좋은 연기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최우식: “진심이 담긴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저도 연기를 할 때 최대한 집중을 해서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을 한다. 많은 배우들이 그만큼 감정 소모가 큰 모양이다.”
- ‘사자’ ‘기생충’을 함께한 박서준 배우처럼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도전한다면 어떠한 스타일의 히어로 캐릭터를 하고 싶은가.
▶최우식: “아직 ‘스파이더맨’(노웨이 홈)을 못 봤는데,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히어로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그렇게 얼굴을 다 가리면 연기하기가 좀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쉽게 영화를 찍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고. 100퍼센트 액션이 안 되면 얼굴을 가리고 해야 할 것 같다.”
- [기생충] 이후 할리우드에서 러브콜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최우식: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저도 사람인지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할리우드 드림처럼 그 자리에 서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케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장르, 어떤 플랫폼에서든지 말이다. 이전엔 시나리오 받으면 ‘아, 이건 해외에서 인기가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이젠 영화도, 드라마도,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봐주는 것 같다.”
- SBS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김다미와 다시 만났다. 김다미 배우에 대해.
▶최우식: “드라마 촬영을 얼마 전 끝냈다. 그것 끝나자마자 바로 영화 홍보하느라 드라마 반응이 어떤지 모르겠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편하고 익숙한 사이이다. 두 작품 다 재밌게 찍었다.”
- 이미지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악역을 맡는다면 어느 정도까지 흉악해질 수 있을 것 같나.
▶최우식: “저는 정말 악역을 해보고 싶다. ‘마녀’를 해보니 과정이 재밌더라. 항상 일상생활에서는 안할 만한 생각이나 행동들을 하는 게 짜릿할 때가 있다. 정말 센 악역을 해보고 싶다.”
-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최우식: “예능이 재밌는데 초반에 부담이 컸었다.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 모양이다. 체험 예능 같은 건 자신이 있는데, 자리에 딱 앉아서 이야기하는 토크는 정말 힘들다.”
- [경관의 피]를 재밌게 보는 팁이 있다면.
▶최우식: “민재의 시점을 따라가는 영화로 보면 재밌을 것이다. 민재의 손을 잡고, 박강윤을 같이 의심하고. 그를 바라보고, 믿어보는 것이다. 박강윤의 시점으로 봐도 재밌다. 보드게임 하듯이. 이 캐릭터도 의심하고 저 캐릭터도 의심하면서 보면 재밌을 것이다.”
-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최우식 배우가 꼽는 액션영화 베스트3은?
▶최우식: “‘존 윅’, ‘매트릭스’, ‘인셉션’도 액션에 들어가나? 그렇다면, ‘베이브 드라이브’. 진짜 액션에 대해 욕심이 많아진다.”
“2022년 검은 호랑이해에. 말띠(1990년)가 엄청 좋다고 합니다. 저의 좋은 기운 다 받아 가시고, 건강하시고, [경관의 피] 많이 사랑해주세요. 앞으로 더 재밌는 영화, 드라마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