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프랑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프랑스산 뮤지컬도 아니고, 브로드웨이 작품도 아니다. 놀랍게도, 한때 ‘문화대통령’으로 추앙받았던 서태지의 주옥같은 노래만을 엮어 만든 쥬크박스 작품이다.
어제(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디노체컨벤션에서는 이달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페스트'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내심 기대한 서태지는 아쉽게도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코타르 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배우 조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먼저, 노우석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송경옥 책임프로듀서, 김민석 기획제작총괄 등 제작진이 단상에 올라 ‘페스트’가 만들어진 과정을 소개했다.
김민석 기획제작총괄은 “서태지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오즈의 마법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원작을 고민했고, 결국 카뮈의 ‘페스트’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경옥 책임 프로듀서는 “서태지 노래의 가사를 분석하면서 시적이지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중적인 것과 마니아적인 것이 잘 조화돼 뮤지컬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의 작품설명에 이어 배우들의 넘버 시연이 있었다. 윤형렬 배우의 ‘버뮤다(트라이앵글)’가 영상으로 소개되었고, 이어 손호영 박은석의 '슬픈 아픔', 김도현의 '제로(Zero)', 마지막으로 김다현, 윤형렬, 오소연, 조형균, 이정한과 앙상블이 함께한 '코마(Coma)'가 시연되었다.
이어 리유 역의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랑베르 역의 김도현, 윤형렬, 타루 역의 오소연, 린지(피에스타), 코타르 역의 김수용, 리샤르 역의 황석정, 그랑 역의 조형균, 정민(보이프렌드), 박준희, 마지막으로 잔 역의 김주연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주인공인 의사 리유 역을 맡은 손호영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좋아하는 뮤지션인 서태지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뮤지컬 음악들로 바뀐 곡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리유 역의 김다현은 “서태지 노래를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어질까 저도 궁금했다. 서태지 음악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뮤지컬무대에 오르는 서태지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랑베르 역의 윤형렬은 “서태지 음악은 서태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워낙 강해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식물학자 타루는 원작과는 달리 여자로 바뀐다. 오소연은 “여자역할에 식물학자라는 배경이 추가되면서 훨씬 부드러운 느낌과 용감한 모습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페스트'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오랑 시티' 에서 일어난 원인불명의 병을 상대하는 천태만상의 인간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세기말적 시대를 배경으로 ‘테이크 원’, ‘너에게’, ‘환상 속의 그대’, ‘발해를 꿈꾸며’, ‘슬픈 아픔’, ‘시대유감’ ‘코마’, ‘제로’ 등 서태지 노래 20여 곡이 사용된다.
한편 제작책임자 김민석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서태지 씨가 한번쯤은 (공연장에) 와서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페스트’는 7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