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페셜 2021’에서 방송된 ‘통증의 풍경’이 그 누구도 조명하지 않았던 외면 받는 이들의 참극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여운을 안겼다.
이날 방송된 ‘통증의 풍경’은 배달을 하던 한 여성이 순식간에 목에 줄이 매여진 채 버둥거리며 끌려가는 참혹한 장면으로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좁은 월세방들로 가득한 허름한 빌라촌, 그 속에서 권태로운 사목 생활을 이어나가던 신부 가브리엘(안내상 분)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한 사람의 고해를 듣게 됐다.
놀란 신부는 의문의 인물을 향해 “병원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라고 권했지만, 의문의 인물은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내며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급기야 그 사람은 “세상에 참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라며 다시 한 번 살인을 예고한 후 시간이 다 됐다며 찝찝함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장난으로 생각했지만, 동네 주민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불길한 주문처럼 반복되기 시작했다.
장난 같던 고해는 가브리엘 신부의 불안을 조여 오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한 동네의 고독사 사건들에 형사 윤광숙(백지원 분) 역시 의문이 들어 추적을 시작했다.
곁에 있던 후배 형사가 현장을 유심히 둘러보는 형사 광숙에게 동네에 자살이 비일비재하다며 “이거 고독사예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이에 광숙은 “그런 걸 다 어떻게 자살로 단정해?”라며 날 선 질문을 던졌다.
그런 가운데 담배 심부름을 시킨 중학생과 몸싸움을 벌이던 노인이 벽돌을 집어 학생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끔찍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 곁에는 웃는 얼굴로 지켜보던 노파가 있었고, 이에 격분한 노인은 노파에게 폭력을 가했다.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그때, 노파는 “그래도 여기선 안 되는데”라고 읊조리며 강하게 노인의 목을 졸랐고, 저항하던 노인은 이내 질식했다. 이후 노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폐지 줍는 리어카를 끌고 노인의 집에 들어가 자살로 위장, 살인사건의 범인이 노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안방극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다시 고해소를 찾은 노파(길해연 분)는 “저는 죄가 많아요”라며 자신의 살인을 고백했다. 복잡한 얼굴의 신부가 “정말 사람들을 죽인 겁니까”라고 묻자 노파는 자수를 빌미로 그에게 비밀스러운 부탁을 전했다.
그 후, 시체를 처음 발견한 게 신부라는 사실을 듣게 된 윤광숙은 신부를 조사했다. 형사 광숙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자신을 추궁하자 분노한 신부는 “범인이 어디선가 또 누구를 죽이고 있다고 해도 이러고 있으실 겁니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어 의문을 더했다.
밤이 깊어진 후 노파는 창문 너머로 한 여인의 집을 살피며 오싹함을 유발했다. 이어 노파가 지켜보던 여인의 장례를 치르는 신부의 모습은 또 하나의 살인이 일어났음을 짐작하게 했다. 결국 신부는 두려움에 형사 광숙을 찾아갔다.
형사 윤광숙은 범인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고, 신부는 “형사님께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조금 있을 것 같네요”라고 토로했다. 노파는 고해소를 또 다시 찾아왔고, 또 사람을 죽일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하며 가림막 사이로 신부를 가격했다.
방송 말미, 돌연 노파가 지내고 있는 사일로(가축 사료인 사일리지를 만들어 저장해 두는 용기) 안에서 눈을 뜬 형사 윤광숙은 그녀를 향해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사라진 형사 광숙을 찾아온 신부는 끝내 눈앞에서 노파를 놓치며 시청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이후 놀이공원으로 향한 노파는 한 커플과 함께 케이블카에 탑승, 사진을 찍어달라는 그들의 말을 순순히 들어 준 후 바깥 풍경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는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안방극장에 소름을 유발했다.
한편, <드라마 스페셜 2021>은 매주 금요일 밤 11시 25분에 방송된다. TV 시네마 4편은 방송일보다 2주 앞서 웨이브와 Btv에서 선 공개된다. 오는 12일에는 ‘사이렌’ 편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