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힘에 대해 응원하고 싶은 기자이자 관객 중의 한 명으로서 이런 기사를 발행하는 것이 애석하기 그지없으나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없었던 영화들을 향한 일침을 가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2021년, 그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도 뚫고 극장가를 찾은 발걸음을 안타깝게 만든 작품들을 꼽았다.
3위 - 새해전야 (감독 홍지영)
"뭔가 잘못된 '러브 액츄얼리' 감성, 우당탕 넘어진 9인 10각의 주인공들"
연말에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뤄진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며 훈훈한 엔딩으로 끝나는, 이른바 '러브 액츄얼리' 감성을 지닌 영화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해전야'는 그러한 연말 파티상을 뒤짚어 엎는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오글거리는 대사와 클리셰로 가득 찬 서사 전개로 인해 내용에 집중할 수 없다.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신들이 교차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부족한 설명과 급박한 전개,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작품 자체에 담긴 메시지 또한 혼란스럽게 만든다.
유연석, 유태오, 이연희, 이동희, 김강우, 유인나, 천두링, 염혜란, 수영이라는 대세 배우들 9명을 모은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당탕 넘어져가는 9인 10각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설날전야'가 된 영화이기에 동정이 일긴 했으나 다수의 혹평 또한 피할 수 없었던 비운의 작품.
2위 - 싱크홀 (감독 김지훈)
"싱크홀도 꺼지고, 재미도 꺼지고"
'싱크홀'에 사람들이 추락하고 동시에 재미까지 추락했다. 영화 '싱크홀'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 분)이 이웃 만수(차승원 분)와 함께 만나게 된 이후 집들이를 하던 도중 빌라 전체가 싱크홀로 추락하게 된 후 벌어지는 재난 탈출 영화다. 애석하게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혀 입체적이지 않으며 개성도, 매력도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113분이라는 충분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만수와 아들의 사이가 왜 좋지 않은지, 오랫동안 다른 여성을 좋아했던 승현(이광수 분)이 은주(김혜준 분)와 갑자기 왜 사랑에 빠지는지 설명이라곤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서사의 개연성 또한 의문 그 자체다. 무능해도 너무 무능력한 공권력과 그 와중에 고군분투해 위성 전화를 손에 얻었음에도 그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연락을 기다리는 가족 대신 승현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것에 전화 찬스를 쓰는 '갑분(갑자기 분위기) 사랑꾼' 모습은 정말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을 정도다. 차라리 리얼리즘 대신 코믹적인 부분을 택한 것이라면 인물들 사이의 케미스트리와 찰진 티키타카가 있어야 할 텐데, 대사도 인물간의 호흡마저도 전혀 유머스럽지가 않다.
그중에서도 신혼집을 구할 돈으로 캠핑카를 사 한강 앞에서 살고 보증금으로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승현과 은주의 엔딩은 청춘 관객들의 탄식을 제대로 유발한다. 서울에 집 한 칸이라도 구하려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을 단박에 욜로족(미래에 대한 대비를 그만두고 현재의 삶에서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생각을 지닌 집단)으로 만들어버린 장면은 기만에 가깝다. 밀레니얼 혹은 Z세대를 단 한 명이라도 진솔하게 사전 인터뷰를 해봤다면 절대로 탄생되지 않았을 영화이지 않을까.
1위 - 미션 파서블 (감독 김형주)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지만... 굳이?"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다. 너무 과도하게 넣은 바람에 선까지 넘어버렸다. 영화 '미션 파서블'(감독 김형주)은 비밀 요원 유다희(이선빈 분)가 흥신소 사장인 우수한(김영광 분)과 우연히 만나게 되며 무기 밀매 사건을 공조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혼성 콤비의 유쾌한 버디 무비를 볼 수 있다고 기대했으나, 영화 초반부터 와르르 무너지는 재미는 관객들에게 의문을 던진다.
허술한 인물들의 과다한 등장, 서사의 구성, 떨어지는 개연성, 탄식이 나오는 유머 센스, 그리고 성소수자를 희화화하거나 여성 인물들에게 끝없이 외모 품평을 하는 신과 대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유발한다. 선을 넘는 흐름은 주성치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영화들의 향수들을 잘못 버무린 느낌이라는 찝찝한 감상평을 남기게 만든다. 현시대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버리고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도 정말, 너무 멀리 가버렸다.
*연말 기획 기사 <2021년 국내 및 해외 영화/드라마 BEST와 WORST>는 지난 11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발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