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사진제공=CJ ENM
15일 개봉한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는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어이없이 당해 금싸라기 같은 돈을 사기당한 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범죄조직 아지트에 잠입하여 펼치는 액션물이다. [독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이주영은 이번 영화에서는 전직경찰 서준에게 도움을 주는 자유로운 영혼의 해커 ‘깡칠’을 연기한다. 이주영에게 영화 ‘보이스’와 모델에서 영화배우가 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시사회에서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이주영: “‘보이스’는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을 때 찍은 작품이다. 곧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래, 개봉될 때까지 기승을 부리니 마음이 묘하다. 극장에 오라고 하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영화를 다 찍고 개봉을 해야하니 최선을 다해 홍보를 펼쳐야한다고 생각했다. 책(시나리오)을 읽고 영화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콜센터 장면은 제가 나오지 않기에 그 장면도 궁금했다. 예고편 보고 놀랐다. 내가 찍은 장면이 그렇게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완성본을 보고 더 놀랐다. 관객으로 봐도 재밌었다.”
Q. [액션히어로]에 이어 [보이스]로 영화팬을 찾는다. 이번 영화를 따로 준비한 것이 있는지.
▶이주영: “이번 영화에서 깡칠이 역할을 맡았다. 이전 작품을 위해 액션스쿨도 다니고 바텐더 기술도 배웠었는데 이번 역할을 위해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사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 맡은 역할이 해커이다 보니 그 캐릭터에 집중했다. 기존에 너드한 이미지나 딥한 느낌이 아닌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자유분방하게 보이고 싶었다. 초점을 그렇게 맞췄다.”
영화 [보이스] 사진제공=CJ ENM
Q.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강렬하다. (첫 장면은 이주영이 조재윤에게 협박당하는 장면이다)
▶이주영: “영화 등장 씬과는 달리 나의 첫 촬영은 카페에서 노트북 펼쳐놓고 변요한 선배에게 콜센터 위치를 알려주는 장면이다. 그날 눈이 왔었다. 첫 촬영할 때 많이 떨리는데 선배님 덕분에 잘 넘어간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그 장면은 기대를 많이 했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그 장면에서 전도연 선배의 ‘피도 눈물도 없이’가 떠올랐다. 그래서 깡칠이가 땅에 묻혀 있을 때 가발 벗기는 게 어떻게냐고 감독님게 말씀드렸다. 그 장면은 난이도가 높은 장면이다. 연기 외에도 신경 쓸 게 많았는데 매력적인 장면이었다. 재밌게 촬영했다.”
Q. 깡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주영: “왜 그런 위험한 일에 끼어들어 돈을 벌려고 할까. 깡칠이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았다. 깡칠이는 돈을 숭배하는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위험한 일도 기꺼이 한다고. 그 욕망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아마도 깡칠이는 명품중독자일 것이다. 위험하게 돈을 벌어 의상이나 그런데 사용했을 것이다.”
Q. 보이스피싱 당한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주위에서 들은 게 있는지.
▶이주영: “나도 그런 전화는 몇 번 받았었다. 얼마 전에 이모가 그런 전화를 받았다. 딸이 돈이 필요하다고 10만원 상품권 사서 사이트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신분증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냐고 물으니 밖이라는 것이다. 그때 산후조리원에 있는데 말이다. 큰 일 날뻔 했다.”
이주영 사진제공=CJ ENM
Q.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이주영의 색깔이 묻어나는 충무로 신스틸러가 되었다. 이주영만의 독특한 딕션과 눈매가 인상적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경쟁력은.
▶이주영: “감사합니다. 신인 시절에 인터뷰 때 어떤 배우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조우진이나 김소진 선배 같은 신스틸러가 꿈꾼다고 말했었다. 그런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것 같다. 나의 경쟁력이라면, 음 뭔가 대충대충 하는 말투? 저에게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은 게 장점이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큰 키와 인위적이지 않은 얼굴로 센 역할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극복해야하는 단점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장점으로 살리고 싶다.”
Q. 깡칠이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드라마가 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생각해본 전사가 있는지.
▶이주영: “감독님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마지막에 투입되어 당장 촬영 들어가야 할 컨셉트와 신들에 대해 이야기해야했다. 변요한 선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둘은 어떻게 관계를 유지했을까. 아마 어릴 적부터 사고 치면서 경찰서를 들락거린 친구일 것이라고. 여동생 같이 여겨 바른 길로 인도해 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잘 안 듣고 사고치는 그런 사이 아니었을까. 깡칠이는 아마도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깡칠이를 연기했다.”
Q. 변요한, 조재윤 배우와 연기를 펼친 소감은.
▶이주영: “변요한 선배는 영화 전체를 생각한다. 본인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영화의 흐름을 디테일하게 생각한다. 저에게 아이디어도 많이 주고, 제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제 역할이 재밌게 나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변요한 선배는 촬영이 시작되면 어마 무시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영화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열정과 에너지가 보였다.”
