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지난 4월에 극장에서 아주 잠깐 걸렸던 조바른 감독의 무협액션영화 [불어라 검풍아- 감독판]이 방송된다. 조바른 감독은 지난 여름 밀레니얼 감성의 K-호러 ‘괴기맨숀’을 선보이기도 했다. ‘불어라 검풍아’는 칼을 쓰는 무협물이다. 오래 전 호금전 감독의 [협녀]를 생각하거나 타란티노의 [킬 빌]을 기대하면 된다. 그런데 [독립영화관] 상영작이니 스펙은 미리 짐작하시길.
연희는 어린 시절 고아원에 보내진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가진 연희(안지혜)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연희는 영화에서나마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열심히 검술을 연마하여 눈부신 액션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대역’이다. 마지못해 촬영장으로 향한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영화 속 내용’이 아니라 ‘평행우주’였다. 그곳 세상은 악당들이 칼을 휘두르며 마음사람을 괴롭히는 무림이었다. 이곳에서 연희는 ‘귀검’으로 불리며 마을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귀검의 칼 실력은 그곳 무림을 완전히 평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주인공 연희를 연기한 배우 안지혜는 영화 <아워 바디>를 비롯,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 [육룡이 나르샤], [맏이] 등에 출연했던 배우. 꽤 볼만한 액션 장면을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평행세계 속에서 마을 영주 역을 맡아 안지혜와 호흡을 맞춘 이민지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고, 영화 <꿈의 제인> 주연을 맡았었다. 안지혜, 이민지와 함께 박태산, 조선기, 이세호, 종호 등이 ‘검풍’에 힘을 보탠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영화판에서 나온 칼 액션물이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부터 [킬빌]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무협 스토리가 펼쳐진다. 신선한듯 물론, 안지혜 혼자서 떠받들기에는 칼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인터뷰] 조바른 감독 ‘불어라 검풍아: 감독판’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Q.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는지.
▶조바른 감독: “항상 검술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대부분의 검술 액션 영화들은 시대극인데, 아시다시피 시대극은 예산이 많이 든다. 하지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 시대적 배경은 현대지만, 등장인물이 특수 의상을 입고 검을 들고 싸우는 거다. 아무런 법적인 제약 없이 말이다. 물론 실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이런 것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다. 관객들을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가서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관객들은 현실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Q. 주인공은 평행세계로 간다. 이러한 설정이 낯선 소재는 아니다. 다른 작품들과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했는지.
▶조바른 감독: “나는 SF 장르의 팬은 아니다. 하지만 평행세계라는 세계관은 아시아계 영화나 만화에서 유명한 설정이다. 하지만 나는 기존 작품들을 참고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명백하게는 평행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고. 평행세계를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은 스릴러/로맨스 코미디 장르이지 않나. 우리는 칼로 싸운다.”
Q. 이 영화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조바른 감독: “그렇다. 우리 모두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 꼭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진정한 영웅의 의미라고도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내가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