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 JTBC 제공
그야말로 새로운 콘텐츠 시대가 도래했다. 2021년은 TV를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서 탄생된 풍족한 콘텐츠들이 쏟아나온 해였다. 그중에서도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참신한 소재나 시청자들을 정기 구독자로 단숨에 만드는 흥미로운 전개로 대중들을 휘어잡은 2021년의 베스트 작품들을 뽑아봤다.
3위 - 인간실격
"인간의 자격에 대한 집요한 물음"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 '인간실격'은 일찍이 배우 전도연과 류준열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도연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와 화목한 가정을 잃은 여성인 부정으로, 류준열은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는 비정한 삶을 살아온 젊은이 강재로 분했다.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살려달라는 말을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종류의 고통들을 안고 끙끙 앓는다. 하지만 고통을 안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을의 위치에 서 있다가도 갑의 위치로 돌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예전 고통은 잊어버린 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실격'은 이러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들을 주인공들의 덤덤한 내레이션과 함께 보여주며 인간의 자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속에는 세상에 더 이상 불행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술꾼도시여자들 ⓒ 티빙 제공
2위 - 술꾼도시여자들
"현실과 꿈은 다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30대가 되면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 될 것이라 꿈꿨지, 점심 식사 때 소주 반주나 하면서 상사 욕을 하는 어른이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30대라는 이상과 현실이 제대로 충돌하는 헬게이트의 포문에 선 세 여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작품이다.
작품 중간중간 알맞게 배인 유머 코드와 배우 정은지, 한선화, 이선빈의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술을 좋아하는 세 여성들의 술 에피소드를 보고 듣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 주당이자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인생 드라마로 뽑을 만한 작품일 것이다.
D.P. ⓒ 넷플릭스 제공
1위 - D.P.
"죄 없는 자라도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출구 없는 폭력의 지옥도"
대한민국 사회 내에 가장 뿌리 깊게 존재하며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꼽자면 그 중심에 군대 문화가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일명 '군대 PTSD'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군대 내 폭력을 그려낸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탈영병들을 잡는 체포조인 일명 'D.P.'로 일하게 된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은 다양한 군인들의 사연들을 접하며 군대 내 벌어지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에 입장에 선 다양한 군인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그 정도를 선명히 보여준다.
독재자로 군림한 가해자와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존재하는 피해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하지만 그 공포의 세계 속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병, 안준호"라고 외치며 자신의 나약한 위치를 계속 확인하는 것 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안준호와 조석봉,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고 무관심 속에 방치된 모든 군인들의 이야기를 드디어 작품이자 군대 문화에 대해 경종을 울려 박수받아 마땅한 작품.
* 연말 기획 기사 <2021년 국내 및 해외 영화/드라마 BEST와 WORST>는 지난 11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발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