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무진성 ⓒ NEW 제공
'어디에도 없는 별'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을 가진 배우 무진성은 2013년 드라마 '투윅스'로 데뷔해 지금까지 꾸준한 연기 생활을 해오고 있다. 크고 작은 역을 가리지 않고 맡아온 그는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장르는 로맨스'(감독 조은지)를 통해 첫 주연으로 등장한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한 유명 작가 김현(류승룡 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다양한 관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중 날카로운 글솜씨를 지닌 김현의 제자 유진 역으로 등장하는 무진성은 50대가 다 된 김현을 다시금 성장하게 하고 일으키는 존재로 활약한다.
Q. 본명이 여의주인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무진성이라는 이름은 어떤 뜻에서 짓게 됐나?
중간에 한 번 크게 일이 없었을 때가 있었다. 슬럼프가 많이 왔었는데 그때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 지인분의 권유로 이름을 바꿔보기로 했다. 본명도 특이한데 바꾼 이름도 각인될 수 있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무진성'은 어디에도 없는 진짜 별이 되라는 뜻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서 조금씩 변화들이 많이 생겼다. 물론 이름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름을 바꾸는 전환점을 통해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하다 보니 지금의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왔던 것 같다.
Q. 2013년 MBC 드라마 '투윅스'로 데뷔했고 그 뒤에 웹드라마를 비롯해 TV 드라마 '산후조리원 '등 각종 방송에 등장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으며 쌓은 연기력을 통해 이번에는 주연으로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오디션들을 과할 정도로, 많은 것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면 슬럼프를 겪으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장르만 로맨스'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 보여드리자는 생각이었다.
Q. '장르만 로맨스'에서 맡은 유진 역은 동성애자이지만 이성애자인 김현을 사랑하는 역할이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계속 생각해오고 있다. 일단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유진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해나가면서 해야 할 캐릭터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동성애자라는 점 보다 그저 유진의 인물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고 그렇게 접근을 했기 때문에 역할 표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없었다. 만약 동성애에 관한 부분을 인식하고 그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면 아무리 잘 소화를 해내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보일 것 같아 고심했다.
배우 무진성 ⓒ NEW 제공
Q. 앞서 슬럼프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장르만 로맨스'는 어떻게 보면 슬럼프와도 이어져 있는 영화 같다. 극중 김현도, 유진도 슬럼프를 가졌던 인물이고 그로 인해 성장하지 않나. 실제 본인은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그대로 나를 내버려 뒀던 것 같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이 감정조차 흘러가는 대로 가보고 싶었다. 애써 괜찮은 척도 안 하고 싶었고 슬프면 울고 힘들면 힘들다 말하고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했다. 누군가를 애써 만나려고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 새벽마다 등산을 시작했다. 어른들이 등산을 하면 인생이 보인다고 하지 않나. 올라가다 보면 항상 위를 보는데 그러면 '저걸 어떻게 올라가지'라는 생각에 아득해져서 더 힘들더라. 하지만 당장 앞에 있는 계단 하나하나 밟으면서 올라가면 어느 순간 정상에 있었다. 인생 또한 위만 바라보고 쫓으려고 하다 보면 마음 자체가 지쳐버리고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앞에 놓인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정상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더 내려놓게 됐다. 그러면서 슬럼프가 극복됐다.
그러던 와중에 이 '장르만 로맨스'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극중 유진도 슬럼프가 온 시기에 김현의 '빈 공간'이라는 책을 읽게 됐고 동경하는 사람을 만나 성장을 해나가지 않나. 실제로 나도 슬럼프 기간이 왔을 때 류승룡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됐고 다시 하고 싶고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에 '장르만 로맨스'에서 만나게 됐고 같이 서로 연기를 했고 개봉까지 왔는데 그 선배님과 같이 웃으면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꿈같다.
