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있던 해외 영화들의 개봉이 풀리면서 극장가에 다양한 볼거리들이 찾아왔던 한 해였다. 악역으로 알려져 있던 한 여성의 성장기부터 가족과의 마찰 속에 성장하는 소녀의 여정, 장대한 SF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대작까지. 2021년 강렬한 메시지와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한방에 사로잡은 최고의 해외 영화들을 선정했다.
3위 - 크루엘라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복수는 나의 것, 고통은 너의 것"
두 '여성' 캐릭터의 대립이 아닌, 그저 두 '미치광이'의 만남이 그려진 영화 '크루엘라'는 배우 이름에 엠마 들어가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학계의 정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 엠마 톰슨, 엠마 스톤의 치열한 연기 경쟁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더불어 복수를 하는 여성 캐릭터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어주는 것 대신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겨버리는 크루엘라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더불어 서사 중간 중간 크루엘라의 직업인 디자이너라는 소재를 활용, 패션이란 소재를 적절히 믹스한 것도 경이로울 정도로 세련되고 대담하다. 작품 속에 총 몇 벌인지 감이 안 올 정도로 주인공의 심리를 적절히 묘사하며 신 자체를 예술로 만들어버리는 룩들이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보자마자 감탄사를 던지게 만드는 드레스들이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룩북 그 자체의 작품.
2위 - 코다 (감독 션 헤이더)
"음악, 진심의 언어가 되다"
한 소년과 한 소녀의 마음의 소리가 만나 진심을 통해 공명한다. 영화 '코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을 둔 딸이자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인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가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 분)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과 꿈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많은 수상 기록을 보유한 작품이기도 하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꿈을 꾸게 된 루비가 갈등을 마주하는 이야기는 코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장애에만 초점을 둔 영화가 아니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 그저 한 가족이 시간이 흐르며 맞이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들과 해답을 찾아나간다. 영화 '코다'에 담긴 용기의 힘은 루비를 성장시키며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에도 가닿아 세상의 벽을 허무는 희망의 멜로디가 되어준다.
1위 - 듄 (감독 드니 빌뇌브)
"이것은 시작일 뿐, 드니 빌뇌브의 훌륭한 밑밥"
'듄' 세계관의 장대한 서막이자 아름다움의 의인화로 유명한 티모시 샬라메의 화보집인 영화 '듄'(감독 드니 빌뇌브)은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쓴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시대를 대표하는 SF 시리즈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미래 시대에서 벌어지는 가문들의 음모와 배신, 세력들의 충돌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대서사시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이자 예지 된 구원자인 폴(티모시 샬라메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세계관에 대한 이해 없는 관객들에게도 잘 이해될 수 있는 친숙한 설명, 사막행성 아라키스를 표현하는 압도적인 영상미, 그리고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훌륭한 호연의 향연은 관객들을 단숨에 압도한다. 더불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훌륭한 떡밥들이 곳곳에 심어져있는 '듄'은 그야말로 2편을 위한 훌륭한 1편.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드니 빌뇌브의 수작이 아닐지.
* 연말 기획 기사 <2021년 국내 및 해외 영화/드라마 BEST와 WORST>는 지난 11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발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