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취집'(감독 박지인)은 평행우주 너머 쌍둥이 지구에서 사람들이 넘나드는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 이진은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취준생으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평행우주 너머에서 온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아침 TV쇼를 보고 있던 그는 또 다시 어머니에게 취직 잔소리를 듣게 된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에 막막함을 느끼는 그는 끝없는 자존감의 하락을 느낀다.
하지만 그에게 쌍둥이 지구에서 날아온 특별한 인연이 찾아온다. 바로 신혼 기간에 세상을 떠난 쌍둥이 이진의 남편이다. 그는 취직 실패로 인해 스트레스를 안고 있던 이진에게 자신과 쌍둥이 지구로 함께 가자고 울며 매달린다.
'취집'이란 '취직'과 '시집'을 합친 단어로 취직 대신 결혼을 목표로 삼는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다. 배우자의 수입만으로 생활하는 것을 바라는 행위이기에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때가 존재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취집'이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의 야속함을 느낄 수 있는 단어기도 하다.
이진의 고민은 오늘날 청춘들이 마주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취직하는 과정이 힘들어 시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매번 선택지에서 배제되고 탈락되는 과정에서 어떤 울타리에 속하고 싶을 뿐이었던 이진의 마음에서도 알 수 있는 바다.
한편, 이진과 같은 청춘들의 고민이 담긴 '취집'은 오늘 밤(10일) 12시 10분 KBS 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된다.