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감독 ⓒ ㈜kt seezn 제공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무던한 위로가 담겨 있다. 인공적인 무언가를 그려내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자연 그대로, 공간 그대로, 시간 그대로의 마음을 담아낸다.
그 김종관 감독의 풍경에 이번에는 신세경이 합류했다. 시즌 오리지널 '어나더 레코드'(감독 김종관)는 배우 신세경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다룬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다. 지난 28일부터 공개된 이 작품은 신세경의 이야기를 담아낸 김종관 감독의 독보적인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김종관 감독을 만나 그가 그려낸 풍경을 같이 걸어봤다.
Q. 어떻게 '어나더 레코드'가 탄생했는가?
다큐멘터리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긴 하지만 많은 장점을 느꼈다. 심각하지 않은 라이프 다큐멘터리지만 철학 한 조각이 있는 작품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생소했다. 기댈 곳이 필요한 데 나한테 많이 관찰된 공간을 가지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사람과 공간의 결합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에 그 사람의 결과 서촌이라는 장소의 결도 잘 맞아야 했을 것 같은데 다양한 배우들 중에 신세경 배우님과의 협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배우 다큐멘터리를 하고싶다는 의뢰가 있었고 신세경 배우를 만났을 때 배우로서의 삶의 부분도 매력이 있었지만 인터뷰에서 삶의 가치에서 일에 대한 부분도 가치와 동시에 행복에 대한 부분도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이 현대인으로서도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위해서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가지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행복에 대해서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고민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신세경 배우는 평소 SNS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자신의 일상을 많이 공개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신세경 배우의 어떤 점들을 더욱 조명하려고 했고 편집할 때 집중을 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는가?
예능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확실한 미션 안에 큰 사건이 벌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취향,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대본이 없기 때문에 캐스팅이 중요했다. 사전 인터뷰를 하면서 신세경 배우는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질문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궁금함이 많은 사람이다. 이 다큐멘터리에 그런 부분들이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화 형태의 포맷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편집하면서 기존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는 구성보다는 헐겁게 했다. 몇 가지에 대한 키워드나 질문에 대한 정보는 주되 본인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대화 안에서 편하게 할 수 있게 했고 훨씬 재밌는 대화가 그렇게 이뤄졌다.
김종관 감독 ⓒ ㈜kt seezn 제공
Q.김종관 감독의 작품은 대사가 지닌 특유의 말맛 때문에 찾는 관객들이 많기도 한데, 이번 작품도 신세경 배우와 낯선 사람들 사이의 대화로 이뤄지는 흐름이다. 작품 속 등장하는 말들의 경우 어떤 부분들에 중점을 두고 편집을 했는가?
이 분야에서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 그 안에 많고 피곤할 일도 많고 상처받을 이도 많다. 나는 이 동네 살면서 그런 부분에서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 카페 가면 반갑게 인사해주고 사람들의 가식이 없고 밥 먹을 때 계란 후라이 하나 얹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의 위기들을 이겨낸 것 같다.
최근에 우울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있었다. 전작 '최악의 하루'에서도 세 명의 남자를 만나는데 두 명의 남자랑은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낯선 사람하고는 깊은 소통을 하게 되지 않나. 서로가 잘 아는 관계가 아니라 낯설지만 교집합이 있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재밌는 대화가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작품 속에는 서촌의 아름다운 장소들이 등장하는데, 특히나 위스키를 파는 '무용소'도 그렇고 서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우 익숙한 공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선정하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여기에 소개되는 이웃들은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방인들이 많다. 삶의 변곡점이 있다. 내 안에서 싸우는 싸움이 여기에 소개되는 것도 있고, 신세경 배우도 그 가치를 위해서 많이 싸워온 배우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신세경 배우와 동시에 평범한 이웃의 생각과 교집합도 듣게 되는 것이다.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다큐멘터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Q. 서촌을 이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힐링이 될 것 같지만, 서촌을 잘 알아가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홍보 영상이 될 것 같은 작품이다.
