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감독의 시네마에세이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가 오늘(28일) 개봉된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때로는 지긋하고 때로는 애틋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로 또 같이 사는 우리 시대 가족의 초상을 내밀하게 담았다. 감독의 실제 어머니이자 본인 역할을 맡아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김혜정 배우와 연극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신예 신정웅 배우의 신선한 캐스팅 역시 돋보인다.
4:3의 화면비와 고정된 촬영으로 안정감을 주며 마치 소중한 가족사진을 보는 듯한 촬영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가와 신선한 눈맛을 선사한다. 92년생 신동민 감독이 MZ세대의 시선으로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한 내밀한 고민을 절제된 감정과 사려 깊은 연출을 통해 풀어내 전 세대의 관객에게 깊은 여운과 공감을 안긴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에서 놓치고 지나가면 아쉬운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2인 1역의 신선한 캐스팅이다. 1부와 3부에서 ‘혜정’ 역을 맡은 김혜정 배우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 배우이자, 실제 신동민 감독의 어머니다. 2부에서 ‘혜정’ 역을 맡으며 2인 1역 캐스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노윤정 배우는 연극계에서는 잘 알려진 베테랑 배우다. 하나의 배역을 두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오히려 캐릭터에 집중하게끔 유도한다. 그렇게 삶의 표정을 오롯이 보여주며, 관객에게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구분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4:3의 화면비의 선택을 통해 인물 사이의 거리를 좁혀 프레임에 담긴 대상과 상황에 보다 몰입을 높이며 영화가 마치 소중한 가족사진처럼 느껴지게 연출한다. 또한 카메라를 고정한 채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한 것 역시 인상적이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에는 자전거를 타는 ‘동민’의 모습 등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서 고정된 채 인물과 상황을 지켜본다. 그래서 인물들은 상황에 따라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기도 한다. 신동민 감독은 카메라를 고정한 채 그들을 바라봄으로써 관객이 그 시간을 느낄 수 있으면 했고, 관객들이 그들과 같은 시간을 체험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그렇게 고정된 촬영으로 인물들의 시간과 사건을 카메라에 봉인하며 관객들에게 안정감과 깊이 있는 정서를 고스란히 전한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신동민 감독이 각각 연출한 3개의 서로 다른 단편영화를 하나로 묶어낸 장편영화다. ‘군산행’, ‘태평 산부인과’, ‘희망을 찾아서’의 3부 구성으로 합쳐진 작품은, 본래 촬영된 순서에서 벗어난 균질하지 않은 배치를 통해 영화적인 화학작용을 보여주며 오롯한 장편영화로 재탄생했다. 이 형식이야말로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가 감독 개인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가족 에세이이자, 상투성을 벗어나 보편적 가족 드라마의 위치를 부여한다.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오늘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