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지난 달 애플TV+가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5년 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한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고, 이를 따라잡기 위한 또 다른 글로벌업체 [디즈니플러스]가 정식 출시하기 직전에 애플이 선수를 친 것이다. 한국의 영화팬으로서는 흥분된 일임에도 틀림없다. 한국서비스를 위해선 한국콘텐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넷플릭스 방식’에 따라 애플TV+는 한국 정식서비스를 하며 김지운 감독의 [닥터 브레인]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애플TV+는 매주 한 편씩을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달 4일, 공식 런칭과 함께 [닥터 브레인] 에피소드1을 공개한 후 매주 1편씩을 내놓고 있다. 드디어 오늘(10일)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이에 맞춰, 지난 달 진행한 김지운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첫 번 째 드라마 연출작이 애플의 한국진출의 첫 번째 작품인 [닥터 브레인]이다.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가.
▶김지운 감독: “[인랑]의 경우도 애니메이션을 영화화 것이다. 원작의 아우라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무정부주의와 허무주의 같은 것을 옮기려고 했었다. 이번 작품은 원작 웹툰이 가진 소재의 흥미로움을 살리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느와르풍의 미스터리를 담고 싶었다. 원작은 살인 미스터리를 쫓는 질주감이 있다면 애플 드라마에서는 나의 비전과 나의 서사를 더 넣어 풍요롭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뇌를 들여다본다는 설정에서 하나 더 들어간다면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기의 결핍이나 불안정성을 보면서 뭔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원작이 웹툰이다. 영화로 만들 때 고려한 요소가 있는지.
▶김지운 감독: “원작을 봤을 때는 소재가 흥미로웠다. 그래픽 노블의 날카로움이 살아있었다. 음영과 명암을 강조하는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 원작이 가진 느낌을 살리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었던 것이다. 단절된 것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서사가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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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장용 영화와 달리 OTT 작품을 만들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김지운 감독: “보여주는 지점이 다르다. 디바이스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니 큰 스크린이 제공하는 시네마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드라마로서 무엇에 주안점을 줄 것인가 고민했다. 이야기를 정확하게 딜리버리(전달)하자고 생각했다. 미장센이나 미술적인 면에서 많이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상평에는 미장센과 색감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 전작에 비해 인물의 감정선이 또렷하고, 음악과 미술이 잘 얹힌 것으로 본다. 이상적인 결합이 새로운 작업방식, 환경에서 이뤄진 것 같다.”
Q.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들인 장면이나 이미지가 있다면.
▶김지운 감독: “도대체 뇌를 통해서 본 기억이 어떨까 궁금했다. 이미지로 표현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막연하게 신경세포니 시냅스니 하는 것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웜홀이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우주 같은 광대무변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불균질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 파편적인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다. 돌비 애트모스의 3D패닝 기법을 생각했다. 스멀스멀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저 먼데서, 옆에서, 앞에서 치고 올라오는 사운드효과로 완성시켰다. 사운드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Q. 넷플릭스는 항상 창작인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애플과 작업해보니 어떤가. 기존 한국 영화 제작방식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김지운 감독: “넷플릭스와 작업한 것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있다. 분위기는 충분히 알고 있다. 애플과의 작업방식이 낯 설지는 않다. 2012년에 ‘라스트스탠드’를 라이언스게이트와 작업하며 할리우드스튜디오 시스템을 경험했었다. 한국에서의 감독은 제한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면서도 수직적인 느낌이었다면, 할리우드 시스템은 감독이나 스튜디오나 배우 모두가 약간의 권력을 쉐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라이언게이트나 애플은 창작자에 대한 리스펙이 있다.(상호 역할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의미인 듯) 그리고 비주얼 플랜에 대해 먼저 이해하려고 했기에 작업하면서 불편함은 없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타겟이 명확했다. 대중친화적인 화법을 영화에 구현시킨다면 그런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진다. 드라마를 만들 때는 그런 부분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OTT작품은 기존의 드라마도 아니고, 완벽한 영화도 아니다. 중간 형태이다. 창작자의 인장도 있고,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환경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결합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영화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영화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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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영화와 달리 드라마를 만들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닥터 브레인은 6부작 드라마이다)
▶김지운 감독: “한 시간 안에 완결된 느낌을 주어야하고, 한 회가 끝날 즈음에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를 넣어야한다. 이른바 떡밥을 착실히 깔고, 다음 회에서 무리 없이 수거해야한다.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정확하게 배치하고 연결시켜주는 것이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서사의 완결성도 생각해야 한다.”
Q. 이선균은 원작 웹툰 속 주인공과 몇 가지 설정이 달라졌다.
▶김지운 감독: “캐릭터는 이야기를 통해서 성장한다. 그런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연륜의 배우가 필요했고, 이선균 배우가 알맞았다. 냉과 온을 오가며 그 차이를 부드럽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다.”
Q. 뇌(腦) 과학을 다룬다. 어려운 내용일 수 있다.
▶김지운 감독: “정재승 박사의 자문이 도움이 되었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쥐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성은 확인했다. 꿈과 뇌파를 연구하는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그런 것을 영화에 잘 버물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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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가.
