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CCTV는 한중(韓中)간 방송 및 디지털콘텐츠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임진왜란 1592’를 공동제작하기로 한다. 2년 만에 <임진왜란 1592>은 5부작으로 완성되었다. 첫 세 편은 한국에서, 그리고 4,5편은 중국에서 제작(촬영)되었다. 지난 3일 방송된 1편 ‘조선의 바다에 그가 있었다 -上’은 사천전투에 나선 이순신 장군이 왜적의 조총에 맞는 장면이 그려졌다. 연출을 맡은 김한솔 피디에게 촬영 과정을 들었다.
중국과 한국에서 촬영했다고 했는데..
“중국의 경우는 우선 베이징 팔일영화제작소(中國人民解放軍八一電影制片廠)에서 성(城) 전투장면을 찍었다. 그곳에 세트장에는 거대한 중국 성벽이 있다. 그걸 평양성으로 변신시켜 촬영했다. 명나라 황제가 나오는 자금성 장면은 중국드라마나 중국영화를 통해 많이 본 헝디엔 스튜디오(橫店影視城)의 자금성 세트장이다. 그 외 벽지제관전투 등 평야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오우삼 감독의 ‘적벽’과 장예모의 ‘영웅’ 찍었던 곳이다.
“중국에서 찍은 4편과 5편은 박성주 피디가 연출을 담당했다. 중국 로케 장면을 보면 놀랄 것이다. 정말 영화 ‘영웅’을 보는 것 같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수원세트장에서 배를 찍고 바다 CG 합성했다”
“한국에서는 여느 사극 찍는 거랑 같다. 가장 중요한 해전 씬은 ‘놀랍게도’ 수원에 있는 KBS드라마센터에서 찍은 것이다.”고 말한다. 바다에서 안 찍은 이유가 있을까. “세월호 이후 실제 바다에 배를 띄우고 촬영하는 것은 어렵다. 안전문제도 있고. 모든 배는 CG로 합성되었다. 백홍종 촬영감독이 직접 배를 롤링하고 찍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내부 씬은 전부 KBS 수원드라마센터의 세트장이다. 거북선도 격군실도.”
이순신 장군이 머무는 좌수영은 부안의 세트장이다.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사극 많이 찍는 문경 세트장에시도 찍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바다는 그럼 어디일까. “바다 장면은 모두 완도 바닷가이다. 수원에서 배를 찍고, 완도 바다 모습과 CG로 합성한 것이다. 완도군에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었다.”며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임진왜란 1592>의 CG작업은 영화 <명량>을 담당했던 업체이다.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블록버스터만큼 큰 예산 없이도, 충분히 시청자를 사로잡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김한솔 피디는 “해전 씬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불멸의 이순신>에서 나올 수 있는 카메라 앵글, 프레임은 다 나온 셈이다. 그 작품이 씨앗이다. 그 사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며 “우리는 거북선 전투에 차별화를 뒀고 거북선의 싸움을 최대한 구현하려 했다. 영화 ‘명량’에 등장하는 거북선이랑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CG작업에 대한 만족하는지 물어봤다. 김한솔 피디는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상업영화의 제작비는 100억 원 이상이 기본이다. 영화와 TV미니시리즈와는 비교자체가 안 된다. 만약 비교해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며 “‘라이언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 TV에서 보는 것의 차이이다. <임진왜란>은 TV 매체에서 더 빛을 볼 것이다. 놀라게 될 것이다. 여태까지의 전투씬 해전씬과 비교했을 때 절대 손색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달 초 기자시사회에서는 2편(이순신의 해전)을 보여줬었다. 왜 기자들에게 ‘영웅’을 보는 듯한 스펙터클한 4편과 5편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김 피디는 팩추얼 드라마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팩추얼 드라마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2편 하나만 봐도 전체 그림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팩추얼 드라마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다큐멘터리 매니아에겐 낯설지 않은 장르이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다큐드라마’로도 불린다. 1500억원 짜리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480억 원짜리 ‘초한지’가 팩추얼 드라마로 분류된다.
“팩추얼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 NHK사극은 우리보다 훨씬 다큐적인 드라마이다. 나레이션이 있고, 현장을 보여준다. 중간에 박물관이 등장하기도 한다.”
KBS도 대하드라마 많이 만들잖은가. 교양국에서 만든 팩추얼드라마는 뭐가 다를까? “KBS 대하드라마는 KBS의 훌륭한 브랜드이다. 1대1로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자산이다. 우리는 새로운 장르인 팩추얼 드라마를 시도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 그동안 <역사스페셜>과 <추적 60분> 등을 연출한 교양국출신의 김한솔 피디가 보는 드라마 분류법은 어떨까.
“미니시리즈는 한 인물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캐릭터간의 갈등을 중점으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대하 사극은 그야말로 큰 강(大河)을 다룬다. 역사의 큰 강이 흘러가는 것처럼 사건의 전개과정에 천착(穿鑿)한다.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야기가 이렇게 저렇게 진행된다며.”
“그에 비해 팩추얼 드라마는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인물을 묘사하면서 사건의 진행과정에 천착하는 것은 대하드라마와 비슷하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하드라마는 큰 이야기를 들러주는데 비해 팩추얼 드라마는 큰 이야기들 가운데에서 하나를 깊숙이 들어간다. 거북선은 어떻게 싸웠으며, 그 격군실 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들려준다.”
기관총에 집중하라, 거북선에 집중하라
김한솔 피디 신났다. 팩추얼 드라마를 더 자세히 소개한다.
“디테일이 생명이다. BBC의 ‘아우어 월드 워’(Our World War)가 팩추얼 드라마이다. 그 첫 회를 보면 다리 하나를 두고 연합군과 독일군이 펼치는 이야기가 아주 디테일하게 담겨있다. 기관총을 어떻게 쏘고, 왜 쏘는지 하는 식으로. <임진왜란1592>에서는 거북선의 모습이 그러하다. 좌현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고, 포의 배치는 또 어떠하다는 식으로. 그 안에서 이순신의 심리묘사가 깔리는 것이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시청자에게 이런 느낌을 준다.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다!”고.
'아우어 월드 워'는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특집으로 영국의 BBC가 제작한 3부작 드라마이다. 1편에서는 전쟁 발발 직후인 1914년 8월 23일, 벨기에 몽스에 파병된 영국군 왕립보병연대와 독일군이 펼친 전투가 그려진다. 벨기에 몽스의 니미(Nimy) 다리가 배경이다. 독일군의 강력한 공격과 영국보병의 기관총 대응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김한솔 피디는 덧붙였다. “‘밴드 오브 브러더스’에서는 전쟁에 참전한 베테랑 군인들의 인터뷰가 삽입된다. ‘임진왜란’에서는 마지막에 사료가 등장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