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드라마스페셜 2016시즌 두 번째 작품은 학내 빵 셔틀의 비애를 다룬 김동휘 피디의 ‘전설의 셔틀’(10월 2일 방송)이다. 어느 날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서울에서 한 학생(이지훈)이 전학온다. 소문에 의하면 이 학생은 ‘17대 1’의 전설적 주먹을 가진 학생이라고 한다. 기존 학교 짱(서지훈)은 바짝 긴장하고, 학교는 술렁인다. 그런데, 이 전학생 이상하다. 자신의 화려한 과거를 숨기려고 하고 웬만해선 주먹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소문만으로 학교를 접수한 상태. 기존의 학교 짱도 스탠스 잡기가 애매하다. 그런데, 학생 하나(김진우)가 더 전학 온다. 알고 보니, ‘소문만 무성하던 그 전학생’ 서울에서는 실상 빵셔틀 피해학생이었다고. 어떡하지. 위험한 연기는 계속된다.
흉포한 학교 내 계급질서의 상징인 빵셔틀은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과 민주사회가 필요한 가치관 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그 악영향은 당사자가 제대로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도도 없을뿐더러 무사히 졸업을 하더라도 두고두고 대한민국 사회에 왜곡된 질서의식을 남긴다. 극단적으로 어그러진 경우도 많다. 아예 대놓고 폭력적인 <친구>가 아니어도 너무나 많이 보아온 ‘학교’모습이다. 영화 <부산행>으로 유명해진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시도 그런 비극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스페셜 ‘전설의 셔틀’은 과감한 생략과 상황의 코믹함에 집중한다. 기실, 학교폭력이란 것이 정의로운 선생님 한 명이, 혹은 특이한 학생 하나가 바로잡기에는 ‘단막극’으로서는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안다. 김동휘 피디는 영리하게, ‘궁지에 몰린 학생’의 상황역전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 짱에게 인격적 모멸감과 폭력에 시달리다가 전학을 가게 되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 그리고, 미리미리 머리를 써서 자신이 마치 대단한 놈인 냥 행세하여 ‘셔틀 밥’이 될 여지를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어, 자신의 흑역사가 들통 날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학교 짱’이 대결을 신청한다. 상황은 악화되고, 벗어날 구멍은 없다. 허둥지둥, 아등바등. 학교에 공부하러 왔는데, 이게 웬 목숨 놓고 버티기가 되어 버렸단 말인가.
신인연기자들은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기 위한 최대한의 열연을 펼친다. 그리고, 유민상(노안의 학생), 류담(날건달), 유오성(담임 선생님), 전현무(삼촌) 등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카메오는 최소한의 연기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낸다.
드라마스페셜 단막극 ‘전설의 셔틀’은 KBS드라마국 인턴작가 임소연 작가의 작품이다. 감독이 코믹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배우들의 대사와 액션은 코믹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때문에 상황의 무거움은 필요이상으로 가벼워지다.
김동휘 피디는 작년 드라마스페셜 ‘라이브쇼크’로 인상적인 단막극 연출데뷔를 했다. KBS방송국 내 스튜디오를 효과적으로 비추면서 좀비의 습격을 다룬 참신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코믹학원물’로 ‘드라마스페셜의 효율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모두가 행복해한다면 그것이야 최선이지만, 2016학교현실이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은 판타지인 셈.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이지훈을 괴롭히던 학교짱 역은 한재석이 맡았다. 2016년 10월 2일 방송. 시청률 3.1%(닐슨,전국)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