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과 ‘검사외전’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강동원의 새 작품은 감성판타지 <가려진 시간>이다. 감독은 단편 <숲>(12)과 독립영화 <잉투기>(13)를 찍은 엄태화 감독. <밀정>의 왜놈 하시모토, 엄태구의 친형이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라는 섬에서 펼쳐지는 판타스틱 동화이다. 엄마가 죽은 뒤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 사는 소녀 '수린'. 어느 날 수린 앞에 소년 ‘성민’이 나타나고. 둘은 둘만의 암호로,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 아는 추억을 쌓아간다. 어느날 친구들과 공사장 발파 현장을 갔다가 수린만 돌아오고 모두가 실종된다. 그런데, 며칠 뒤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가려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는 성민. 모두가 의심한다. 그런데, 성민은 수린과 단 둘만이 아는 추억을 모두 알고 있다.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감성판타지의 매력이 느껴진다. 11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는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영화 '가려진 시간'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두 주인공 강동원과 신은수, 그리고 엄태화 감독이 참석했다.
엄태화 감독은 '가려진 시간'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했다. "큰 파도의 앞에 성인 남자와 소녀가 서 있는 그림이었다. 그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일까. 사실은 둘이 친구였는데, 저 소년만 어떤 일로 인해서 나이를 먹게 되었고, 어떤 일을 겪고 돌아와 소녀에게 ‘내가 이런 일을 겪어서 어른이 됐다’ 라고 말한다. 그것을 온전히 믿어줄 수 있는 친구는 소녀밖에 없었고 둘을 둘러싼 세상은 이들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가, 믿음에 기반한 근간은 어린아이들의 첫사랑같은 순수한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소개했다.
강동원은 소년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온 성민을 연기하기 위해서 "감정선이 중요했다. 섬세한 감정이 많아 디테일에 신경 썼다. 연기라는 게 저만 만족한다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적정선을 찾아가는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은 영화 시작 후 40분 뒤에 처음 등장한다고. “어린아이들이 먼저 나와 스토리를 이끌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태화 감독은 "늦게 출연하긴 하지만 존재감은 누구보다 남다르다.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에서 괴물이 등장하는 만큼의 존재감을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한다.
이날 순수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3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소년의 모습과 파격의 패션을 선보이는 강동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협해야 할 때도 찾아오고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며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항상 제가 어렸을 때 배워왔던 올바름, 정의 그런 기준으로 항상 일을 하려고 하고 선택해 왔다. 그런 게 제가 생각하는 순수함"이라고 말한다.
한편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상대는 신은수. 2002년생이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작품에서 주연을 따냈다. 오디션 때보다 키가 5센티가 훌쩍 자랐다는 신은수는 어린 아이같은 모습에 내일의 배우를 기대하는 이미지를 남겼다. 엄태화 감독은 "스틸을 보면 강동원과 신은수가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 있다. 촬영할 때 은수 양이 강동원 씨 팬들에게 욕 먹을까봐 '내 인생 망했어'라고 말하더라."며 귀여운 에피소드를 밝혔다.
영화판에서 류승완(감독) 류승범(배우)에 이어 다시 한 번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여주고 있는 엄태화 감독은 "워낙 대단한 분들이고 업적을 이루셨기 때문에 비교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열심히 그 뒤를 쫓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려진 시간'은 오는 11월 개봉을 앞뒀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