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개성 있고 입체적인 여성 주인공의 서사가 담긴 작품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번 해에도 강렬하고도 유쾌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그려진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해외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촬영 배경, 특유의 다양한 소재들 등 넘쳐나는 볼거리들이 가득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3위 – 더 체어
“누가 시한폭탄을 떠넘긴 기분이야. 여자가 들고 있을 때 터지라고 말이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체어’는 명문대학에서 첫 유색인종이자 여성인 영문학과 학과장의 자리에 오른 지윤(산드라 오 분)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딸을 입양한 그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영문학과 내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해결한다. 동시에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애타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워킹맘들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불어 여성의 인권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세대 차이, 갈등, 차별, 혐오에 관한 시선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른바 ‘꼰대’ 교수들의 이념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용기있는 지윤의 여정은 관객들의 귀감이 되어준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2위 – 클라리스
“이제 그만 숨고 세상에 나와요, 스탈링.”
미국 CBS에서 방송된 드라마 13부작 ‘클라리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식인살인마 한니발과의 공조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을 사살한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레베카 브리즈)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중 또 다른 연쇄살인 사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린다. 트라우마로 인해 초반부에는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던 그는 다시금 사명감을 가지고 범인을 추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친 사이코패스 뒤에 숨겨진 거대한 권력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한니발 렉터’라는 이름을 지운 클라리스가 우뚝 서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다. 연쇄 살인마들과 함께 싸우고 끝내 범인을 잡아낸 클라리스는 영웅과도 같았지만 내면에 있는 그의 모습은 트라우마로 인해 과거의 기억들과 마주하며 쇠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겠다는 일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신념 하나로 버티며 혼자만의 싸움을 이겨 나간다. 더불어 사건이 진행되면서 더욱 깊어지는 미스터리에 대한 긴장감과 떡밥을 회수하는 자연스러운 서사, 관객과의 쫄깃한 밀당은 시선을 쉽게 뗄 수 없게 만든다. ‘한니발’ 시리즈의 팬이라면, 더불어 이후 클라리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이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왓챠에서 시청 가능)
1위 – 그녀의 이름은 난노 시즌 2
"사람들이 직접 정의를 구현하는 세상에도 과연 내가 필요할까?"
‘그녀 이름은 난노’는 넷플릭스에서 2018년 공개된 시즌 1부터 파격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수위로 나타난 이 작품은 미스터리한 주인공인 난노(치차 아마따야꾼 분)가 전학을 다니며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부조리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매회 등장하는 이슈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 내에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학교폭력, 입시비리, 외모 지상주의 등이며 난노는 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를 바로 세운다.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에 가까운 난노가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방식은 굉장히 잔인하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 성범죄를 일으킨 인간, 학교폭력으로 인간성을 말살한 채 살아가는 학생 등에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같은 아픔을 안겨준다. 인간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행동은 정의를 찾아가는 방식임에도 무언가 모를 기괴함이 느껴진다. 특히 시즌 2에는 난노와 비슷한 능력을 우연하게 가지게 되는 유리가 등장하며 난노와의 대립한다. 난노는 조금의 인간성을 느끼게 되지만 유리는 더 극단적인 방식과 이념을 추적하게 되기에 그들 사이에 그려지는 마찰 또한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 연말 기획 기사 <2021년 국내 및 해외 영화/드라마 BEST와 WORST>는 지난 11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발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