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의 ‘엽기적인 그녀’와 손예진의 ‘클래식’ 등 멜로 드라마에서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 곽재용 감독이 신작 ‘해피 뉴 이어’로 돌아왔다. 세모의 호텔을 배경으로 참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해피바이러스 전파’ 멜로드라마이다. 한지민은 이번 작품에서 따뜻한 미소가 몸에 밴 엠로스 호텔의 베테랑 호텔리어 소진 역할로 고객에겐 최고의 서비스를, 관객에게는 최상의 만족감을 안겨준다. 영화 개봉에 즈음하여 ‘해피 뉴 이어’ 화상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는 배우의 심정을 들어보았다.
- 기자간담회 때 현실에서 짝사랑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연기로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지민: "초등학교 때부터도 나 혼자 누굴 좋아했다. 좋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못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 마음에 들어도 혹시 거절당할까봐, 거절당한 뒤 어색해져서 다시 보기 힘들어질까 봐 말을 못했다. 연애를 했을 때는 어떻게 했나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가 먼저 고백해오면 용기를 내보는 편이었던 것 같다.“
- ‘해피 뉴 이어’가 개봉되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소감부터.
▶한지민: “흥행에 대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OTT(티빙)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니 기분이 묘하다. 신기한 세상이 되었다. 극장에 가기 힘든 분, 집에서 보셨다는 분들이 연락 주신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이 영화로 종일 인터뷰하게 되면서 느끼게 된다. 11,12월 바쁘게 보내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2021년은 저에게 에너지를 채워준 해이다. 힘들었지만 이렇게 작품을 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이다. 이런 시기가 빨리 지나가서 편안하게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한다.”
- 개봉하자마자 티빙에서 인기영화 1위에 올랐다.
▶한지민: “이 시기에 개봉하려던 한국영화가 개봉이 미뤄져서 아쉽다. 많은 영화가 같은 시기에 개봉되어 어떤 영화를 볼까 고르던 그런 시기가 그립다. 오랜만에 외화 속에 개봉되는 한국영화라서 관객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아 감사하다. 곧 [해적]이 개봉된다. 한국영화가 개봉하는 것만도 너무 고맙다. 이전에는 서로 경쟁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되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 캐릭터가 굉장히 순수하다. 마냥 순수하고 착하게만 그려져서 동화 속 주인공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한지민: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빌런이 없고 작품이 너무 순수해서 끌렸었다. 원래 가졌던 일상의 따뜻함을 되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극중 소진이처럼 친구인 듯 연인인 듯 좋아하는 사람과 미묘하게 감정의 줄타기를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감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준 것이 좋았다.”
- 최근 출연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이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한지민: “내가 힐링 받을 있는 작품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촬영 현장이 감사했다. 작년에 출연했던 영화 <조제>가 고군분투하듯 극장에 내걸릴 때 생각해보면 그렇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듯 안 끝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준비하던 작품도 중단되었다. 가족도 못 만나게 되고. 개인적으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 때 이 대본을 받았고 내가 뭔가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밝은 마음을 얻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나를 빛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 너무나 감사한 작품이다.” (한지민을 끔찍하게 아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한지민이 너무나 아끼는 조카와 언니는 호주에 있다고 한다)
- 거절당하면 상처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많이 조심하는 성격인가.
▶한지민: “제가 성향이 그렇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MBTI가 그렇다.”
- '해피 뉴 이어'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가장 공감이 갔던 인물이 있다면.
▶한지민: “재용(강하늘)이가 제일 짠했다. 저도 힘든 시기가 있어봤지만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모닝콜’을 기다리면서 내일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요만큼이라도 생겼잖은가. 누군가 옆에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곽재용 감독이 특히나 한지민 배우를 예쁘고 정성스럽게 담아준 느낌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한지민: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고 무조건 소진이 예쁘게 나와야한다고 하셨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작품에 저를 담아주셨다. 예전에는 그런 것이 부담이 되었겠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것이 허락이 되는 현장이니 마구마구 예쁘게 담으려고 하신 것 같다. 김영광 배우와는 여러 번 만나지만 다른 분들과는 짧게 만나는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장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다 함께 만났을 때 너무나 반가웠다.”
- 넷플릭스 같은 OTT가 대세이다. 배우로서 글로벌한 OTT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한지민: “외국에서 한국의 신작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오징어게임>도 그렇고. 한국영화가 각광받기가 좀 더 쉬워졌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참여한 영화나 드라마가 공개될 때 그 결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드라마는 방송되자마자 시청률이 따라 나오고. 그런 것이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OTT는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르다. 시청률이 아니라 작품 본연에 대한 피드백을 조금 더 빨리 받는다. 그런 점에서 좋은 것 같다.”
