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탈북한 화교출신의 한 공무원이 간첩으로 내몰린다. 그 유명한 국정원에 의한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이다. 이 사건의 당사자 유우성은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정원이 내놓은 간첩이라는 증거는 누나의 증언, 자백이었다.
이 사건에 의문을 품고, 3년간, 그 ‘자백’의 진실성을 파고든 언론인이 있다. 최승호 기자(피디)이다. 그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이 바로 <자백>이다. <자백>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다큐멘터리 작품에게 수여하는 ‘다큐멘터리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에서 선사하는 ‘넷팩(NETPAC)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자백>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인 ‘뉴스타파’가 내놓은 작품이다. 이 영화사 대단하다. 출연자 리스트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국정원장 원세훈, 그리고 최승호가 올라가 있다.
이런 영화가 제대로 배급이 될까. 즉,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 흥행영화 사이에 나란히 내걸릴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배급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배급사는 ‘이런 영화’만을 줄기차게 관객에게 내보이는 독립영화 전문배급사 ‘시네마달’이다. 시네마달은 부산영화제에 폭탄을 던진 셈인 <다이빙벨>, 밀양 송전탑투쟁을 담은 <밀양 아리랑>, 세월호 다큐 <나쁜 나라> 등을 배급한 회사이다. 물론, 다른 얌전한 독립영화도 있다.
시네마달은 <자백>의 배급을 위해 새로운 ‘책략’을 시도했다. 2016년 가을 ‘반드시’ 극장개봉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스토리펀딩’을 시도한 것이다. ‘스토리펀딩’은 포털 ‘다음’이 펼치고 있는 창작자를 위한 후원플랫폼이다.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스토리의, 다양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현재(6월 20일 오전 10시 20분 기준)까지 5,915명의 네티즌이 참여하여, 136,903,100원을 달성했단다. 1억 3천 6백 만원이다. 1주일만에 올린 기록이다. 영화사는 1만 명의 관객을 선점한 셈이라고 밝힌다. 시네마달은 80일간 2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시네마달 측은 한 영화평론가의 말을 인용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이다. “나는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세상을 바꿀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그게 영화 <자백>이 가진 힘이다. 사흘 만에 이미 7천만 원이 넘어섰다. 그렇다. 이게 피플 파워다. 다큐멘터리 <자백>은 피플 파워에 의존할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고.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그럴 평가를 받을 영화인지는 극장에 개봉된 뒤 관객들이 내릴 판단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는 그런 평가를 받는 단계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네마달은 그래서, 이런 책략을 시도하는 것이다. 궁금한가? 그럼 스토리펀딩을 찾아가 보시길.

자백 (2016년 가을 개봉목표)
영문제목: Spy Nation
연출: 최승호
출연: 김기춘, 원세훈, 최승호
제작: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배급: ㈜시네마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