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본으로 인해 탄생된 스펙터클한 CG와 다이내믹한 서사, 다양한 볼거리도 가릴 수 없는 형편없는 퀄리티를 지닌 작품들이 있다. 어딘가 엉성한 전개, 과욕이 불러온 대참사가 담긴 2021년의 해외 영화들을 선정했다.
3위 - 이터널스 (감독 클로이 자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너무 기대한 것일까. 기대가 큰 만큼 더 커진 실망만이 관객들을 집어삼켰다. 영화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3관왕에 이어 최초 아시안 여성 감독 수상의 빛나는 기록을 세웠던 클로이 자오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인지라 더욱 놀랍다. 클로이 자오 매직은 대체 그사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터널스’는 영원의 슈퍼히어로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왔는지, 그리고 마주한 진실 앞에서 각자의 선택을 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안젤리나 졸리, 리차드 매든, 셀마 헤이엑 등 초특급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며 한국 배우 마동석의 합류로 더욱 국내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던 작품이기도 했다. 마블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마동석의 반가운 얼굴과 그가 펼치는 안젤리나 졸리와의 호흡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반적으로 지루한 전개와 진부한 스토리, 그리고 마치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클리셰 액션의 향연까지 더불어 관객들의 하품을 유발한다.
2위 - 아미 오브 더 데드 (감독 잭 스나이더)
"고구마 지수 한껏 올리는 서사, 좀비물 클리셰의 향연"
잭 스나이더 감독의 좀비물이라길래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를 켰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좀비가 창궐한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가져오는 임무를 수행하는 용병 조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 분)가 한 재벌에게 라스베이거스 지하 금고에 있는 2억 달러를 찾아오는 미션을 제안받게 되고 라스베이거스 사건에서 살아남은 용병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떠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인근 격리시설에서 이민자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이자 스콧의 딸인 케이트 워드(엘라 퍼넬 분)이 합류한 이후부터 발암 생존기가 펼쳐진다.
부녀 사이의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좀비를 함께 해치워나가는 과정에서 표현해 보려 한 시도는 가상하나 부성애는커녕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고구마 지수를 한껏 상승시켜 답답한 마음만 남게 할 뿐이다. 더불어 이미 타 좀비물에서 나왔던 지능이 있는 좀비, 맹수 좀비 등 클리셰들이 나와 좀비물 특유의 긴박한 감정선은 이미 증발하고 사라졌다. 그중에서도 해피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 헷갈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마저 "이게 무슨 결말이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차라리 금고 도둑 루트비히 디터 역을 맡은 마티아스 슈와바이어퍼의 인기로 제작된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프리퀄,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둑들’ 편을 시청하는 것을 훨씬 추천한다.
1위 –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 (감독 앤디 서키스)
“부부 상담 절실한 베놈과 에디, 다음 편에는 화해를 하고 나오길”
먼저, 마블에게 사죄의 말을 올린다. 최악의 영화 셋 중 두 작품을 마블 영화로 선정해야 하는 이 입장을 부디 용서해 주길 바란다. '베놈' 첫 번째 편에서는 베놈과 베놈을 우연히 몸에 받아들이게 된 에디의 티키타카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처음 베놈을 받아들이게 된 에디의 혼란, 그리고 사랑을 되찾고 세상을 지켜내기 위한 서사는 끝없이 긴장감을 유발하며 터지는 액션과 같은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속편에서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증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의미 없는 대화들만 스쳐 지나간다.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두 주인공인 베놈과 에디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빌런인 클리터스(우디 해럴슨 분)와 그의 소중한 연인 슈리크(나오미 해리스 분) 커플 또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리를 무기로 삼는 슈리크가 소리에 취약한 클리터스의 만남을 향한 기대도에 비해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듯한 결말은 실망감만을 남겼다. 이번 작품은 실패했으나 다음 작품에는 꼭 둘이 부부 상담이라도 받아서 화해하고 나오길 바라며, 2021년, 마블은 '블랙 위도우'와 '샹치'에게 정말 감사해야 할 한 해일 것이다.
* 연말 기획 기사 <2021년 국내 및 해외 영화/드라마 BEST와 WORST>는 지난 11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발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