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사회는 스피드를 최우선 미덕으로 삼는다. ‘속성과외’, ‘3분 카레’, ‘퀵서비스’까지. 여기에 반기를 든 영화가 개봉한다. ‘걷기왕’이다. 뚜벅뚜벅 두 발로 걷는데는 자신있어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를 강요하는 세상에 여고생 '만복'(심은경)은 특별한 존재이다. 선천적 멀미증후군의 만복은 그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못한다. 오직 걷는 것만이 운명. 하루 왕복 네 시간의 학교도 당연히 걸어서 다닌다. 그가 운명적으로 ‘경보’라는 운동경기를 만나게 된다.
12일(수) CGV왕십리에서는 '경보'를 통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걷기왕>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상영이 끝나자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백승화 감독과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선천적 멀미증후군을 앓는 만복 역을 맡은 심은경은 “<걷기왕>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고, 영화를 촬영하며 오히려 내가 힐링을 받았다. 잘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만복’이처럼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화고 경보 에이스 수지 역의 박주희는 “자신의 꿈을 향해 확고하게 달리는 인물인 ‘수지’랑 실제 내 모습은 정반대다. 오히려 심은경 배우가 생각한 것을 끝까지 파고들며 집요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수지’와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학생의 꿈을 압박하는 선생 역을 맡은 배우 김새벽은 “꿈과 열정을 강요하는 악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나 역시 미래와 진로에 대해 어제도 고민했고, 내일도 할 것 같다. <걷기왕>이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 것 같아 좋았다”며 솔직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한편, 만복이 러시아까지 걸어가는 꿈을 꾸는 설정을 넣은 것에 대해서 백승화 감독은 “한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덴 한국밖에 없다. 먼 미래에 혹시라도 통일되거나 하면 좀 더 멀리 걸어서 그 너머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며, “만복이가 멀미를 극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만복이가 멀미를 극복해서 차를 탈 수 있게 되는 것보다는 굳이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꿈을 통해 먼 곳까지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러시아로 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걷기왕> 심은경은 20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