▶김지운 감독: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시즌2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재미삼아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했었다. 가볍게 접근하자면 CSI처럼 뇌과학수사대라는 것을 생각했다. 고세원 박사(이선균)를 중심으로 뇌과학수사대가 발족되고 범인을 쫓는 것이다. ‘살인미스테리 뇌과학수사대!’ 시즌이 더 재밌지 않을까. 좀 더 사적인 영역으로 가서 의뢰인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유산을 알기 위해 코마상태의 아버지의 뇌에 좀 들어가 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
Q.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김지운 감독: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마음먹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좋은 드라마가 많았다. 깜짝 놀랐다. 드라마가 이렇게 재밌는 지점이 있구나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펜데믹이 오면서 영화산업이 위축되면서, 안정적인, 방어적인, 조금은 보수적인 상황이 되면서 OTT에 도전하게 되었다. 표현에 있어서 확장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 ‘홈랜드’, ‘파고’, ‘마인드 헌터’ 등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내가 이걸 모르고 있었구나. 지난 1~2년 동안 새로운 발견을 한 셈이다.”
Q. 넷플릭스는 작품을 한꺼번에 공개한다. 그게 OTT 이용자에겐 익숙한 포맷이 되어버렸다. 애플은 매주 한편씩 공개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김지운 감독: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나라 관극 형태에 어느 게 더 맞을까. 수요드라마, 주말드라마 식이잖은가. 어느 형태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한편씩 기다리게 만들 것인지, 한 번에 묶어서 보여줄지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었다. 에피소드 하나씩을 완성시키며 다음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플랜을 짜는 것이 드라마의 묘미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매회 장르가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 기억추적극이니 미스터리 느와르 풍으로 시작해서 톤앤매너를 유지하며 호러장르, 액션장르, 추리극 형태, 가족 휴머니즘까지. 그 무드는 유지하며 다른 장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Q. 이주원 배우에 대해
▶김지운 감독: “감독으로서 배우를 보는 지점이 있다. 예전에 [장화홍련]을 찍으면서 배우가 성장하는 것, 진화하는 것을 느꼈다. 문근영, 임수정 배우는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주원 배우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진짜 고생 많았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이선균 제외하고 고생을 많이 한 배우이다. 찍으면서 배우가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으로 볼 때 감격스럽고 뿌듯하다.”
Q. 6부작은 어떤 식으로 구성하였는지.
▶김지운 감독: “데뷔작(조용한 가족)이 코미디와 호러를 섞은 하이브리드 장르였다. 영화광에겐 이런 영화적 문법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다. 이질적인 서로 잘 버물려 빚는 것 저의 연출관이다. 비빔밥 장르라고 부르는데 여러 맛있는 요소를 하나로 합치면 독창적인 맛이 나잖은가. 고추장 더 넣고, 야채 너 넣으면 조금씩 다른 맛이 나듯이. 그런 식으로 이번 작품에 도전했다.”
Q. 1회차 공개 후 애플에게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인터뷰는 지난 달 이뤄졌다)
▶김지운 감독: “애플이 해외리뷰를 보내줘서 보았다. 다른 플랫폼처럼 전체 회차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어서 작품에 대한 종합적인 평은 공개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 회별 반응은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2부 중간까지는 빌드업 단계이다.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재밌어질 것이다.”
“1부에 대한 해외반응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 남미유럽 쪽 반응이 뜨겁다고 하더라. 유럽은 미국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다. 컷의 활용법, 끊임없이 대사를 쏟아내며 빠르게 가는 것 보다는 유럽은 관대하게 개인의 서사를 관대하게 보여준다. 남미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있다. 포용성이 강한 대륙적 기질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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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이번 도전이 김지운 감독의 향후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김지운 감독: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극중 고세원처럼 내게 결핍된 게 무얼까 생각했다. 제 뇌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촬영일수를 맞춰야하고, 분량을 소화해야하는 압박감이 있었다. 항상 그런 텐션 상태에서 무엇이 1순위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김지운에게 따라 붙는 미장센, 수려함과 색깔, 공간의 묘사와 더불어 더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게 이상적으로 결합한다면 다음 작품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보완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Q. 차기작은?
▶김지운 감독: “차기작은 영화이다. 다시 영화를 하게 되어 좋다. 드라마도 하고 싶다. 드라마의 묘미도 알게 되었고, 재미난 지점을 발견했다. 가능하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계속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텐션을 갖고, 뭐가 더 중요한지 빠르게 판단해야할 것이다. 닥터브레인의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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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플TV+의 국내 첫 작품 'Dr. 브레인'에는 이선균, 이유영, 박희순, 서지혜, 이재원, 이주원 등이 출연한다. 지난 달 4일 애플TV+ 국내 서비스 시작과 함께 전 세계 동시 공개되어 매주 에피소드 1회씩 공개된 뒤 오늘(10일) 최종회 6회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