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목)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시간에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를 찾아 다양한 토속밥상을 만나 본다.
강화도는 세계 5대 갯벌을 품고 있는 곳으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우리나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득 품고 있는 도보 여행 코스인 나들길은 조선 철종의 사랑이야기부터 한국 전쟁의 아픔까지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강화도에는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이 있다. 이 갯벌길에서 나들길 첫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일 년 중 이맘때 한두 달 잡힌다는 밴댕이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것. 밴댕이는 산란을 위해 5월에서 6월, 강화도 앞바다로 올라오는데, 기름기 두둑하게 몸을 살찌운 이때가 고소한 맛이 좋다.
강화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왕위에 오른 조선 철종은 궁궐로 강화의 음식을 가져와 그리움을 달랬다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순무다. 알싸하게 매운 맛과 독특한 향이 나는 순무섞박지는 강화에서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지난해 이맘때 잡은 밴댕이를 소금에 절여 일 년을 삭힌 밴댕이 젓갈을 순무섞박지에 섞는데, 김치가 익으면 밴댕이가 뼈까지 삭아 입에서 녹는 맛이 그만이다. 철종도 그리워했다는 밴댕이순무섞박지, 과연 어떤 맛일까?
강화 교동도. 음력 5월인 지금 잡는 젓새우를 오젓이라고 부르는데, 투명하니 빛깔이 예쁘고 맛은 달짝지근하다. 오젓은 잡히는 양은 적은데 맛은 좋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하다. 강화의 토속음식인 젓국갈비는 돼지갈비에 새우젓을 넣어 끓이는 탕으로, 강화 젓새우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음식이다.
황해도 연백에서 이곳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고향 연백시장을 추억하면 만든 곳, 대룡시장이 있다. 이곳에서 실향민들은 연백에서도 자주 먹던 김치밥을 해 먹는다. 출출할 때 군것질 삼아 먹던 음식인 대갈범벅도 만든다. 한국 전쟁 때 교동도로 피난 와, 내일이면 가겠지 하며 고향 땅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지낸 시간이 벌써 60여년. 손닿을 듯 가까운 고향 땅이지만 바라만 볼 뿐, 갈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죽기 전, 언제 그 곳을 걸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