“조재윤 선배도 편하게 해주었다. 촬영장에서 긴장감 없이 해야 연기가 잘 나오더라. 조재윤 선배는 경험이 많아서 잘 배려해 주었고, 덩달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선배랑 촬영할 때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보이스] 사진제공=CJ ENM
Q. 만약 깡칠이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호쾌한 여성액션물이 나왔을까.
▶이주영: “글쎄 깡칠이가 당했다면.. 싸움을 잘할까요? 저도 처음에는 깡칠이 이름 때문에 깡이 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려울 것 같다. 해킹을 잘하니 아마도 전략적으로 복수하지 않을까. 사이버전쟁!”
Q. 쫓기고 뛰는 장면이 많았다.
▶이주영: “쫓기고, 뛰고, 땅에 파묻히기도 했다. 은근히 난이도가 있었다. 새 신발을 신고 뛰었는데 발이 많이 아팠다. 끝나고 집에 가서 보니 양쪽 엄지발톱에 피가 고여 있었다. 진짜 열심히 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 할 때도 워킹할 때 많이 다치고 까지고, 물집 생기고 그랬다. 그런 것을 보면서 영광의 상처라며 기뻐했었다. 발톱이 며칠 뒤 빠졌는데 그런 일은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뿌듯하다.“
Q. 모델을 하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모델 활동이 연기에 도움을 주는지. 모델이기에 더 나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주영: “모델을 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난 내성적인 성격이다. 낯도 많이 가리고, 친구 사귈 때도 내가 먼저 다가간 적이 없다. 모델 일을 하면서 계속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야 했다. 저의 잘 안 쓰는 면을 드러내는 것이 일이었다. 멋있는 척을 하는 편이 아닌데 모델은 완전 멋있는 척을 계속해야한다. 내가 못하는 것을 발달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배우는 자기 밑바닥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야하는데 모델은 정반대이다.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줘야 하니까.”
“모델 일이 잘 안 풀려 마음고생이 심했다. 연기를 늦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 마음 고생한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된 모양이다. 그 감정의 폭들이 연기에 필요하고, 재료로 쓰이더라. 정말 도움이 되었다.”
이주영 사진제공=CJ ENM
Q. [독전]으로 주목받았다. 그때 자신은 유연하게 변화하는 배우가 꿈이라고 했는데.
▶이주영: “지금도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그때 목표가 신스틸러가 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내면을 깊이 건드릴 수 있는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감정 신에 욕심이 있다.”
Q. '독전'이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독특하고 기가 센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주영씨에게 최적화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이주영: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이상한 캐릭터였다. 감독님이 저의 그런 면을 보시고 캐스팅하신다. 작은 포인트를 보고 큰 역할을 맡기신다. 그런 재밌고 독특한 캐릭터로 알아봐 주신 것 같다. 아마도 제가 해석하는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긴장하지 않고 즐기듯이, 여유 있게 연기를 해서 그런 것 같다.”
Q. 청순가련형 캐릭터 연기는 소화할 수 있겠나. (이 질문에서 이주영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주영: “예. 으흐흐.. 푸흐흣. 너무 잘할 것 같다. (웃으면 머리를 숙인다) 아, 너무 정수리를 보여드린 것 같네요. 그동안 이미지가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스태프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의상, 조명. 분장. 푸훗. 그런 연기에 대해 늘 준비되어 있다. (손으로 입을 가린다) 청순한 (푸하하)....”(계속 웃음 참음)
Q. 변요한 배우는 관객 100만을 넘어서면 ‘스우파’ 춤춘다고 하였다. 이주영 배우도 춤추면 멋있을 것 같다.
▶이주영: “큰일 났다. 저는 춤과 관련이 없다. 하지만 춤을 추겠다. 따로 인스타에 올리겠다. 그리고 100만 말고 200만 넘으면.”
Q.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이주영: “가족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번에 ‘윤시내가 사라졌다’라는 작품을 찍었다. 딸과 엄마의 이야기다. 가족이야기는 내가 좋아하고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로맨틱코미디도 하고 싶고 멜로도 하고 싶다. ‘킬빌’같은 액션영화도 해보고 싶다.”
Q.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이주영: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가 있다. 티빙 오리지널 [더 맨션] 찍고 있다.”
Q.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걸스온탑'에서의 무심한 말투와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구교환 배우가 요즘 영화에서 대활약 중이다.
▶이주영: “저도 구교환 배우의 행보를 잘 보고 있다. 창의적이시고 독창적인 분이다. 현장에서는 자유분방하시다. 이옥섭 감독님도 그렇고. 현장에서 즐겁게 찍었던 작품이다. 제가 아이디어 내고 애드립하는 것도 잘 받아주었다. 다시 같이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시고,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이주영 사진제공=CJ ENM
Q. 이주영 배우는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주영: “아름다움, 미(美)라는 것이 요즘은 정형화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뭔가 내면에서 숙성된 어떤 단단함 같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내공이 쌓여 색깔이 드러나는 아우라라고 생각한다.”
Q. 독립영화에도 출연하고, 충무로 상업영화에서도 맹활약하는 두 명의 이주영 배우가 있다. 혹시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지.
▶이주영: “많이들 헷갈려하실 것 같다. 큰 에피소드는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게 키 큰 이주영, 작은 이주영 이렇게 부른다고 하더라.”
“<보이스>가 개봉되었다.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면서, 영화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잘 나왔다.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배우는 추석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낼 것이라며 “행복은 주변사람들과 같이 맛있는 밥 먹고, 그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보이스’ 보면 두 배로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