- 역린', '밀정', '미쓰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기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한지민: “[조선 명탐정] 전까지 출연하는 드라마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 그래서 [조선 명탐정] 할 때 감독님에게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배우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감사한 직업이다. 드라마의 특성상 여자주인공에게는 패턴이 있다. 그 때문에 캐릭터가 다른데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고민하던 시절에 주인공이 아니어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영화에서 찾게 되었다. <역린>과 <밀정>을 통해 배우로서 생기를 찾은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해보려고 노력을 하니 다양한 제안을 해주신다. 메디컬이나 스릴러 같은 것도 하고 싶은데 아직 연이 닿지 않았다. 예전에는 같은 것을 할 경우 ‘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바뀐 것 같다. 한 것이라도 또 하고 싶기도 하다.”
- 이 영화는 한지민이 예쁘게 나온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 한지민이 제일 멋지게 나온 작품은?
▶한지민: “아마 전작 ‘미스백’과 ‘조제’에서 워낙 내추럴하게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영화는 화장을 좀 하고 나올 수 있겠네 싶었다. 멋있게 나온 작품이라면 <밀정>.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멋지게 나오잖아요. 작은 체구에서 용기 있게 총 한 발을 쏘는 것이 멋있게 보였다. 그 단단함. 앵글의 힘도 있었다. 그 장면 멋있지 않았나요?”
- 곽재용 감독이 인터뷰에서 ‘예쁜 배우를 예쁘게 나오게 하는 것이 쉬운 듯 보이지만 사실 어렵다. 감독도 배우도 노력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무슨 말인지.
▶한지민: “단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광고같이 찍으려고 한 것은 감독님이 캐릭터 본연의 모습까지 예쁘게 보이려 한 것이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씬에 딱 맞는 배우의 모습을 기대한 것 아닐까. 부수적인 예쁨의 모습은 여러 스태프들의 몫이다. 감독과 배우는 역할 안에서의 감정선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게 예쁘게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번 작품에서는 호텔리어 제복을 입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나온 작품 중 자신의 연기생활에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면.
▶한지민: “데뷔를 한 후 저의 실력과 노력에 비해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다. 여러 상황이 그러했다. 그렇지만 신인이니까 봐줄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 순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20년이 지났다. 연기를 그만 두고 싶었을 때 윤종찬 감독님의 <청연>을 만났다. 연기가 나올 때까지 이끌어주신 분이다.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미쓰백>일 것 같다. 한지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후 다양한 작품이 들어올 수 있었다. 산을 넘은 기분이지만, 그 산은 험난하고 가팔랐다.”
- ‘해피 뉴 이어’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많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촬영하면서 특별한 친분을 쌓았을 것 같은데.
▶한지민: “코로나 시대라서 다함께 모일 기회가 없었다. 그런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극중 결혼식 장면에서 많이 모였다. 촬영 때 저녁에 도시락 먹는 장면. 이런 자리가 다시 오겠는가 이야기했었다. 친목도모를 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 극중에서 나이 이야기가 잠깐 언급된다. 동생과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는데 원래 설정이 그랬는지.
▶한지민: “원래 설정도 그랬다. 소진이 나이차 많은 동생 세직(조준영)을 케어한다고 되어 있었다. 세직이 역을 맡은 친구가 풋풋했다. 근래 함께 연기하지 못한 연령대여서 촬영하며 즐거웠다.”
- 극중에서 김영광 배우와는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 나이차가 나는 연하남과의 연애에 대한 생각은?
▶한지민: “연하남이든 아니든, 사랑을 하게 된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인연이란 것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순간이 감사하다. 소진이를 자연스레 만났듯이. 서로 힘들 때, 한지민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만나는지.
▶한지민: “최근 두 작품을 찍고 있었다. 제주도 해녀로 출연하는 '우리들의 블루스'와 ‘욘더’이다. 예전에는 작품 두 개를 동시에 촬영한다고 하면 생각이 많았을 텐데, 요즘은 선택을 잘 한 것 같다. 두 개의 작품을 동시에 하다 보니 힘들다고 생각할 틈이 없다. 두 개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야하니. 내가 세상에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우리들의 블루스] 끝내놓고 그 다음 작품 생각해 보고 싶다.“
“점점 더 하루가 소중해지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가 좀 나아진다면 제 주변 사람들에게 더 표현하고, 사랑하며 지내고 싶다.”고 말한 한지민은 “고단하며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분들에게 따뜻함을 전해드리고 싶다. 새해의 키워드는 희망인 것 같다. 희망찬 새해. 용기를 낼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감사합니다.”고 <해피 뉴 이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등 풍성한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는 곽재용 감독의 <해피 뉴 이어>는 지난 달 29일 극장과 OTT 티빙에서 동시 개봉되었다.
[사진제공 = BH엔터테인먼트, CJ ENM,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