Q. 선배인 류승룡 배우와 투톱 주연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류승룡 배우에게 어떤 조언과 도움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부담감은 있었다. 이전까지 작품에 크게 기여를 할 만한 롤을 맡아보지는 않았고 존경하던 선배님과 상대역으로 연기하는 것이 긴장이 되고 부담이 됐다. 하지만 열정이 과도해서 더 잘하려고 욕심을 내는 순간마다 선배님께서 잘 눌러주셨고 풀어지고 유연하게 할 때마다 더 당겨주시고 더 적정선으로 유지를 해서 유진의 감정선을 놓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잘 따라갈 수 있었다. 거리감 없이 편하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 후배가 먼저 다가가고 그래야 하는 것인데 오히려 먼저 선배님이 손을 내밀어 주셨다. 상하 구조가 아니라 배우 대 배우로 봐주셨다. 그렇게 나에게 애정을 쏟아주셔서 편하게 즐겁게 촬영을 마쳤고 류승룡 선배님이 하시는 다채로운 연기에 감탄했다. 유연하고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고 자극을 받고 다음 촬영 때는 더 많이 준비해서 가게 됐던 것이 기억난다.
배우 무진성 ⓒ NEW 제공
Q. '장르만 로맨스'는 사랑, 관계, 그리고 편견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웃으면서 보기 시작했지만 깊게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극 중에 유진이 갖고 있는 편견이 하나 있다. 나는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연극을 처음 많이 하면서 연기를 접했다. 오래된 희곡들을 공부하고 연극 무대에 올리면서 우리가 처음에 많이 배운 것이 극 중에 인물의 이름을 많이 보는 것이었다. 작가들 중에 배역의 이름에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이름 또한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후반에 현에게 전화를 거는데 류현경 선배님이 폰에 뜬 이름을 보고 "여학생이 이 시간에 웬일이야?"라고 말하는 장면 자체도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진이라는 이름은 많이들 여자 이름으로 많이 쓰니까 이름 자체만으로도 편견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엔딩 장면도 너무 좋은 것이 현과 유진의 편견이 온전히 깨어지는 순간이다. 유진의 "사랑해"도 이제는 너무 위트 있게 받게 되고 둘 다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 편견이 깨지는 순간 우리 모두 웃을 수 있는 것이다.
Q. 더불어 어떻게 사람에게 접근해야 하는지, 사랑과 폭력의 선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본인이 생각하는 진짜 관계를 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장르만 로맨스'의 유진을 연기하며 나 또한 성장했다. 내가 이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너무나 좋아하는 대사가 있는데 지금도 그 대사를 생각하면 울컥할 정도다. 극중 남진(오정세 분)에게 떠나기 전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상처를 받겠어요"라고 말하며 떠나는 신이 있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어떤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실제의 나 또한 마음을 다 보여줬다고는 생각하지만 가끔은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바랐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 없이 할 수 있는 사랑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유진은 그런 사랑을 보여줬다. 사랑하는 과정에서 상처도 받지만 또 치유를 받지도 않나. 궁극적으로는 유진이 추구하는 성숙한 사랑으로 가야 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관계에 대해서 유진의 사랑법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이러한 시국임에도 극장에 '장르만 로맨스'를 만나러 찾아올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한다면 무엇인가?
영화를 즐겁게 촬영하고 좋은 캐릭터를 만났고 빨리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개봉을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있었다. 구체적인 것이 정해졌다면 2년이든 3년이든 행복하게 보낼 것 같은데 기약이 없다는 말이 너무 마음이 힘이 들었다. 많은 두려움과 걱정들로 지내오게 됐는데 그럴 때마다 촬영했던 시나리오도 읽어보기도 했고 등산도 시작했고 많은 일들을 하면서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졌다. 어느 순간 지금이 순간이 왔고 개봉을 하게 됐다. 이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작은 것들에 소중함을 느꼈다. 이런 시기에도 관객분들을 만났기에, 개봉하는 것에 감사하기에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