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방탄 유리야 이 XXX야"라고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던 것이 엊그제 같을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악역으로 활약하던 그가 이번에는 애인을 향해서는 뭐든지 희생하는 순정파 연애남으로 돌아왔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사랑하는 연인 미애(오나라 분)에게 항상 매달리고 우는 남자 순모로 등장하는 그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고 무릎 꿇는 사랑바라기일 뿐이다. 자신의 절친이자 소속 작가인 김현(류승룡 분)의 전 아내와 사랑에 빠진 그는 두 인물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를 찰떡같이 해냈다. 인터뷰로 만나본 그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대박을 기원하는 강렬한 마음까지 들어봤다.
Q. 평소 대중에게 '방탄유리 아저씨'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사실상 악역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매 상황마다 거의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여린 남성으로 나온다. 전작 '담보'도 그렇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캐릭터로 최근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선한 캐릭터를 선택하는 특정한 이유가 있는가?
의도한 것도 있고, 의도를 했어도 나를 안 써주면 못하는 건데 써줬다. 그래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 배우는 항상 그런 욕심이 있다. 똑같은 것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계속 노력을 하는 중이다.
Q. 호기심이지만 순모라는 이름이 한자어로 순한 두부라는 뜻인지도 궁금하다. 약간 멘탈도 두부 같은 캐릭터라 잘 어울리기도 한다.(웃음)
(웃음) 한문으로 뭔지는 감독님한테 물어보진 못했다. 죄송하다. 순둥한 사람의 애칭으로 감독님이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한자로는 나중에 내가 물어보겠다.
Q. 조은지 감독과는 이전에 친분이 있었는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조은지 감독의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맨 처음에 받았을 때 프랑스 예술영화인 줄 알았다. 대본이 너무 무거워서 이 영화를 코미디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림이 잘 안 그려졌다. 철학적이고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철학에 끌려서 하게 됐다. 재밌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었다.(웃음) 예전에 상대 배우로 조은지 감독과는 연기를 했다. 서로 겹치는 지인들이 있는데 조은지 감독에 대한 연기, 영화의 가치관을 많이 들었다. 독립영화로 예전에 상을 받았다고 들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나는 게으른데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신뢰가 갔다.
Q. 절친의 전 아내와 사귀는 설정인데 사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상황인 것 같다. 만약 캐릭터를 떠나 실제 본인이 그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미애와 사랑에 빠지는 선택을 했을 것 같은가?
절대 안 그럴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절대 안 될 것 같다. 만약 사랑에 빠진다면 사랑을 얻으려고 할 용기가 들까, 너무 큰 사랑이어서 그런 큰 용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랑 잘 되서 결혼했는데 집들이가 되서 친구가 오면 어떻게 할 건가.
Q. 그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웃음)
(웃음) 그럴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
Q. 평소 낯을 가리기로 유명한데 오나라 배우와 어떻게 친해졌는지, 어떻게 호흡을 맞췄는지 매우 궁금하다.
오나라 배우는 나보다 낯을 더 가리는 사람에게도 낯을 안 가릴 것이다. 어떤 시사회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였는데 갑자기 지나가면서 "오빠" 그러더라. 나도 아는 사람처럼 "어" 했다. 오나라 배우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긍정 에너지가 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친근해서 어느 누구도 낯을 가릴 시간이 없을 것이다.
Q. 얼마 전 있었던 인터뷰에서 오나라 배우는 우는 남자 말고 거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김희원 배우의 실제 이상형은 어떤지 궁금하다.
(웃음) 이상형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 이상형을 모르겠다. (웃음)
Q. 순모와 같은 실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너무나도 실제 같이 연기를 했다.(웃음)
실제로 수신거부를 당한 적이 있다. 울지는 않았는데 답답하고 억울해서 울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문앞에서 울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부질 없다는 생각이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다.
Q. 사랑에 헌신하고 착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성 관객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 관객들에게 순모의 매력을 어필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거친 남자도 좋은 점, 나쁜 점이 있고 헌신하고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이뻐보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 미워보이기도 하고. 바라보는 사람의 시점에 의해서 그 사람이 바뀌는 것 같다. 배우의 경우에도 내 나름대로는 연기를 열심히 하는데 나도 이상하다고 보는 분이 있을 것이고, 잘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는 없는 것 같다. 순모처럼 순수한 사람은 확률적으로 드물다. 예쁜 마음으로 봐주시면 영화 보면서 더 귀엽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길 바랄 뿐이다.
Q. '장르만 로맨스'는 등장인물들의 기상천외한 로맨스에 빠져들게 된 작품이기도 한데 본인의 역할 이외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있는가?
유진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웃음) 나이가 조금 걸린다.(웃음) 상대는 류승룡 배우로 해서 똑같이 해보고 싶었다. 비주얼이 되려나 모르겠지만 하고 싶다.(웃음)
Q. 유진 역으로 나온다면 극중 김현(류승룡 분)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갈 것 같은가?
영화를 봤을 때 유진에게 진심이 느껴졌다. 누구를 엄청 많이 좋아하면 겁나서 다가가지 못하지 않나. 다가간다는 것이 다른 의미로는 가두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까봐 도망갈까봐 무서워서 못 다가가게 된다. 안 다가가면서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이 이 영화에도 잘 나와있다. 그 두분의 디테일을, 더 섬세한 이야기를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류승룡 배우와 유진은 어울렸는데 나와 어울리는지 상상은 잘 안 되어서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모르겠다.(웃음)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순모가 아닌 실제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짝사랑을 많이 한 것 같다. 못 다가갔다. 다가가는데 아닌 것처럼 다가가는 어른이 됐을 때 우연히 너네집 앞에 왔어 이렇게 다가갔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니 대놓고 다가간 것 같다.
Q. 듣다 보니 연애 고수인 것 같은데 혹시 관객들을 위해 줄 수 있는, 상대방에게 잘 다가갈 수 있는 꿀팁이 있는가? 고백 방법 혹은 데이트 신청 방법이 있는가?
내가 연애 고수인지 모르겠다.(웃음) 첫 번째가 진심이어야 하고, 진심이지만 내 진심을 다 전달하면 안 될 것 같다. 상대방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부담일 수 있다. 괜히 그냥 과자 한 봉지 주고 그러는 것이 낫다. 처음부터 큰 선물을 주는 것보다는 초콜렛 주면서 "이게 진심이야", "그 이상은 없어" 이렇게 말하면 되지 않을까.(웃음)
Q. 관계가 확실히 이 작품의 키워드인 것 같은데 다양한 관계가 나오다 보니 이 작품에 공감할 수 있는 관객들의 폭이 굉장히 넓을 것 같다. 특히 관계에 상처받거나, 혹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이 그럴 것 같은데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이 영화 보시고 위로 받으면 좋겠다. 혹시 지금 그런 일이 있었거나,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사람들은 위로까지는 안 되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가볍게 웃으면서 그 시간을 재밌게 보냈으면 좋겠다. 만드신 분들이 굉장히 열심히 했고 그러면 그분들이 정말 보람을 느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극장가를 찾아줄 관객들에게 '장르만 로맨스'를 홍보 문구처럼 어필한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
앞에 갑자기 투자사 NEW라는 문구가 앞에 보인다. 이 영화가 'NEW'인 것 같다. 새로운, 독특한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는 무거운 시나리오를 봤는데 재밌게 나왔고 가벼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메시지가 있다. 꼭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