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크라임'을 연출한 이승환, 유재욱 감독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과 있었던 제작 비하인드스토리를 직접 공개했다.
제작사 시네마달 측을 통해 공개된 이승환, 유재욱 감독의 비하인드스토리에는 영화 '라임크라임'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소소하게 있었던 재밌고 유쾌하고, 때로는 진중한 에피소드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이승환 감독은 회고록을 통해 안국진 감독과의 인연을 밝혔다. 2008년부터 안국진 감독과 인연을 맺어온 그는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의 폐막식에서 만났다. 이후 안국진 감독에게 전규환 감독의 '무게'라는 작품에 연출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은 그는 승낙했다.
하지만 연출부의 고된 생활을 경험하며 그는 "(안국진) 선배의 자판기 커피 심부름에 침을 뱉을까 정말 딱 1초 정도 생각했던 것 같다. 커피를 가져다 주자 커피를 마시려다 말고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내게 먼저 마시라고 권했다. 속으로 이 사람은 정말 비상하고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유재욱 감독의 경우 안국진 감독을 홍대에 있는 영화아카데미 옆에서 유재욱 감독과 함께 처음 만났다. 그는 '무력시대'라는 시놉시스를 받았고 식물인간이 된 와이프를 책임져야 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프로토타입이었다.
이에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승환 감독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연출부 제안은 거절하긴 했으나) 이야기가 힘이 있고 매혹적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만남이었다. 영화인으로서도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며 자신의 깨달음을 덧붙였다.
이후 유재욱 감독과 이승환 감독은 '라임크라임'을 본격 촬영하게 됐다. 편집이 마무리되고 안국진 감독에게 전화를 한 통 받게 됐다. 그는 "너랑 너 친구랑 짐 싸갖고 우리 집으로 와라"고 말했고 이승환 감독과 유재욱 감독은 안국진 감독과의 폐관 수련기를 시작했다.
안국진 감독은 '라임크라임' 가편집을 보고 그들에게 '굉장히 구리다'라고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그렇게 셋은 생각지 못한 합숙을 시작하며 작품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라임크라임'이라는 집을 편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재탄생시켰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안국진 감독의 조언 아래 후반 작업을 시작했고 인서트가 필요한 신이나 신이 튀는 장면들은 수정을 거듭해 원했던 호흡의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어떤 신들을 삭제하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이었다. 유재욱 감독은 "송주가 상희 패거리와 방에서 술을 먹는 장면에서 원래 송주 엄마가 거실에 있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안 감독이 무조건 삭제하라고 했다.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편집 마지막 날에 삭제했다. 어떤 장면은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었고 그 해석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져야 되는 것이다. 오독을 막기 위해서라도 버려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며 수긍했던 당시를 언급했다.
그렇게 그들에게 최초의 관객이었던 안국진 감독과의 7일 수련기는 끝났다. 이승환 감독은 "선배의 집에는 장난감이 여전히 많았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가끔 내가 레고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철저히 분해되고 마음껏 조립되기를 자청했다. 수많은 시간 동안 갇힐 수밖에 없었을 우리의 사고와 시각은 제대로 한 번 깨어질 필요가 있었다"며 그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라임크라임'은 무사히 영화제를 돌고 개봉을 했다. 시사회에 초대해서 온 국진 선배는 영화를 보고 근래 못 봤던 에너지의 정말 멋진 작품이 나왔다며 자신의 영화처럼 기뻐했다. 엔딩 크레딧에 맨 처음으로 안국진, 세 글자를 넣는데 이견이 없었다. 그곳에서의 일주일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자랑스러운 '라임크라임'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흥미로운 비하인드스토리가 담긴 영화 '라임크라임'은 지난 11월 25일 개봉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