가벼운 책 읽는 기분도 되고, 산책하면서 모험을 하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면서 그 안에서 삶의 한 조각을 얻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전과는 좀 다른 것은 실제 사람들을 담았다. 공간을 다뤘지만 사람을 다룬 이야기다. 실제 목소리를 들었다. 그런 부분이 가장 다르게 다가온 것 같다. 그동안의 영화의 접근과는 다른 방식이었고 내가 위로 받았던 공간에서 위로 받았던 포인트들을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김종관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장소의 멋과 영상미에 매력을 느낀다. 이번 작품에도 시간이나 소품 같은 것도 디테일하게 신경을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비하인드가 있는가? (마치 '아무도 없는 곳'의 그 위스키 잔처럼)
영화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라고 하면 바 안의 조명도 있겠지만 영화적으로 설득할 수 있게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친숙한 공간이라도 달리 보일 수 있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출연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니까, 영화와 다큐 사이에 있는 형식에서 나오는 경계가 재밌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없는 곳'의 위스키잔은 밑에가 깨져있는 잔인데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다. 옛날에 일본에 작은 바에 갔을 때 거기에 있던 배우를 했던 남자 바텐더가 있었는데 그 잔으로 술을 먹고 있었고 그 잔이 너무 예쁘다고 하니까 나한테 그 잔을 술김인진 모르겠지만 선물로 줬다. 그 잔이 영화 안에서 가상의 이야기로 쓰였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이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든 경험이었다. 그런 면에서도 이번 작업도 의미가 있었다.
김종관 감독 ⓒ ㈜kt seezn 제공
Q. OTT에 이런 결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백스피릿'도 그렇고, 연예인들을 초대해 연예인이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술이나 다른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들이 주류 트렌드로 많이 제작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어나더 레코드'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가?
'유퀴즈'라는 예능을 잘 본다. 평범한 이웃들의 특별한 면을 잘 듣는다. 그 안에서 듣는 많은 사연들이 있는데 여기서는 유재석이 아닌 신세경 배우가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성이다. 그런데 셀러브리티가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고 근본적으로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다. 인터뷰와 인터뷰이의 관계가 아니다. 아주 센 자극이 있진 않지만 더 청각적이고 촉각적이고,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을 만들면 색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 영화는 신세경 배우라는 사람의 개성이 중요하다. 배우에 대한 궁금증만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행복을 어떻게 고민하는지, 고민을 해야하는지, 삶에 대해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저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 개성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어나더 레코드'가 이번 작품이 끝이 아닌, 시리즈로 갈 가능성은 있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작업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 극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해보고 싶다. 한 번 하니까 아이디어들이 생기더라. 내가 큰 자극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는 않지만 창작자들은 누가 뺏어갈 것 같은 마음이 있다.(웃음) 이 다큐멘터리는 배우 신세경의 취향과 가치관이 중요하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배우들은 가면을 쓰면서 비로소 가면을 벗는 느낌도 있다. 자기 진짜 맨얼굴을 보여주는 느낌도 있는데 그거 말고 작업적인 면을 보는 것 자체도 가면을 하나 씌워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찾고 싶다. 리스트들은 머리 속에 있다.(웃음)
Q. OTT 특성상 이미 공개된 '어나더 레코드'를 이미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다음 계절, 또 다음 계절에 이 작품을 볼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봉 영화는 개봉 첫주에 올인한다. OTT는 반면 긴 호흡으로 느긋하게 가는 콘텐츠라는 생각이다. 당연히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야 하고 신세경 배우를 좋아하는 팬도 있겠지만 삶에 대한 고민과 위로를 받을 수도 있는 작품이다. 내 주변에 회사원들이 좋아하더라.(웃음) 회사에 퇴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타겟이구나 생각했다. 공감할 부분들이 많고 내 가 찍으면서도 인생의 터닝포인트들이 조금은 생겼다. 편하게 보실 수 있으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 김종관 감독의 '어나더 레코드'는 현재 KT 시즌에서 공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