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로 달려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후 준비란 지나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됐다. 열심히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 인생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는 아직 배우지 못한 인간의 심정이란 미리 헤아릴 수 없는 종류의 것이기에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다.
영화 '실버택배'(감독 김나연)는 지하철 택배원인 신정숙(변중희 분)이 범죄에 관련된 대포통장을 운반하게 되고 결국 기록 일지를 불태워 증거 인멸을 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여성인권 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를 포함한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주연 배우이자 지하철 택배원 역을 맡은 변중희의 열연이 돋보인다.
귀가 잘 들리지 않기에 배송을 하는데 고객과 통화하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쉽지 않다. 지하철 소음에 가려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조차도 어려우며 걷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아 고객들에게서의 불만도 폭주한다. 큰 짐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은 안전한 노후를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노인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앞으로가 아니고, 죽고 나서 뒤처리를 생각해야 된다니까."
우연히 택배 일을 하러 간 꽃집에서 새 잎이 자랄 때 원래 있던 잎을 양분을 빨아서 자라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시든 잎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공허해 보인다. 기술은 발전하고 인간들은 더 긴 생명을 유지하게 됐지만 삶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삶은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26분의 러닝타임 속에 빼곡히 새겨진, 어쩌면 모두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은 한 번 보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다.
한편, 노인들의 현실이 담긴 영화 '실버택배'는 오늘(19일) 밤 12시 10분 KBS 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