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전설의 셔틀’을 연출한 피디의 학교생활이 궁금했다. ‘짱’은 아닌 것 같다. “초등학교 때 1년 정도 애들한테 따돌림을 비슷한 걸 당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너무 더러워서!”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집이 너무 가난했다. 옷이 여름 옷 두 벌, 겨울 옷 두 벌뿐이었다. 맨날 같은 옷을 입고 학교 가니 아이들이 더럽다 놀렸다. 다행히 나중에 살림살이가 나아져서 그런 일은 없었다. 주변아이들이 ‘너랑 놀기 싫다’하는 정서가 이 작품에 반영되었을 것이다.”고 말한다.
김동휘 피디는 이 작품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빵 셔틀을 하던 3명이 불 꺼진 틈을 이용해 짱을 쓰러뜨리는 장면”때문이었다고 한다.
원래 이 대본은 임소연 작가가 KBS드라마국 인턴작가 시절에 제출했던 작품이다. 그 대본을 보니 앞부분은 기존 학원물에서 많이 보아온 구도인데, 엔딩의 발랄함이 좋았단다. “일종의 전복 같은 것이었다. 빵셔틀들이 짱을 팰 수 있다는 그런 지점에 꽂혀 방송을 하고 싶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지점인 것 같다. 김 피디의 대답. “어쩌면 약자는 다수이고, 강자는 다수가 아니라는 지점이 있잖아요. 만약에 한 반에 짱이 한 명이고, 괴롭힘을 당하는 애가 여러 명 있다면 그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용기를 내면 이길 수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사회에서도 있을 수 있다. 약한 자들이 힘을 합치면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작품에는 선생님이 유오성 단 한 사람만 나온다. 저예산이라서 그런 것일까? 담임 유오성 선생님은 학생들 사정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김 피디, “선생님이 나오면 소위 클리셰가 될 것 같았다. 학원폭력물에 나오는 선생님들은 대체로 학원폭력에 무관심하다. 학생들이 호소에도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학원폭력을 선생님이 해결해 준다는 것도 거짓말 같다. 그래서 그런 무관심한 선생님 캐릭터가 나올 것 같으면 안 나오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단지, 전학생이 왔다는 것을 말해줄 담임선생님이 필요했다. 기존 연기자가 카메오로 연기하면 좋겠다 싶었다.”
참, 인턴작가! KBS드라마국은 매년 드라마극본 공모전을 펼친다. 해마다 대여섯 명의 신예작가를 뽑아, 1년 동안 ‘인턴작가’로 채용한다. 이들은 매달 단막극을 한 편씩 쓴다. 임소연 작가가 쓴 12편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전설의 셔틀’이다. 임 작가에겐 자신의 ‘데뷔작/입봉작’이 된 것이다.
작년에 좀비가 나오는 ‘라이브 쇼크’를 연출하고, 이번에 두 번째 연출작품으로 학원코믹물 ‘전설의 셔틀’을 내놓은 김동휘 피디는 방송 당일에 걱정이 많았다고.
“하! 그날, 토드넘과 맨시 축구시합이 있었다. 손흥민이 어시스트하고. MBC에선 시상식도 있었다. 송중기, 송혜교, 조진웅, 이병헌까지 많은 스타들이 나왔다. 아, 이러다가 시청률 안 나오겠다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좋게 나왔다. 다음날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전설의 셔틀’은 3.8% 나왔다. 김동휘 피디는 “단막극의 가치를 많은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애정을 갖고 보는 분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인다.
NG장면을 이야기하다가 ‘찍어놓고 안 나간’ 장면을 이야기한다. “원래 대본에 축구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조태웅에게 찍소리 못하던 장면. 조태웅이 슛을 하면 다들 피한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축구 장면이었다. 원래 엔딩도 축구 장면이었다. 엔딩의 축구는 모두가 평화롭게 축구하는 것이었다.”
“뙤약볕에서 힘들 게 촬영했다. 그런데 배우들이 축구를 너무 못하더라. 달리다가 저쪽으로 패스 해보자. 그런데. 계속 NG가 났다. 땀에 흠뻑 젖으면서 축구 장면을 찍었다. 그런데, 축구를 정말 못하더라. 아, 이지훈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축구를 했다더라. 정말 잘 한다. 여하튼 고생해서 찍었는데 편집과정에서 잘렸다.”
이번에 KBS는 드라마스페셜2016시즌으로 10편을 준비했다. 그중 김동휘 피디가 두 편을 맡았다. ‘전설의 셔틀’과 ‘동정 없는 세상’이다. ‘동정 없는 세상’도 촬영은 끝났고 후반작업 중이란다.
‘KBS 33기’ 김동휘 피디는 10편의 작품의 동료/동기/후배 연출가들과는 라이벌 의식이 있을까. “서로 돕고 그런다. 후배들 입봉작 대본을 보고 코멘트도 해준다. 입봉작의 경우 시사회를 갖고 코멘트 해주는 드라마국 내 전통도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단막극부터는 입봉작만큼 관심을 갖고 보지는 않죠”라고 덧붙인다.
후배들 작품을 보았는지? “보지는 못했다. 대본은 봤다. 그런데 후배들 입봉작을 보면 다들 그 사람의 캐릭터가 묻어있어서 재미있었다. 이번에 입봉작이 세 편인데 다 연출자 캐릭터이다. “꼭 너 같은 거 한다”고 말한 것 같다.
시즌 2016에서 눈에 가는 작품은?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신선하다고 생각할 작품으로 사이보그가 나오는 작품이 있다. ‘즐거운 나의 집’(최윤석 피디, 10월 16일 방송)이다. 난 작년에 좀비를 했는데, 이 친구는 한 발자국 더 나가 사이보그를 하더라. 없는 돈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 입봉작 ‘라이브 쇼크’는 어두운 좀비 스릴러였다. 그래서 올해는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대놓고 코미디인 ‘전설의 셔틀’과 성장극 ‘동정없는 세상’을 연출했다. 내년에도 드라마스페셜 기회가 주어지면 멜로를 하고 싶다.” 그러면서 “장르를 넓혀가고 싶다. 멜로, 기회가 되면 심리스릴러.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여러 장르를 해보며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태양의 후예’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대성공과 ‘드라마스페셜’에 쏟아지는 관심에 KBS드라마국 분위기를 물어봤다. “올해에 ‘태양의 후예’가 잘 되고 나서 사내분위가가 그렇다. 사전 전작제로 시간 많이 주고 만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구나.”
김동휘 피디의 또 다른 드라마스페셜 ‘동정없는 세상’은 10월 30일 방송된다. 이주승과 강민아가 출연한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