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은 3개 전속단체(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가 참여하는 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이 12월 17일(금)부터 12월 31일(금)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1923-2017)의 주체적인 삶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1월 초연했다. 초연 당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회 공연에 그쳤으나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11개월 만에 해오름극장에서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영화 ‘미망인’(1955)를 연출한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아프레걸(après-girl)’은 한국전쟁 이후 새롭게 등장한 여성상을 일컫는 당대 신조어로 봉건적 사회 구조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안에서 자신의 주체적 역할을 찾은 여성을 지칭한다. 주인공 박남옥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격동의 시절을 살아오며 전통적 여성상에 도전한 대표적인 인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를 업고 촬영장을 동분서주하며 영화 ‘미망인’을 제작했다.
작품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박남옥의 주체적이고 파란만장한 삶과 그가 남긴 유일한 영화 ‘미망인’의 서사를 교차하며, 시대를 앞서간 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연출가 김광보와 작가 고연옥은 “박남옥 감독이 영화 한 편을 촬영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은 이시대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큰 공감대를 끌어 낼 것”이며 “박남옥의 행보는 성공과 실패로 평가 할 수 없는 도전의 가치, 시련과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던 한 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이야기 한다”고 전했다.
이번 재공연은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 단원들을 비롯한 초연의 두 배에 가까운 총 75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풍성해 볼거리의 대형 연말공연으로 탈바꿈했다. 초연 당시 6명의 무용수만 참여했던 국립무용단은 이번에 22명으로 출연진을 확대해 더욱 규모 있는 안무를 선보이며, 국립국악관현악단도 실내악 편성에서 밴드 포함 26인조 편성으로 확장해 한층 풍성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한편, 기존 박남옥의 일상 공간과 영화 ‘미망인’ 속 세트장으로 나뉜 2층 구조 무대에 대형 LED 장치를 추가하며 더욱 생동감 넘치고 감각적인 미장센을 구현할 예정이다.
초연 무대는 김광보의 섬세한 연출과 고연옥의 탄탄한 대본, 나실인의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 “전통예술의 색깔이 살아있되 전통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재공연을 위해 다시 뭉친 제작진들은 작품의 큰 흐름은 유지한 채, 새로운 해오름극장 무대 스케일에 맞춘 수정·보완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