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해 온 이재용 감독과 배우 윤여정이 세 번째로 만난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26일 서울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뜨거운 영화를 공개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종로일대에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너무나 힘들어 죽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영화이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죽여주는 여자>의 배우 윤여정, 윤계상 그리고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재용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상영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감독은 “성매매를 하는 노인에서 출발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이 들어가는 것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며 “나이가 들어가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영화 속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죽음에 대해 감히 다뤄도 되는가, 많은 고민을 했다.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 재앙인지 의문의 시대에 지금이라도 노인문제와 다양한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와 공론화 되었으면 한다. 또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될 시기가 늦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만들었다”고 기획 과정과 의도를 밝혔다.
영화에는 ‘65세 박카스 할머니’ 외에도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감독은 “그동안 주목 받지 않는 사람을 그려보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소영’과 같은 집에서 사는 인물들을 주변부에 머무는 소외된 사람들로 구성, 그들의 삶이 굉장히 비루하고 가난하고 끔찍한 삶일 수 있으나, 계속 살아가고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노인 문제뿐만 아니라 소외된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의미를 전했다.
‘소영’ 역으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윤여정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극한 직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울해지고 힘들었다. 이렇게 나이 들면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 모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있다. 굳이 그런 세상까지 알려주신 감독님께 굉장히 감사하다”며 힘들었던 촬영 당시의 심정을 재치 있게 전했다. 이어서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질서다. 이 영화가 정답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소영’과 한 집에 사는 옆방 청년 ‘도훈’ 역의 윤계상은 “20살까지 할아버지와 한 방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외롭다는 거였다.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되는 건가 생각을 하다가, 내가 성인이 되고 조금씩 멀어진 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며 “할아버지께 굉장히 사랑했고, 같이 있는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도훈’ 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소영’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고, 아낌없이 주는 ‘도훈’의 예쁜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며 남다른 출연 계기를 밝혔다.
노인과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생을 관통하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10월 6일 개봉된다. 물론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이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