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도심 한복판에 지옥의 사자라는 초자연적 존재가 나타나며 세상에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다루는 작품이다. 배우 박정민은 극중 자신의 아이와 아내를 지키려는 회사원 배영재로 등장한다. 배영재를 통해 그는 처음으로 부성애를 보여주는 아버지 연기에 도전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새로운 연기 도전부터 시즌 2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Q.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으로 넷플릭스 차트 올킬을 이뤄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옥’이 품고 있는 거대한 의미, 세계관이 품고 있는 메시지가 비단 한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한국만 그런 줄 알았는데 살펴보니 다 그렇더라. 그런 면에서 지구촌 모든 분들이 다 공감을 하면서 보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Q. ‘지옥’에서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영재 역을 맡았다. 자신이 보는 배영재는 어떤 인물인가?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재앙이 드리운 이 세상에서 다 필요 없고 피곤하고 자신의 가족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평범한 사람에게 이런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해 나갈까 궁금했다. 그렇게 접근했다.
Q. 아버지 역할이 처음이다. 연기를 함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실제 나이대를 연기한 것도 거의 처음이고 아버지 역할도 처음이다.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성애를 알 수가 없었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우리 가족에 대한 나의 사랑으로 포인트를 잡았다. 그 감정이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Q.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많았던 것 같은데 어땠는가?
애드리브가 많다. 어디까지 애드리브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애드리브가 많다. 이 작품을 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은 웹툰의 일부를 보고 너무 좋아서였다. 하지만 뒷부분을 받아보고 ‘이건 조금 곤란한데?’라고 생각했다.(웃음) 연기를 방심하다가는 4, 5, 6화에서 지루해하실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재밌게 보실 수 있을까 생각했다.
Q. SNS에 박정민 배우를 ‘짜증 메소드 연기 1인자’라는 글들이 보인다. 4화 초반부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데 짜증 연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것 같은데, 본인은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웃음)
글쎄다.(웃음) 짜증 내는 연기가 화제가 돼 짜증을 내지 않는 전작들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짜증 안 낸 것도 꽤 많은데(웃음) 어쨌든 ‘지옥’이라는 작품에서 짜증 내는 것을 보면서 속 시원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소정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생각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그것을 모아가지고 영상까지 만들어서 올려줬던데 넷플릭스에게도 감사드린다. 관심 주셔서 고맙다.
Q. ‘지옥’이라는 작품은 현실에 지옥이 소환되면서 혼란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사회 자체가 지옥으로 보일 때가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옥’ 속 모습과 현실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은 생각보다 강하지만 생각보다 나약하기도 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이 대처하는 방향성이 틀릴 때가 많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소수가 만들어내는 프레임과 헤게모니를 따라서 간다. 그런 현상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배영재라는 인물만 봐도 그런 재난이나 사회 현상이 일어났을 때 내 안에서 들끓는 절망과 좌절이 가장 지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이 세상에 지옥에 가본 사람은 없지 않나. 가장 지옥과 가까운 것은 자신 안의 좌절과 절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러한 좌절과 절망을 느낀 적 있는가?
경험은 많다. 누구나 살면서 지옥 같은 순간들을 겪는다.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찌할 바 모르겠는 심정이 있다. 나는 그때가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 같다.
Q. ‘지옥’에서는 고지를 받은 인간이 지옥의 사자들에게 끌려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실제 본인에게 고지가 내려온다면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남은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과연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 절망적일 것 같다. 아마도 나쁜 생각을 할 것 같다.
Q. 시즌 2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올라오고 있다. 배영재의 재등장이나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가 있는가?
내가 가장 시즌 2에 나오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할 것이다. 그것은 감독님만 아실 것이다. 중간에 농담 삼아서 “배영재는 언제 살아나냐”라고 물어보니 “배영재는 안 살아난다”라고 대답해서 실망했다. '시나리오를 같이 써보자고 해볼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시즌 2에 나오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