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쓸때 또 다른 한국영화 한 편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었다.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승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준 쾌거였다.
이승준 감독의 신작 ‘그림자꽃’이 10월 27일 개봉한다. 영화 ‘그림자꽃’은 10년간 남한에 갇혀있는 평양시민 김련희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1년, 의사 남편과 딸을 둔 평양의 가정주부 김련희 씨는 간 치료를 위해 중국의 친척집에 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 오게 된다. 대한민국 입국 직후 북한 송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간첩 기소와 보호관찰 대상자가 됐다.
영화는 남한시민이 된 후 ‘나의 조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김련희 씨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 잊혀진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담담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승준 감독은 ‘부재의 기억’에 이어 무조건적인 반대와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에 “지금 우리가 함께 들어봐야 할 다른 생각”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에 나선다. 희망에 넘쳤다가 좌절해 포기하는 김련희 씨의 모습을 통해 김련희 씨는 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지, 정말 살아야 할 곳은 남쪽땅인지 북쪽땅인지. 이념의 틀을 벗어난 남북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림자꽃’은 제12회 타이완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아시안 비젼 경쟁 부문 대상,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개봉지원상을 수상하고, 2020년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월드 쇼케이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공개된 ‘그림자꽃’의 기다림 포스터는 푸르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쓸쓸한 뒷모습을 어루만지는 “그대가 이곳에서 피지 않기를”이라는 진심을 담은 글귀가 고향 땅을 밟지 못해 색도 향도 잃은 그림자꽃이 아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온전히 피어나길 바라는 진심을 담았다.
남북 문제라는 시스템에 갇힌 평범한 보통 사람, 가족이 그리운 어떤 한 사람의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그림자꽃’은 10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