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만 볼수록 보고 싶은 동네 이웃으로 변신한 이유영의 '장르만 로맨스'가 극장가를 찾아온다.
오는 17일 개봉 예정인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는 오랫동안 작품을 내지 못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 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다양한 관계들과 그들의 충돌을 다룬 작품이다. 극중 질풍노도의 시기에 반항을 이어나가는 김현의 아들 성경(성유빈 분)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이웃 주민 정원으로 등장하는 이유영은 이상하지만 볼수록 보고 싶은 색다른 매력을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금 선보인다.
Q. 이유영을 떠올리면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이때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왔다. 미용사 보조 일을 하다가 22살 전설의 한예종 10학번으로 입학해 배우 김고은, 박소담 등과 동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기를 시작한 본격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이것저것 각종 아르바이트를 다 해보다가 미용 보조 일은 친구 따라 시작했다. 연기에는 예전부터 하고 싶다는 관심은 있었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다가 엄마가 미용 자격증이라도 따오면 믿고 연기 학원을 보내주겠다고 해 미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를 배웠다. 그렇게 연기 학원에 무턱대고 갔을 때 연기를 하기에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 그런 것들을 채워나가면서 발전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 직업을 가지게 되면 여러 사람들을 연기해야 해야 하니 평생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하지 않는 나에게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왔다.
Q. 새롭게 돌아온 작품 '장르만 로맨스'에서 맡은 정원이라는 인물도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동네에 있는 유부녀, 하지만 미성년자인 학생과 또래처럼 잘 어울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캐릭터의 어떠한 부분에 매력을 느껴 연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캐릭터로 보였다니 감사하다. 영화 시작하고 나서 30분 후에 첫 등장인데 그때 '저 여자 뭐지? 이상한데 궁금하다. 미스터리하면서도 매력 있네'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대본 읽었을 때 감독님이랑 대화를 했을 때,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분량적으로 많지 않지만 이상하면서도 귀여운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분량적으로도 그렇고 중심인물인 김현의 그룹과 겹치지 않는 관계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아쉽지는 않았는가?
촬영장에 더 가고 싶었는데(웃음) 나도 그게 좀 아쉬웠다. 영화를 보고 나니 재밌는 관계들이 많더라. 거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다른 선배님들이랑 촬영을 못 해본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한 번씩 촬영 장소가 겹치면 인사드리고 연기하는 것도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다른 선배님들이랑 촬영을 해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Q. 앞서 말이 나왔듯, '장르만 로맨스'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들이 나온다. 성별에 상관없이 만약에 연기하고 싶은 다른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 참고로 이전에 진행했던 김희원 배우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무진성 배우가 맡은 유진 역이라고 하더라.(웃음)
(웃음)인물들이 각자 다 매력이 있어서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김희원 선배님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 역할을 너무 잘 해내주셔서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는데 사랑스러운 그 모습이 좋았다. 너무 순수한 역할인데 김희원 선배님처럼 해보고 싶다.
Q. 극 중에서 질풍노도의 고등학생 성경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놀러 다닌다. 실제 본인이라면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은가?
나는 내성적이기도 하고 부끄러움도 많다. 과감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사람한테 말을 쉽게 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머릿속으로 궁금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지 "너 학교 가는 거 아니지?"라고 말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Q. 성유빈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가? 성유빈 배우는 소통이 많이 없었음에도 소통이 잘 됐고 노는 장면들을 실제로 노는 것처럼 편하게 찍었다고 하던데.
놀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고 처음부터 이상하게 편했다.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성유빈 배우가 성경 역할에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노래방 신 찍으면서 제일 많이 친해졌다.(웃음) 원래 그런 성격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노래랑 춤추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부끄러움 하나 없이 재밌게 잘하더라. 거기서 반전 매력을 봤다. 평소 조곤조곤 말하는 성유빈 배우와 그 모습 중 어떤 것이 진짜 모습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Q. 고등학생인 성경이 유부녀인 정원을 좋아하게 되는 서사는 파격적이지만 동시에 어른의 정의, 관계의 정의를 보여주는 서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진정한 어른이 되어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남녀 관계에 있어서 사랑과 폭력 사이의 선이 어디쯤인지를 보여주는 서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자칫 잘못하면 선을 넘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조심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에게 오해 없이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선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원의 입장에서도 성경과 친하게 지내며 자기 마음도 터놓게 되고 위로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경이 정원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 '이건 사랑이 아니어야 돼'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는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사랑보다 브로맨스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Q. 연말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관계에 대한 것이지 않나. 이 작품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극장가를 찾아올 분들에게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 같은가?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도 나 자신을 돌아봤다. 매사 최선을 다하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너무 심각하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봤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즐거움도 누리고, 여유도 가지는 게 좋지 않았나 싶었다. 일상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엇던 영화였던 것 같다. 관객분들에게도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고 내려놓고 즐기며 살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요즘 또 코로나 상황 때문에 마음이 지쳐 있고 삭막하지 않나. 그런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
Q. 최근 애플 TV에서 공개된 '닥터 브레인'도, 오는 2022년 공개 예정인 JTBC의 '인사이더'라는 작품도 있지 않나. 정말 열일 행보를 걷고 있는 배우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역할이나 포부가 있는가?
비슷한 시기에 작품이 여러 개 나오는 걸 보면서 열심히 살았구나 생각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촬영을 해왔다. 관객분들에게 좋은 공감과 재미를 드리고 보답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르만 로맨스'처럼 밝은 연기, 그리고 '닥터 브레인'에서의 깊은 연기 등 폭넓은 모습을 더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에 대해서는 '미치겠다, 너땜에!'라는 작품에서 했던 완전한 로맨틱 코미디를 더 긴 시리즈물로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때까지 다양한 장르를 해봤지만 제대로 된 액션 누아르는 아직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