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의 하루'
1930년대 한국 문단에 모더니즘의 씨앗을 뿌린 작가 박태원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차용한 영화가 곧 개봉된다. 임현묵 감독의 독립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가 지난 1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열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집스레 추구하는 무명 소설가 구보(박종환)의 엄마의 걱정 어린 소리를 뒤로 하고 서울로 나와 이런 저런 사람과 만나거나 마주치면서 자신의 절망적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거나, 과거의 추억에 매몰된다. 물론, 그러면서 새로운 상황에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을 기대하게 작품이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임현묵 감독은 작가 박태원의 소설을 오마주한 이유에 대해 “이전에는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을 단편영화로 만든 적이 있는데, 이번에 장편을 하면서 구보의 하루의 일상을 현대적인 모습으로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메시지 전달할 것이 많이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임현묵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우연히든 필연이든 구보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각자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같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들이다”라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며 감상하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소설가 구보의 하루'
임 감독은 작품의 영어 제목(‘Sisyphus’s vacation‘)과 관련해서는 “원작 소설을 보면서도 구보가 그리스 신화에서 영원히 굴러 떨어지는 바위들을 산 정상까지 계속 올리기를 반복하는 벌을 받는 시지프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나 창작 분야에 있는 분들을 넓게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분들이 다 그에 해당된다고 본다. 계속 반복되지만 자기 목표를 위해서 계속 정진해 나가는 구보가 그런 모습인 것 같다. 구보는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 반복되는 글을 쓰면서 거기에 지쳐가고 익숙해져 버려서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뭔가를 느껴보기 위해서 하루만 밖에 나온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같이 바위를 찾는 정상에 올리는 그 시지푸스 모습 같은 구보가 하루의 휴가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자기 작업을 정진하는 이런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구보 역을 맡은 배우 박종환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인상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고, 영화를 봤을 때 조금 더 되새기고 싶었던 부분들이 있다”며, “아무래도 이번 영화가 흑백영화다 보니까 조금 더 섬세한 표정이나 몸짓이 잘 보일 것 같고 그래서 세심한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출판사 대표 역을 맡은 기주봉 배우는 “배우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속 대사’다. 그런데 말없이 쳐다봐도 어떤 이야기를 할 것 같은지 느낌이 와 닿는다”라며 이날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관람하여 감동에 찬 소감을 밝혔다.
임현목 감독의 흑백 독립영화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9일(목)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