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EBS)채널에서는 ‘고등학생 수능특강’이나 ‘보니하니’만 방송하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마니아라면 ‘다큐프라임’을 애청할 것이다. 그 EBS는 척박한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시장에서 특별한 연례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바로 ‘다큐멘터리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세계의 참신한 다큐멘터리와 한국의 훌륭한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자리이다. 국제영화제답게 극장 스크린에서도 상영하고, 특이하게고 EBS채널을 통해서도 방송한다. 영화제 기간동안 거의 9시간씩 특별 편성하여 다큐멘터리를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도 올해로 13년째. 파격 그 자체의 영화제이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는 제13회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기자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우종범 EIDF조직위원장(EBS사장), 이은정 집행위원장, 임철 사무국장, 신은실 프로그래머가 참석하여 올해 상영작 및 영화제 운영에 대해 소개했다.
우종범 조직위원장은 "매해 거장의 신작을 최초로 소개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를 엄선해 국내 시청자와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EIDF 2016은 '다큐로 보는 세상'을 주제로 22일 개막식과 함께 28일까지 EBS 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미로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30개국에서 초청된 47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임철 사무국장은 79개국 1,058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고 밝혔다.
극장 상영과 동시에 영화제 기간 동안 하루 평균 8시간 30분씩 EBS 채널을 통해 44개 작품이 방송된다. 극장과 TV방송이라는 투 트랙 방식은 EIDF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시청률이나 광고수익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올해 EIDF상영작은 다큐멘터리 팬이라면 귀가 솔깃해지는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베르너 헤어조크의 신작 '사이버 세상에 대한 몽상', 아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연출자 트린 T. 민하의 '베트남 잊기' 리타 판 감독의 '우리의 모국 프랑스', 잔 프랑코 로시의 '화염의 바다'가 EIDF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개막작인 노르웨이 아슬레우 홀름 감독의 <브라더스>가 선정되었다. 감독은 8년 동안 자신의 두 아들의 성장을 필름에 담는다. 복잡한 인간의 본성과, 소년들의 관계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작은 변화까지도 낱낱이 보여주며, 따뜻한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의 감동이 전해진다고.
다큐멘터리의 미래, '제작지원 프로젝트 강화'
한국 다큐멘터리의 밑거름 역할을 해온 EDIF 제작지원 프로젝트는 올해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한다. 이틀에 걸쳐 장편 15편, 중단편 6편을 소개하고 국내와 아시아·유럽의 제작자와 만남을 주선할 뿐 아니라 소개된 작품 중 장편 3편, 단편 2편을 선정해 총 8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선정된 작품은 내년 EIDF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장편 프로젝트는 EBS TV '다큐프라임'에서 방송된다.
앞서 지난해 제작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된 작품 중 'X10'(감독 이동한), '슬픈 늑대'(감동 장효봉), '천에 오십 반지하'(감독 강민지) 등 세 편이 올해 EIDF에서 월드프리미어작으로 상영된다.
한편 EIDF는 작년 첫 선을 보인 모바일에 최적화된 다큐멘터리 전용 VOD 서비스인 '디박스(D-BOX)'에 대해서도 드라이브를 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큐멘터리를 상시 배급하는 플랫폼인 디박스는 영화제 폐막 후 30편의 작품을 더해 EIDF 기상영작 170편을 제공하면서 다큐멘터리전문 VOD상영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