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목 ⓒASP컴퍼니 제공
가상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청춘의 모습을 담아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쇼미더고스트'(감독 김은경)는 지난 9일 개봉된 이후 청춘 관객들의 공감대를 제대로 자극했다. 전 재산을 끌어모아 마련한 돈으로 집 임대 계약을 마쳤으나 그 집에 살고 있는 귀신을 맞닥뜨리게 되며 펼쳐지는 청춘 셀프 퇴마기는 웃기지만 애잔하기도 한 현시대 청춘들의 군상을 드러낸다. 주인공 호두 역할을 맡은 배우 김현목은 다양한 청춘들의 얼굴을 연기해온 배우다. 그는 이사를 가지도, 귀신과 살지도 못하는 벼랑에 놓인 채 고군분투하는 호두의 모습을 마치 실제 자신의 모습처럼 연기했다. 청춘에 대해 "작은 성취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라 일컫는 그의 생각에는 지금, 우리의 청춘을 제대로 직시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Q. 최근 가장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지 않나. '캐논볼'에 이어 '쇼미더고스트'로 극장을 찾게 됐는데 두 작품에서 연기한 역할의 성격이 정반대다. '쇼미더고스트'에서 코미디와 진중함을 오가는 연기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쇼미더고스트'는 영화 자체가 취하고 있는 장르의 특수성이 있다. 코미디와 공포 두 가지가 결합된 작품이지만 마냥 공포라는 장르를 부합시키기 위해서 무섭고 험악하게 만드는 느낌이 아니다. 중심적인 서사를 응대하는 인물은 예지이기에 예지의 감정선이 움직이는 것, 그리고 삼총사들이 어우러져서 분위기 전환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Q. 배우 한승연과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는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영락없는 '찐친'이더라. 그 외에 삼총사의 일원으로서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로맨스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는 남사친의 역할이 있으면 불려가는 편이다.(웃음) "저 둘이 뽀뽀하며는 것 아냐?"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는다. 누나의 선배 바이브는 넘사벽이다. 그리고 누나를 제외한 배우들 셋이 다 동갑이다. 친구들이어서 금방 친해지고 편해졌다. 연기자 입장에서 '호두가 이렇게 했는데 안 웃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호흡을 맞춰준 누나가 웃어줘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런 순간들을 목격하고 나니까 마음이 놓였다.
배우 김현목 ⓒASP컴퍼니 제공
Q. 비슷한 나이대의 역할이다 보니 같은 청춘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
삼총사로서의 입장에서 공감이 됐다. '쇼미더고스트'가 취하고 있는 서사의 방향과도 맞았던 것 같다. 삼총사들이 고 스펙임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것이 없어서, 사회적 굴레에서 주눅 들어서 자신들을 루저라고 칭하지 않나.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자신이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또 도전해보는 의식 자체가 삼총사들의 나이 대였던 내가 했던 행위의 패턴과 비슷했다.
Q. 더불어 '쇼미더고스트'는 청춘들이 마주한 다양한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작품을 보면서 범죄자로 밝혀진 공시생이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지 않냐'고 울부짖는 장면이 놀라웠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시생이 자신의 한순간 실수로 프레임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마치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울부짖는 자체가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처럼 보였다. 예지와 호두가 작품 초반부에서 그 사람이 행정고시를 패스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경계심을 낮추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사회적 관문을 통과했기에 윤리적인 기준에서도 패스를 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습관에서부터 사회적인 문제가 태어나는 것 같다. 공시생 본인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일으켜도 행정고시라는 관문, 사회적 굴레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윤리적으로도 깨끗해질 수 있다는 의식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배우 김현목 ⓒASP컴퍼니 제공
Q. 작고 큰 역할들을 가리지 않고 해오면서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왔고 앞으로 할 역할도 기대가 된다. '쇼미더고스트'에서 퇴마를 하는 현실 히어로형 인물로 등장하는데, 차기작으로 개성 넘치는 장르물의 역할이나 히어로 역할도 잘 어울릴 것 같다.
하고 싶다. 친구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앤트맨'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CG로 사람을 작게 만들 필요 없이 나는 그냥 연기만 하면 되니까. 큰 사람을 줄이면 비용이 드는데 나는 작아서 덜 들 것이다.(웃음)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누구보다도 청춘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배우 같다. 배우 김현목이 생각하는 청춘의 정의는 무엇인가?
'작은 성취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드러나지만 도전의 결과가 실패이든 성공이든 작은 성취라도 얻었다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나의 스물여덟 살을 떠올리면 '쇼미더고스트' 삼총사들의 시기와 비슷했다. 도전해서 성공한 것이 오히려 안 좋게 작용했던 경우도 있고 도움이 됐던 경우도 있다. 계획해서 했던 것들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들인데 마주하게 되는 결과값 자체가 인생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고 '쇼미더고스트'라는 작품이 더 와닿는 것 같다.
Q. '쇼미더고스트'는 청춘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을 위한 영화 같다. 극장을 찾아와 '쇼미더고스트'를 만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무엇인가?
'쇼미더고스트'가 취하고 있는 장르는 코미디와 공포다. 결국 이 두 장르가 함께 존재한 것만으로도 오락적인 영화로 충분하다. 영화관의 한정된 공간 내에서 오는 스릴감, 사운드에서 오는 공포, 그 와중에 우스꽝스러운 시퀀스들이 담겨 오락적인 방식으로 '쇼미더고스트'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단순한 오락적인 시퀀스를 넘어 계속 도전하는 서사 자체에서 사회적인 굴레를 뚫었든, 뚫지 않았든 행위하고 있다는 것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삼총사의 모습들을 보면서 영화 이야기,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